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일렉트로닉스노조

이달 1일 동부그룹으로 편입된 대우일렉트로닉스가 사명을 ‘동부대우전자’로 바꾸고 가전 명가 부활을 선언했다. ‘대우전자’라는 이름이 다시 등장한 것은 대우그룹 해체 후 채권단에 의해 대우일렉트로닉스로 사명이 바뀐 지 11년 만이다.

대우일렉트로닉스노조도 오는 12일 정기대의원대회를 열어 이름을 동부대우전자노조로 바꾸기로 했다. 동부대우전자라는 회사 이름에는 동부그룹의 계열사임을 명확히 하고 국내 3대 가전업체로 꼽히던 ‘대우전자’ 시절의 명성을 되찾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김광섭(52·사진) 대우일렉트로닉스노조 위원장은 "동부대우전자로의 새 출발에 직원들의 기대가 크다"며 "무엇보다 소속감과 자부심을 되찾을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나둘 팔리는 공장보며 이 악물고 살았다"

김 위원장은 87년 일용공(비정규직)으로 대우전자 광주공장에 첫발을 디뎠다. 1년 뒤인 88년 9월9일 정규직으로 채용되면서 '대우맨'이 됐다. 당시 대우전자 광주공장 노동자수만 3천여명, 인천공장과 주안공장·구미공장 등을 모두 합치면 2만명에 육박했다. 대우전자는 고장이 잘 나지 않는다는 '탱크주의'로 90년대 종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세탁기부터 냉장고·에어컨·TV 등 백색가전과 반도체 부문에서 삼성과 LG에 뒤지지 않는 인지도를 구축했다.

그런데 99년 대우그룹이 공중분해되면서 12개 대우 계열사와 함께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대우 채권단은 대우전자의 반도체를 비롯해 비핵심 사업을 매각하는 1차 구조조정을 추진, 2002년 11월 이름마저 생소한 '대우일렉트로닉스'로 바꿨다.

"대우전자 시절에는 회사 유니폼을 입고 나가면 어딜 가도 '외상'이 되던 시절이었어요. 외환위기가 터지고 삼성자동차와의 빅딜이 추진되더니 우여곡절 끝에 그룹은 해체되고 대우전자도 쇠락의 길을 걷게 됐지요."
회사의 주인 없던 지난 13년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매각이 다섯 차례 무산되는 과정에서 공장은 팔려가고 노동자들은 해고되는 아픔의 시절이었다.

"2년마다 동료들이 떠나가야 했어요. 노조도 상시적인 고용불안 속에서 그저 연명할 따름이었죠."

대우일렉은 TV와 음향기기를 생산하는 구미와 인천공장을 차례로 폐쇄하고 2009년 사업군을 세탁기·대형냉장고·전자레인지 등 생활가전사업부 중심으로 축소하는 구조조정을 마무리 했다. 사실상 국내에서 광주공장만 유일하게 살아남은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노조 대의원에서 실장, 지부장으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이 자리까지 왔다"며 "거대한 조직이 무너지는 과정을 온몸으로 체감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대우일렉은 가전 브랜드인 ‘클라쎄'를 비롯해 중저가·소형 가전에 집중하면서 5년 연속 흑자를 이어가며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런 가운데 동부그룹이 대우일렉을 인수한 것이다.

"채용 끊겨 17년째 신입사원 … 기계보다 사람이 먼저다"

동부그룹은 대우일렉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노조측과 일체의 접촉을 하지 않았다. 동부그룹이 고용은 물론 단체협약까지 승계한 터라 인수과정에서 노사 간 마찰은 불거지지 않았다. 하지만 함께 일할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노조와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는 것은 김 위원장에게 여간 서운한 일이 아니다.

"그동안 매각 과정에서 노조와 접촉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없었어요. 팔리는 입장이다 보니 할 말은 없지만 서운한 부분이 많았죠."

그렇다고 동부와의 노사관계가 어두운 것은 아니다. 김 위원장은 “기계보다 사람에 투자하는 회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계는 1을 투자하면 1만 나오지만, 사람은 1을 투자하면 2가 될 수도 있고, 3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17년 전 신규채용을 끝으로 현재까지 인력충원을 하지 않아 공장에는 현재 17년째 막내생활을 하고 있는 조합원들이 있다. 동부그룹 계열사 평균임금에 뒤처지는 처우를 개선하고, 광주공장 정규직(580여명)의 110%에 달하는 비정규직(650여명)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김 위원장은 주문했다.

동부대우전자는 첨단 종합전자기업을 지향하고 있다. 2017년 매출액 5조원, 영업이익 3천억원 달성을 목표로 삼았다. 김 위원장은 "올해 첫 임금단체협상이 동부그룹과의 관계를 설정하는 지표가 될 것"이라며 "소속감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동부대우전자 노사가 옛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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