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잇단 장·차관 인사실패에 대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발표 주체와 방식·시기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3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허태열 청와대 비서설장 명의의 대국민 사과문을 대독했다. 허 비서실장은 사과문에서 "새 정부 인사와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인사위원장으로서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인사검증 체계를 강화해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의 사과문 대독은 17초로 끝났다.

청와대의 사과문 발표는 이날 오후 열린 고위 당·정·청 워크숍을 앞두고 경색된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관계복원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김 대변인은 사과 입장 표명이 전날(29일)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사과문 발표는 새누리당 지도부의 요청을 박근혜 대통령이 받아들임으로써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워크숍에서 인사실패에 따른 청와대 책임론을 강력히 제기할 것으로 예상되던 새누리당의 목소리는 당초 예상보다 상당히 누그러졌다. 민정수석에 대한 경질론도 제기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야권의 분위기는 다르다. 10여명이 넘는 고위공직자 인사실패에 대한 사과를 청와대 비서실장이 하는 게 적절하냐는 지적에서부터 대변인 대독을 통한 주말 깜짝 사과도 대국민 사과라는 형태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김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주말을 이용해 사과를 하는 것도 그렇지만, 인사실패에 대해 누구 한 사람 책임지지 않고 사과문 대독으로 넘어가려는 청와대의 행태는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며 "박 대통령이 직접 사과하고 인사담당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홍성규 통합진보당 대변인은 "당·정·청 회의를 앞두고 주말 오전에 급하게 발표한 사과문은 새누리당 내부의 비판적 목소리에 대한 강한 경고메시지로 보인다"며 "국민들은 박 대통령의 직접사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안 진보정의당 부대변인은 "박근혜 정부는 인사낙마 사태를 계기로 밀봉인사와 불통정부를 넘어 국정운영을 쇄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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