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훈 기자

덕수궁 돌담길 옆자리 어느새 뚝딱 숲이 우거져 새 한 마리 빠끔 숨었다. 가만 보니 저거 솟대라. 대가리 주둥이 온전치 못하니 그 아침 뭔 난리였나. 장대 허리는 뚝 부러져 저만큼을 겨우 솟았다. 솟대 머리는 날아갔다. 쑥대머리를 해갖고 사람들 난리통 그 앞을 지켰지만 태부족. 장승처럼 버텼지만 쑥 쑥 뽑혀 짐승처럼 사지 들려 경찰서 향했다. 농성촌은 쑥대밭 꼴을 면치 못했다. 쓰레기 더미 위에 화단을 뚝딱 지었으니 저곳은 난공불락의 요새인가, 아니라면 난지도인가. 난리 통에 거기 날아든 새 저것은 마을 지키는 솟대인가, 아니라면 살찐 돼지 향해 날아간 앵그리버드인가. 화가 난다. 다시 그 앞에서 장승 같던 사람들이 주먹 꼭 쥐고 말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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