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째 인천지하철 부평역에서 기계설비일을 하고 있는 배상훈(51·사진)씨의 작업복은 13벌이다. 1년마다 용역업체가 바뀌면서 그의 작업복도 매년 바뀌었기 때문이다. 배씨는 "한 해에 업체가 두 번 바뀐 적도 있어 12벌이 아니라 13벌"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딸은 매년 회사이름이 바뀌어있는 그의 작업복을 볼 때마다 "아빠는 도대체 어디서 일하는 거냐"고 물었다. 그때마다 배씨는 쓴웃음만 지을 뿐이었다.

그랬던 그가 이제 인천교통공사 마크가 선명하게 찍힌 작업복을 입을 수 있게 됐다. 1일자로 용역업체가 아닌 공사에 직접고용됐기 때문이다. 배씨는 이날 <매일노동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맨날 딸아이가 '아빠는 (인천교통)공사에서 일하는게 맞냐'고 물어왔는데, 이제부터는 작업복을 보란듯이 베란다에 걸어놓고 자랑할 수 있게 됐다"며 뿌듯해했다.

배씨를 비롯해 공사내 청소와 시설관리를 담당하는 간접고용 노동자 265명은 이날부터 2년간 기간제로 근무하다가 2년 뒤에는 전원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다. 그는 "공사에서 (기간제로) 2년을 앞세우긴 했지만 오늘부터 65세까지 무기계약직이나 다름없다"며 "지금 내 나이 51세니까 노후대책은 확실히 됐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급여는 민간위탁 당시 임금을 그대로 받게 되지만 배씨는 급여인상보다 정년을 65세까지 보장받을 수 있게 된 것이 더 반갑다.

"용역생활을 오래하다보니까 임금보다도 고용불안 문제가 더 심각해요. 고용이 안정되면 임금 문제나 복지문제야 노조활동도 하면서 차츰 개선시킬 수도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배씨는 무기계약직 전환에 대해 아쉽게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이 아닌 '반규직'이라고 얘기하시는 분들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매년 새로운 용역업체와 계약서를 작성해야 하는 12월마다 잘릴지, 안 잘릴지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10년을 살아 온 사람들에게 무기계약직 전환은 그야말로 '할렐루야'나 다름없어요."

8년 전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고용불안 문제를 해소하고자 전국시설관리노조 인천지하철지부를 만들기도 했던 배씨는 "우리의 사례가 다른 비정규직들에게 빨리 적용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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