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호
울산저널 편집국장

중앙일보나 매일경제나 둘 중 하나는 오보를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

28일 중앙일보와 매일경제는 정치면(중앙 7면·매경 5면)에 청와대 불교모임인 ‘청불회’ 회장 관련 기사를 실었다.

매일경제의 보도만 보면 청불회장으로 거론되는 유민봉 국정기획수석을 평가하면서 “유 수석은 상당히 깊은 불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썼다. 이를 두고 매일경제는 넘겨짚은 보도가 아니라 확인된 팩트라도 되는 듯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의 입을 직접 빌려 “신중하게 보도를 하기 바란다. 청와대 안의 불교 신자들이 유민봉 국정기획수석을 회장으로 하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썼다.

매일경제 보도만 보면 유민봉 수석은 영락없는 ‘독실한 불자’다.

그러나 중앙일보 보도는 영 딴판이다. 중앙일보는 김영삼 정부 시절 박세일 당시 사회복지수석이 주도해 만들어 초대 회장을 맡았다는 청불회의 역사까지 거론하면서, 유민봉 수석의 청불회장 선임을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현재 청와대 안에 장관급 3명과 수석급 9명 등 모두 12명의 청불회장 대상자 가운데 기독교 신자만 8명 있고, 나머지 4명은 무종교(無宗敎)라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청와대 내 불교신도들은 기독교인이 아닌 4명 가운데 무종교인 유 수석을 신임 청불회장으로 추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삶의 철학과 학문적 배경이 불교와 가깝다는 이유에서다”라고 보도했다.

중앙일보 보도대로 하면 유민봉 수석은 종교가 없는 셈이다. 이는 ‘깊은 불심이 있다’는 매일경제 보도와는 서로 다르다.

불교에 대한 홀대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청불회가 태어났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구나 이명박 정부 때 기독교 장로 출신의 대통령 때문에 청와대는 내내 불교계와 불편했던 기억도 생생하다.

청와대는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8년 8월 불교계가 기독교 편향에 항의하며 조계종 총무국장 등이 단식 투쟁하자 청불회장을 보내 달랬고, 2010년 3월 조계종 4대강 사업의 중단을 촉구하자 당시 청불회장이던 박재완 국정기획수석이 매달 정기법회를 봉행하겠다며 불교계를 달랬다.

암튼 한국의 주요 일간지 두 곳이 같은날 같은 정치면에 멀쩡한 유민봉 수석을 ‘독실한 불자’와 ‘무종교인’으로 썼다. 둘 중 하나는 오보다.

여기서 힌트 하나, 매일경제는 유민봉 수석이 불자임을 밝히는 부분에서 “깊은 불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이 문장 서술어에 주목한다.

기자들이 자주 남발하는 ‘~알려졌다’는 서술어의 정확한 뜻은 “~일 것도 같은데 사실은 모르겠다”다. 그러나 독자들은 남발되는 ‘알려졌다’를 사실로 받아들인다. 제대로 된 기자라면 ‘알려졌다’는 기사를 쓸 때마다 스스로 자책해야 맞다.

청와대도 잘못이 있다. 집권 초기부터 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자주 받아 온 청와대가 비록 사소한 문제라고 정확한 팩트를 확인해 줘야 한다. 불자도 아닌 사람을 청불회장으로 앉히겠다는 청와대를 향해 불교계가 오해의 불씨를 피울 수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6명의 줄낙마 사태로 청와대 인사검증에 대한 비판이 야당은 물론이고 새누리당 안에서도 불거진 상황에서 구중궁궐에 갇힌 청와대가 이런 작은 것 하나마저 애매하게 흘리는 정도라면 문제가 심각하다.

고유명사가 돼 버린 ‘별장 성접대’ 보도도 마찬가지다. 진보든 보수든 언론은 세간의 관음증을 해소할 공명심에 젖어 마구 파헤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알려졌다’는 수준에 그치고 만다. 언론이 성적 관음증 해소에만 매달리는 통에 사건의 본질은 길을 잃었다. 그나마 서울신문이 27일 접대의 주역인 건설업자 윤씨가 동대문에 대형빌딩을 지으면서 70억원대의 자금을 횡령해 피해자들이 10년째 고통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서울신문은 28일에도 8면에 윤씨가 이 빌딩 공사에서 횡령한 돈으로 2003년 총경급 경찰에게 돈을 줬다고 보도했다. 성접대는 도구일 뿐 본질은 이권 취득이다.

울산저널 편집국장 (leejh6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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