임선아 변호사
(금속노조 법률원)

그는 택시회사에 입사한 지 2년여 만에 교섭위원으로 임금협상에 참여할 정도로 인정받는 조합원이었다. 그가 다니던 택시회사는 2010년 당시 유니온숍 적용을 받은 사업장으로 위원장은 몇 번을 거듭 연임한 사람이었다. 회사와 위원장의 오래된 밀월관계로 2010년 임금협약도 무난히 통과될 듯 보였지만, 그와 소수의 교섭위원들이 '딴죽'을 걸면서 교착상태에 빠졌다.

쟁점은 최저임금법 적용문제였다. 회사는 법에 의한 최저시급을 적용하는 대신 소정근로시간을 축소하고 사납금을 인상하는 꼼수를 부렸다. 그와 동료들은 정당하게 최저임금법을 적용해야 한다면서 끝까지 반대했다. 그 과정에서 폭행과 협박·인신공격이 난무했고 위원장은 직권으로 교섭위원을 교체한 다음에 몰래 회사와 협약을 체결해 버렸다. 그는 자신이 교섭위원에서 잘린 줄도 모르고 있다가 임금협약 공고문을 보고서야 알게 돼 부랴부랴 위원장을 찾아 경위를 따지고자 했다. 그러나 위원장은 노조사무실 문을 잠근 채 연락두절하고 숨어 버렸다.

울화통이 터진 그와 동료들은 새로운 임금협약에 대해 최저임금법 등 위반으로 노동청에 진정을 하고 임시총회 소집을 노조 위원장에게 요구했다. 임금협약의 부당성을 알리는 활동을 했다. 그러자 임금협약의 부당성과 어용노조의 구태에 질린 조합원들 다수가 그들의 행동을 지지하면서 총회소집요청 동의서를 제출해 줬다. 그런데 어느새 나타난 위원장은 임시총회 소집 대신에 그를 노조에서 제명하고 회사에 해고를 요구했다. 이어 회사는 기다렸다는 듯이 징계위원회를 열어 그를 해고했다.

그는 억울하기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다. 하지만 지노위·중노위에서 징계가 정당하다면서 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그는 노동위의 기각판정에도 회사가 너무 부당하기에 행정소송을 하면 법원에서는 반드시 이길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회사의 부당한 행위, 회사와 한 몸으로 움직이는 노동조합의 행태를 법원이 알게 된다면 당연히 본인이 이기리라는 확신이 있었다. 2년 가까이 진행된 1·2심의 소송에서 그는 모두 승소했고 결국 회사는 상고를 포기했다.

회사는 상고포기 후 그에게 복직을 명했다. 그런데 정당하게 업무에 복귀시키지 않고 아무런 이유 없이 배차대기를 시키거나, 해고기간 동안의 임금을 애매하게 주면서 계속 그를 괴롭혔다. 하지만 그는 회사의 부당한 행위로 인한 우울증에 시달리면서도 회사와 어용노조에 대항했던 용기를 잃지 않았다.

한편 그는 두 명의 동료와 함께 임금협약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인한 임금차액청구소송을 진행 중이었는데 1심에서는 패소한 상태였다(그 소송은 법률구조로 다른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해고소송 승소 후 다시 필자를 찾아와 패소한 임금소송의 2심을 부탁했다. 패소한 사건이라 부담스러웠지만 그의 신뢰에 사건을 맡을 수밖에 없었다. 회사가 새 임금협약에 의한 사납금인상액을 반소로 제기하는 등 몇 번의 공방과 난관 끝에 2심 법원은 택시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현재 회사의 상고로 대법원에 사건이 계류 중이지만 그와 동료들은 고무됐다. 그런데 기존노조 위원장이 회사로부터 최저임금법에 의한 임금차액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주겠다고 하면서 택시노동자들을 구슬렸다. 위법한 임금협약을 체결한 당사자가 말이다.

하지만 택시노동자들은 차츰차츰 기존노조를 탈퇴해 민주노조를 선택하고 있다. 그 역시 해고된 동안 동료들이 만든 민주노조의 조합원이 됐다. 당당하게 조합원으로 활동하면서 자신이 소송을 이긴 덕에 조합원이 늘고 있다고 순박하게 웃는다. 소박하게 민주노조의 발걸음을 떼는 그와 동료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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