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안정을 위한 안전핀 역할을 해 오던 개성공단이 폐쇄되면서 남북 간 긴장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가운데 정치권과 시민사회진영이 북한과 대화를 통한 사태 해결을 정부에 주문하고 나섰다.

9일 정부당국에 따르면 개성공단에 근무하는 5만3천여명의 북측 노동자들이 출근을 하지 않으면서 개성공단 조업이 전면 중단됐다. 개성공단은 2004년 가동된 이후 서해 북방한계선 남북 무력 충돌은 물론 천안함 사태·금강산 여자 관광객 피살사태 당시에도 문을 닫지 않았던 남북 최후의 보루였다.

긴장이 극단으로 치닫는 와중에도 청와대는 대북특사 파견 등 대화제의를 고려하지 않는 모양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북한은 그릇된 행동을 멈추고 한민족의 미래를 위해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며 "위기를 조성하면 타협과 지원, 또 위기를 조성하면 타협과 지원을 하는 끝없는 악순환을 언제까지 반복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이날 "북한의 도발은 그 누구에게도 득이 없는 무모한 행위가 될 것"이라며 "북한은 즉각 개성공단을 정상화하고 한반도 평화와 안정 회복을 위한 현명한 선택을 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부·여당이 한반도 긴장완화 방안에 대해 사실상 손을 놓고 있자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는 정부 주도의 대북특사 파견을 재차 주문하고 나섰다. 민주통합당 의원 전원은 이날 의원총회 후 결의문을 내고 "남북당국은 개성공단 문제만큼은 정경분리의 원칙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며 "박근혜 정부는 대북특사 파견과 대화를 통해 군사적 긴장을 해소하고 남북관계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노동인권회관 등으로 구성된 전쟁반대 평화실현 국민행동은 이날 오전 서울 광화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화를 회피한 채 시간을 끌다가는 더 큰 위기에 직면할 것이 자명하다"며 남북대화를 촉구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는 "국회가 대북특사 파견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며 "남북대화 촉구건의안을 곧 발의할 것이고 평화를 원하는 정당이라면 건의안의 국회 통과에 협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외국 언론에 따르면 북한은 평양에 주재하는 일부 국가 외교관들에게 10일께 동해 쪽으로 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라는 언질을 했다. 북한은 지난 5일 한반도 정세 악화를 이유로 평양 주재 각국 대사관에 직원 철수를 권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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