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공공부문 정책 전반이 대선공약 때보다 삭제되거나 후퇴·변질된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 정책은 공공부문의 공공성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구체화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공운수정책연구원 산하 사회공공연구소가 21일 이 같은 내용의 이슈페이퍼를 내놨다.

박근혜 정부 공공부문 대선공약과 국정과제를 비교분석한 김철 연구위원은 "박근혜 정부의 공공부문에 관한 대선 공약 34개 가운데 내용삭제는 6개, 내용후퇴·변질은 10개, 내용 구체화는 12개"라고 밝혔다.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공약 대부분 '후퇴·변질·삭제'=보고서에 따르면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의제에 속한 공약들이 대부분 후퇴·변질되거나 삭제됐다.

아동안전·돌봄, 다문화 가족·장애인 지원, 초등학교 환경 미화 등 사회공헌형 일자리를 80%로 확대하겠다는 공약이나 '사회공헌활동 기부은행' 설립공약은 국정과제에서 아예 삭제됐다. 고졸·지역인재·장애인 채용을 확대하겠다면서도 이를 공공기관·공공부문에서부터 시행하겠다는 부분은 쏙 뺐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관련 공약에서는 '공공부문부터 상시·지속적인 업무에 대해 2015년까지 정규직 전환'하겠다고 했지만 국정과제에서는 '2015년'이라는 기한이 삭제됐다. 대기업의 정규직 전환을 유도하겠다는 내용도 빠졌다. 대선기간 노동계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던 '공공부문 비정규직 해소' 공약이 선거용이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임금피크제와 연동한 '정년 60세 연장 법제화'나 대기업과 공공부문에서 근로시간을 단축해 청년일자리 창출을 연계하는 '일자리 나눔형 근로시간 단축 프로그램 운영' 공약도 대거 후퇴했다.

일자리 나눔형 근로시간 단축 프로그램 운영은 '일자리 나누기를 지원한다'는 식으로 변경됐고, 정년 60세 연장 법제화는 '고용지원금제도 개편 등을 통한 자율적 정년연장 유도'로 바뀌었다.

'대화와 상생의 노사관계 정착'을 주요하게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공공부문 노사관계 문제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는 지적이다. 공약에서는 노사정위원회 논의를 토대로 노조활동 보장과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제도개선 등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국정과제에서는 사회적 대타협을 강조하는 정도에 그쳤고 오히려 전근대적인 불합리·불법행위 근절과 법위반시 엄정조치라는 표현이 강조됐다. 또 대통령과 노사대표가 직접 논의하고 대통령 직속 노사협의회를 구성하겠다는 표현은 통째로 삭제됐다.

◇"민영화 추진 언급은 없지만…"=공공부문 개혁과 투명경영 강화를 위해 마련한 공약들도 후퇴되긴 마찬가지다.

공무원 및 공사의 채용과정에서 인사비리·낙하산·회전문 인사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장관의 인사권 보장 및 인사권 분권화를 약속했지만, 정부 산하 공공기관장 인사를 책임질 청와대 인사위원회는 청와대 측근들로 채워졌다. 그동안 성과에 초점을 맞춰 공공서비스 질 하락을 초래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공공기관 경영평가 제도도 사실상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공연·영상분야 스태프 처우 개선, 시·도립 문화예술단체 최저임금보장 등 노동기본권 보장이 핵심이던 문화예술관련 공약은 예술분야 공공기관 운영 합리화 및 국립예술단체 경쟁력 강화로 변질됐다. 오히려 노동통제 강화 방안으로 바뀐 셈이다.

공약이나 국정과제에는 '공기업 민영화'가 언급되지 않았지만 각 부처 인수위 업무보고 등에서는 철도·전력·가스·공항·물 등의 사유화 추진이 암시돼 있다. 실제 지난달 22일 지식경제부가 확정한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에서는 신규 발전설비를 건설할 12개 기업 중 공기업은 4개사이고 민간기업은 8개사라고 언급한 바 있다. 사실상 전력산업 민영화 계획이라고 볼 수 있다는 얘기다.

김 연구위원은 "적어도 공공부문에 관한한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으로 변했다"며 "공공부문에 대한 정책지향을 공공성 확보 및 강화로 하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해 부족한 공공부문 공약을 보완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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