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골드브릿지투자증권지부

▲ 매일노동뉴스 자료사진
사무금융노조 골든브릿지투자증권지부(지부장 김호열)의 파업이 7일로 350일째를 맞았다. 보름 뒤면 1주년 문화제를 열어야 할지도 모른다. 90명에 가까운 조합원들은 1년이 다 되도록 월급 한 푼 받지 못하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앞으로,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본사 앞 천막으로 출근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골든브릿지투자증권과 관련해 지난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어 부당노동행위 사실을 적발해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그런데 기소는커녕 수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회사 노무팀을 컨설팅한 곳은 노조파괴 공작으로 사회문제를 야기한 창조컨설팅이었다.

검찰에는 지주회사인 골든브릿지와 골든브릿지투장증권 경영진의 계열사 편법지원 사건도 고발돼 있다. 지난해 8월 고발했으니, 검찰이 8개월 동안 수사도 하지 않고 만지작거리고 있는 셈이다. 늑장대응 비난을 받는 곳은 검찰만이 아니다. 최근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과징금 5억7천만원과 기관경고·임직원 징계 결정을 내렸다. 노조와 시민단체가 진정을 낸 지 꼭 1년 만이다. 편법지원은 이달 중순 열릴 예정인 금융위원회의 최종 결정을 남겨 놓고 있다.

지부의 박탈감은 크다. 지난 5일 오전 골든브릿지투자증권 본사에서 만난 김호열(42·사진) 지부장은 “애초부터 게임의 룰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노조나 약자는 반칙하면 치명상을 입고, 자본이나 권력을 쥔 자는 반칙하면 커다란 이익을 얻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골든브릿지투자증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노조와 공동경영약정, 약속이행은 '언감생심'

사실 2005년 영국계 투기자본 브릿지인베스트먼트홀딩스(BIH)의 7년 통치가 끝날 때만 해도 이런 결과를 예상한 직원은 없었다. BIH가 골든브릿지와 브릿지증권 직원들이 출자한 종업원지주회사 컨소시엄에 보유지분을 매각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2005년 6월이었다. 매각가는 1천250억원. BIH는 그중 800억원 이상을 유상감자로 회수하고, 나머지 400억원 안팎을 골든브릿지가 지불할 것이라고 밝혔다.

애초 BIH는 브릿지증권을 청산하려고 했다. 7년 동안 온갖 방법을 동원해 회삿돈을 빼먹을 만큼 빼먹었기 때문이다. 매년 상상을 초월한 배당, 건물매각 대금으로 유상감자 하기, 무상증자로 주식수를 늘린 뒤 유상감자 하기 등 다양한 편법을 썼다. 이런 BIH의 행태는 '먹튀'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애초 청산계획을 발표했던 BIH가 매각으로 선회한 배경에는 이런 사회 분위기와 노조의 강한 반발이 있었다. BIH는 노조에 새 인수자 추천권을 줬다. “BIH는 회사를 청산하고 떠나려고 했는데 노조가 청산을 못하게 투쟁하자 포기한 겁니다. BIH는 가격를 깎아 주지는 못하지만 노조가 선정하는 곳에 팔아 주겠다고 해서 이상준 회장을 소개해 줬어요.”

당시 지부 입장에서 이상준 골든브릿지 회장은 매력적인 인물이었다. 과거 노동운동가 출신이라는 점이 좋은 감정을 갖게 했다. 이 회장은 사무금융연맹의 전신인 전국보험노련 홍보부장을 지냈다. 게다가 이 회장은 당시에는 생소했던 우리사주신탁(ESOP)을 도입해 공동경영을 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노동자들이 저리로 대출해 회사의 지분을 갖고, 등기이사 1명과 사외이사 1명을 선임할 권한을 주겠다고 했다. 노조와 이 회장이 맺은 공동경영약정에는 직원들의 경영참가를 제도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복지증진·고용유지 조항도 포함됐다. 그러자 노조는 10억원을 대출받아 주식을 샀다.

계속되는 '창조컨설팅류 노조파괴'

그러나 약속은 이행되지 않았다. ESOP은 3년 뒤인 2008년에야 시행됐다. “약정을 3년 동안 이행하지 않았어요. 처음에는 의심하지 않았죠. 기다리고 기다리다 문제제기를 심하게 했어요. 철야농성도 하고. 억지 춘향 식으로 실천하게 한 거죠. 경영하면서 문제가 하나하나 드러나고, 그런 것을 보면서 공동경영약정이 진정성 없이 노조 동의를 구하는 방편이 아니었나 의심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이 회장이 공동약정 실천 3년 뒤에 도발하더군요. 회사의 부실경영이나 자금 빼돌리기의 걸림돌이 노조이기도 하고, 공동경영약정 이행을 촉구하고 감시할 주체가 노조니까 노조를 깨려고 결심했을 겁니다. 공동경영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었겠죠.”

