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총회를 불법도청해 빈축을 샀던 한국승강기안전기술원(이사장 김윤배)이 또다시 부당노동행위 논란에 휩싸였다.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인 기술원은 지난해 1월 노동부 출신인 김윤배 이사장이 부임한 뒤 극심한 노사갈등을 겪고 있는 곳이다.

7일 노동부유관기관노조 승강기안전기술원지부(지부장 김봉섭)에 따르면 지부가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벌이는 중 사측이 노동부 관악지청장과 면담한 내용을 조합원들에게 공지했다. <매일노동뉴스>가 입수한 '관련기관 고위공직자 면담 결과 보고' 공문에 따르면 관악지청장은 "노조 버릇이 잘못 들었다"며 "파업에 들어간다면 나는 무슨 욕을 먹더라도 노코멘트 할 것이며, 3개월만 지나면 노조는 백기투항 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의 잘못된 행태와 인식을 깨우쳐 주기 위해 타협하지 않고 △파업하면 제3의 기관이 검사기관으로 지정되는 명분이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공문은 관악지청장이 지난달 19일 사측과 면담한 내용을 기술원 경영지원본부가 정리해 전국 지사장들에게 전달한 것이다. 지사장들은 카톡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조합원들에게 이를 공지했다. 당시 지부는 임금교섭이 결렬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벌이던 시기였다. 지부는 "김 이사장이 노조를 겁박하는 내용의 면담자료를 찬반투표 중 공지한 것은 파업반대에 기표하도록 유도한 것으로 이는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부당하게 개입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관악지청측은 관악지청장 발언의 일부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관악지청 관계자는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파업 전 노사가 교섭을 통해 노력해 줄 것을 당부한 것이 주요지였는데, 사측이 그들에게만 유리한 내용 일부를 공지해 오해가 생긴 것 같다"고 해명했다. 사측도 일부만 발췌해 공지한 것을 시인했다. 그는 "해당 직무 담당자가 지사장들과 공유하기 위해 공지한 것인데, 일부 지사장들이 조합원들에게 공개하는 돌출 행동을 하면서 논란이 커졌다"며 "이사장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김봉섭 지부장은 "공문 담당자는 부임한지 얼마 안돼 노사관계를 알지 못하는 사람으로 이번 일은 김 이사장의 승인이나 묵인 없이는 벌어질 수 없다"며 "김 이사장은 노조를 파트너로 인정하고 부당노동행위를 멈춰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관악지청장도 노사관계를 파행으로 모는 김 이사장의 부당노동행위를 엄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지부는 2012년도 임금교섭이 결렬되자 지난달 18일부터 20일까지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해 조합원 90.3%의 찬성으로 쟁의행위를 가결했다. 이에 따라 오는 11일 첫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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