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정부 출범 후 처음 맞은 제주 4·3 사건 희생자 위령제에 불참했다. 야당은 대선후보 시절 4월3일을 국가 추모기념일로 제정하겠다던 박 대통령이 당선 이후 제주도와 4·3을 홀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제65주년 제주 4·3 사건 희생자 위령제가 3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4·3 평화공원에서 유족과 도민, 각계 인사 등 1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봉행됐다. 정부를 대표해 위령제에 참석한 정홍원 국무총리는 추도사에서 "4·3 사건으로 안타깝게 희생되신 분들의 영전에 애도의 뜻을 표하며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슬픔을 안고 오랜 세월을 견뎌 온 유가족에게 위로를 전한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박 대통령이 공약한 추모기념일 지정과 4·3평화재단 국고 지원 확대 등은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해 12월11일 제주도를 방문해 "4·3은 제주도민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가슴 아파하는 사건으로 그동안 정부의 많은 관심이 있었지만 부족했다"며 "국가 추모기념일 제정을 비롯해 제주 도민들의 아픔이 가실 때까지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박 대통령은 대선 결과 제주도에서 50.5%의 지지를 받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같은 지역에서 38.3%의 지지를 받는 데 그쳤다.

이날 위령제에 참석한 문희상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약속을 지킨다는 원칙에서 어긋나는 일을 한 것에 대해 심히 유감"이라며 "공약을 했고 꼭 참석하리라 기대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위령제 참석 이후 지역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 대통령이) 제주에 오려고 노력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가위기 상황이고 관례와 의전 등의 문제로 총리가 내려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제주 4·3 사건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0년 제주4·3특별법에 서명하면서 국가 차원의 진실규명이 시작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4·3진상조사보고서를 채택한 뒤 제주도를 방문해 국가권력의 잘못에 대해 유족과 도민에게 공식 사과했다. 노 전 대통령은 2006년 4·3추모제에 참석해 거듭 사과의사를 밝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재임시절 단 한 차례도 위령제에 참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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