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근로복지공단 2012년도 소송상황 분석(2013년 3월)을 보면 공단 실무의 문제점이 잘 드러난다. 지난해 전체 행정소송 3천814건 가운데 확정된 사건은 1천547건이다. 1천547건 중 일반적 산재소송인 보험급여(유족급여·요양급여·장해급여·기타) 사건은 1천451건이며, 공단 패소율은 16.3%다.

소송통계에 따르면 전심(심사위와 재심사위)을 경유한 공단 패소율은 18.1%(171건), 미경유 패소율은 13.3%다. 업무상질병이 통상 재심사위를 경유하는 현실을 볼 때 재심사위 경유사건의 패소율은 19%로 높다. 즉 업무상재해 행정심판 절차의 두 기관인 심사위와 재심사위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두 기관에서 걸러내고 취소해야 할 것을 법원이 대신하는 것이다. 결국 평균 패소율보다 더 높은 전심 경유 패소율은 두 기관의 존재 의의를 의심케 한다.

업무상질병 관련 소송현황을 보면 공단 패소율은 17.9%다. 2011년에 비해 8.8.%포인트 증가했다. 그중 뇌심혈관계질환 패소율은 18.6%로 상당히 높다. 10건 중 2건 가까이가 공단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된 것이다. 질병판정위원회를 거친 사건도 15.2%의 패소율을 보인다. 이 가운데 뇌심혈관계질환 패소율은 17%로 55건이다.

지난해 확정된 251건의 행정소송 패소사건의 유형을 보면 뇌심혈관계질환의 업무상재해 여부 69건(27.5%), 작업시간 중 사건 72건(28.7%), 출퇴근사고 9건(3.6%), 척추·근골격계질환 20건(8%), 직업성암 2건(0.8%), 진폐 29건(11.6%), 자살 6건(2.4%), 출장·행사·회식 중 사고 10건(4%) 등이다.

패소율이 증가한 원인은 업무상재해의 법리 판단에 있어 공단의 기준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공단은 251건 중 ‘사실관계와 증거판단의 견해차이’로 인해 211건, ‘법령해석의 견해차이’로 인해 40건이 발생했다고 분석한다. 법령해석의 견해차이라는 것은 업무상재해의 인정기준에 있어 고용노동부 고시와 공단 지침 및 행정해석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공단의 기준이 법원의 확립된 견해에 반하는 위법성이 존재한다.

가령 뇌심혈관계질환에 대한 노동부 고시(2008-43호)의 기계적인 적용으로 인해 불승인이 남발된다. 공단의 패소요인 분석을 보면 "뇌심혈관계질환에 있어 기존질환이나 고혈압·흡연 등의 위험인자가 있는 경우 업무상사유라 할지라도 과로 및 스트레스 여부를 엄격히 판단해 기존질환이 자연경과에 의해 발현됐다고 인정되는 경우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아니함"이라고 명시돼 있다.

외상과 결합된 근골격계질환에 있어서도 "명백한 외상이 있다고 하더라도 외상의 정도가 경미하거나 퇴행성 변화가 있을시 기존질환의 악화로 보고 불승인한다"고 밝히고 있다. 근골격계질환의 경우 신체부담업무를 엄격히 판단하고 퇴행성 질병의 경우 불승인한다. 이런 기준은 판례 법리와 배치되는 기준일 뿐이다.

자살사건에 있어서도 공단은 정신과적 질환이나 치료경력이 없으면 거의 불승인한다. 역시 법령의 문구에 반하고 법원 판단기준과 배치된다. 공단은 통근재해에 대해서는 업무지의 특수성이나 거리 등으로 인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불가능할 경우에 예외적으로 업무상재해로 인정하는 법원 기준을 수용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공단은 진폐증의 평균임금 산정사건에어 '직업병에 걸린 근로자의 평균임금 산정관련 업무처리 지침(2008-39호)'을 기계적으로 적용한다. 진단 이전 평균임금을 산정할 수 있는 경우에 그것이 당해 근로자에게 유리해도 이를 배제하고 진단일 기준 특례임금을 적용한다. 법원의 평균임금 법리에 반하는 해석이다. 공단은 이런 명백한 사안으로 지난해 9건 패소했다.

위법한 지침과 고시·행정해석으로 인한 피해는 모두 노동자에게 돌아간다. 그나마 쟁송으로 구제된 노동자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산재사건으로 한 가족이 무너지는 현실을 감안하면, 위법한 지침과 고시는 살인병기일 뿐이다. 판례의 합리적 수용이 그렇게 어려운지 노동부와 공단에 묻고 싶다.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지도 아울러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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