파국은 2011년 단체교섭부터 시작됐다. 지부의 요구는 크지 않았다. 회사는 그동안 따랐던 사무금융노조 증권업종본부의 통일단협 체결을 거부했다. 대신 단협의 28개 조항 개정을 요구했다. 정리해고와 관련해 노조의 합의를 협의로 바꾸자든지, 단체협약 개정을 위한 쟁의행위나 사규 위반 때 해고할 수 있다거나 계열사 전적시 본인동의 삭제 같은 말도 안 되는 조항을 요구했다. 지부가 거부하자 회사는 그해 10월 단협해지를 통보했다.

“열여덟 번 교섭을 했는데 회사는 단 한 글자도 양보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많은 요구안을 내면 뺄 건 빼면서 핵심조항을 끌어내려고 노력하는 게 일반적인데 토씨 하나 양보하지 않았습니다. 작심을 한 거죠.”

알고 보니 회사는 창조컨설팅과 2011년 5월께 계약을 맺고 차근차근 준비해 왔다. 지부가 수용할 수 없는 요구안을 내고, 단협을 해지한 뒤 파업에 들어가면 직장폐쇄로 노조를 무력화하는 일련의 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회사측은 파업 1년이 다 되도록 파업 동참 조합원들의 이탈이 거의 없고, 국회에서 논란이 일자 창조컨설팅과의 계약을 해지했다.

하지만 '창조컨설팅류 노조파괴'는 계속되고 있다는 게 김 지부장의 판단이다. 실제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이달 초부터 김 지부장을 비롯해 3명의 간부에게 5억원의 손배·가압류 소송이 진행되고 있고, 제2 노조 설립계획도 흘러나오고 있다. 지부 관계자는 "일련의 과정을 전대협 선전부장 출신 변호사가 총괄지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 부실 메우려 투자증권 '휘청'

이는 증권시장에서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의 편법지원 사실이 퍼지기 시작한 것과 관련이 있다. 지난달 말에는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에 따른 피소설에 대한 조회공시 요구’에 대해 "확인할 수 있는 사항이 없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골든브릿지저축은행 부실을 둘러싼 계열사 부당경영에 시장이 반응하기 시작한 것이다.<그림 참조>

김 지부장은 “2009년에 저축은행을 150억원 정도에 인수했는데 이후 유상증자로만 300억원 이상 들어갔다”며 “매년 100억원씩 들어가다 보니 자금난이 심화되고 계열사 돈에 손을 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2일에는 골든브릿지증권 이사회가 무상증자를 결정했다. 지부의 걱정은 그만큼 늘었다. 무상증자는 잉여금 중 일부를 빼내 그만큼 주식을 발행한 뒤 기존 주주들의 지분에 비례해 주식을 나눠 주는 증자방식이다. 주식을 발행해 기존 주주나 새 주주에게 돈을 받고 파는 유상증자와는 달리 기존 주주들은 공짜로 주식을 받게 되는 셈이다. 이런 무상증자가 유상증자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지부의 우려다. 영국 투기자본 BIH가 골든브릿지증권의 전신인 브릿지증권에서 했던 자금 빼돌리기 방식, 그것이다. 회사는 아니라고는 하지만 이런 일을 자주 경험한 지부가 믿기 힘들어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김 지부장의 설명을 들어보자.

“거액의 돈을 합법적으로 손쉽게 빼돌리려는 겁니다. 유상감자는 회사가 원하는 만큼 할 수 있으니까요. 감독당국이나 사회적 비난을 받을 수는 있지만 처벌이 미미합니다. 주주의 권리라고 주장하면서 강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경영이 어렵다고 주장하면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선전하면서 유상감자를 할 돈은 있다고 하는 셈입니다. 특히 무상증자된 주식이 상장되는 시기가 6월 하순인데, 그때 금감원이 BIS 비율을 평가하는 저축은행 결산이 이뤄집니다. 결산 전까지 부실을 메워야 되니까 유상증자로 돈을 빼돌려 저축은행에 넣으려는 거죠.”

김 지부장은 "지부의 파업 성공 여부가 노조파괴 공작을 무력화하느냐 아니냐의 갈림길"이라고 강조했다. 1년 넘게 모든 조합원이 싸웠는데도 창조컨설팅류의 노조파괴 공작에 무너지면, 다른 노조들도 사측의 노조파괴 공장을 버티기 힘들다는 시그널을 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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