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비정규직 정책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의 무기계약직들이 다시 기간제근무를 지원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져 논란이 일고 있다. 계약직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후에 도 불합리한 차별과 열악한 처우가 시정되지 않은 탓이다. 처우개선 없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책이 한계에 달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무기계약직 취업성공패키지상담원 채용 앞두고 '술렁'=9일 공공운수노조 고용노동부사무원지부(지부장 이영삼)에 따르면 노동부 고용센터 무기계약직 사무원들이 취업성공패키지상담원(10개월 계약직) 채용공고를 앞두고 술렁이고 있다. 지부에 따르면 취업성공패키지상담원 계약직의 초봉이 15년 근속한 무기계약직 사무원 임금과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취업성공패키지상담원은 상시·지속 업무로 2년이 지나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책에 따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지부는 "10년 미만 무기계약직 사무원들이 취업성공패키지상담원 시험에 응시해 업무를 전환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사무원 무기계약직 전환 뒤 차별 고착화=취업성공패키지사업은 새로운 업무가 아니다. 노숙자·청장년층·탈북자·결혼이민자 등 취업 취약계층의 취업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노동부 산하 각 부서가 나눠서 하던 일을 하나의 사업으로 특화시킨 것이다.

해당 업무는 사무원 무기계약직들이 과거 공무원들과 함께 수행한 업무 중 하나다. 지난해 3월 처음 채용된 상담원들은 스스로 퇴사한 42명을 제외하고 올해 모두 재계약을 맺었다. 노동부는 2월에 결원을 충원했다. 4월 임시국회에서 해당 사업과 관련한 추경예산이 통과되면 이달 중으로 400명을 추가로 뽑을 예정이다.

취업성공패키지사업 중 청·장년층에 구직수당을 지급하는 것은 2011년 12월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일 때 2012년 예산심의 과정에서 예산 추가를 지시한 것으로 '박근혜 사업'으로 불린다.

정부는 올해도 노동부의 취업성공패키지사업과 보건복지부의 희망리본사업을 연계 운영해 일차리 창출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지부는 "2007년 노동부가 10여년 근무한 사무원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면서 처우를 정규직 수준에 맞추겠다고 호언장담했는데, 무기계약직들은 지금 무기징역형을 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부는 특히 "6년 전 비정규직 시절의 노동조건이 하나도 개선되지 않았다"며 "노동부가 잘못된 고용정책으로 오히려 내부 차별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부 비정규직 간 내부 차별 심화= 지부에 따르면 노동부 고용센터에서 일하는 사무원들은 8·9급 공무원, 직업상담원과 함께 취업알선·고용보험 사무를 수행했다.

노동부는 그러나 직업상담원과 공무원에게는 상여금과 성과금·가족수당을 지급한 반면 사무원에게는 이를 지급하지 않았다. 정년도 직업상담원은 만 60세인데, 사무원은 만 57세에 머물러 있다. 군경력도 직업상담원은 호봉에 반영되지만 사무원들은 그런 조항이 없다.

기획재정부나 국가인권위원회 소속 무기계약직과 비교해도 노동부 사무원들의 처우는 최하위 수준이다.

그런 가운데 노동부는 2011년 8월 공무원과 유사업무를 하는 무기계약직의 차별 논란을 없애기 위해 업무분장을 달리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지침에 따라 공무원과 함께 업무를 수행했던 무기계약직 업무는 보조업무가 됐다. 노동부가 차별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기보다 차별 논란을 회피할 목적으로 업무분장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사무원 입장에서는 차별을 시정할 기회마저 박탈당한 셈이다.

이영삼 지부장은 "고용서비스 선진화와 고용의 질을 향상시켜야 할 주무부처인 노동부가 오히려 내부 차별을 조장해 사무원들을 심한 자괴감과 상실감으로 몰아넣었다"며 "10년 이상 근속한 무기계약직이 기간제 업무로 전환하려는 어이없는 행태는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이 기만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사무원은 업무상 결정이나 확인을 할 수 없는 보조인력일 뿐”이라며 “취업성공패키지 상담원과 업무의 질과 강도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에 단순비교해서는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취업성공패키지 상담원의 무기계약직 전환에 대해서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의 일환으로 검토 중이긴 하나 아직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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