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우 공인노무사
(노무법인 산재)

업무상질병 확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산재보험법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예고 됐다. 그런데 개정안에는 업무상질병 인정기준뿐 아니라 산재보험급여 관련 고시금액 산정기준 변경 또한 담고 있다. 그 내용은 각종 고시금액 산정기준은 사업체노동력조사라는 통계를 이용하고 있는데, 그 통계의 조사대상이 금년부터 기존 5인 이상 사업장에서 1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되므로 고시금액을 1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된 통계를 활용해 산정하겠다는 것이다.

고시금액의 대표적인 것은 최고보상기준·최저보상기준이다. 현행 산재보험법 제36조3항에서는 최고보상기준을 전체근로자 임금 평균액의 1.8배, 최저보상기준을 2분의 1배로 정하고 있다. 2008년 7월1일 산재보험법이 개정되면서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 알다시피 당시 전부개정은 2006년 노사정 합의의 내용에 의한 것이었다. 그리고 고시금액의 수준(1.8배, 2분의 1배)은 당시 노사정이 합의한 80개 중 하나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고시금액을 어느 정도로 할지 여부를 합의할 당시에는 5인 이상의 통계를 기준으로 했다. 그런데 단지 통계의 조사대상이 확대됐다는 이유로 그 합의 과정을 간과한 채 이번 개정안과 같은 내용을 고용노동부가 입법예고한 것이다.

5인 이상의 통계에서 1인 이상의 통계로 바꾸면 금액의 수준이 기존보다 적어진다. 노동부의 설명자료에도 약 9% 정도 하락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노동부 스스로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입법예고한 개정안 부칙에서 기존에 고시된 금액보다 개정 시행령에 의해 산정된 금액이 적으면 기존금액을 그대로 유지하는 조항을 마련했다. 즉 2013년도 고시금액을 향후 몇 년 동안 계속적으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부칙의 내용은 소극적인 해결책이다. 중요한 점은 노사정이 합의했던 고시금액의 수준 그대로가 유지돼야 하는 것이고 그러한 방법은 조사대상이 확대되더라도 여전히 존속돼야 한다. 1인 이상으로 통계 조사대상이 확대되기는 하지만 그 통계에는 여전히 5인 이상의 통계 또한 계속 발표된다. 굳이 통계를 이유로 최고보상기준·최저보상기준을 바꿀 이유가 없다는 의미다.

만약 보상기준을 변경해야 한다면 다시 노사정이 그 수준을 정하는 것이 맞다. 노동부의 주장대로라면 애초 보상기준을 합의했던 근거 데이터가 변경된다는 것이고, 데이터가 변경된 만큼 다시 논의를 해야 한다.

사실 이런 내용은 지극히 상식적인 것이다. 통계조사가 확대되는 이유로 합의했던 수준의 저하를 가져온다면 적어도 합리적인 다른 방법은 없는지 검토하고 그러한 방법이 없다면 적어도 당시 논의했던 주체에게 통보해 사정을 설명하는 조치가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노동부는 이런 절차를 생략한 채 시행령을 개정해 고시금액을 저하시키려 하고 있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그런데 이것보다 더 큰 문제는 바로 2008년 7월1일 산재보험법 전부개정 이후 두 차례에 걸쳐 이번 시행령 개정과 동일한 통계의 조사대상 확대(기존 상용근로자만의 통계에서 임시·일용 근로자를 포함한 통계로 확대)나 통계 발표주기 변경(기존 매월 발표에서 분기별 발표로 변경)을 이유로 고시금액의 수준 저하가 있어 왔다는 데 있다. 그때에는 이번 시행령 개정안과 같이 부칙 제정 등의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으며 그에 대한 설명조차 없었다. 잘못된 통계활용으로 인해 지난 몇 년 동안 낮아진 '최고보상기준·최저보상기준 금액'이나 '매년 산재 근로자들의 평균임금 증감률'이 고시됐다. 이에 따라 많은 근로자들의 보험급여 저하가 이미 발생됐거나 계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산재보험 급여수준을 결정하는 평균임금은 통계에 의존하는 바가 크다. 통계를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따라 근로자의 보험급여의 크기는 달라진다. 업무상질병 인정기준 확대뿐 아니라 고시금액의 수준을 정하는 것은 산재근로자의 인생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래서 그 수준을 노사정이 합의했던 것 아닌가. 따라서 2006년 합의했던 고시금액 수준의 저하를 가져오는 이번 산재보험법 시행령 개정안은 즉각 재고돼야 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