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현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

노동운동이 전반적으로 후퇴되는 조건하에서 노동이 배제된 박근혜정부의 집권은 노조의 전면적 혁신과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기본권 후퇴, 사회공공성 훼손, 노조 계급적 대표성 후퇴, 조합원 실리주의화 등 과제는 산적한 데 비해 이를 이끌어갈 지도력은 취약하기만 하다.

민주노총이 새롭게 선출할 7기 지도부는 분산되고 흩어진 역량을 결집시키는 통합력과 더불어 새로운 민주노총의 비전과 과제를 분명히 제시해야 할 것이다. 그 핵심은 미조직·비정규 전략조직화이며 이는 미조직·비정규 전략조직화가 노동운동의 대표성, 조직력 확대, 사회적 영향력 강화를 위한 관건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의를 제기할 집단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민주노총은 항상 미조직·비정규 전략조직화와 투쟁을 수행하지 않았던가. 50억 기금의 모금, 이랜드 투쟁의 전조직적 집중, 비정규입법투쟁에서 10차례가 넘는 총파업 수행, 미조직·비정규특위 구성과 2기에 걸친 전략조직화 사업 등 2000년대 들어 민주노총은 담론 측면에서 비정규 투쟁과 조직화에 집중했다. 문제는 담론이나 사업의 배치에서는 전략조직화를 수행했음에도 민주노총이 왜 이를 전면화하지 못했는가다.

나는 그 핵심을 지도부가 비전과 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구조와 역량의 배치를 실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기존의 관성적 조직구조와 체계를 극복하기 위해 내부 성원을 설득하고 동의를 이끌어내는 데 실패했다. 다양한 과제 중에서 중심과제 위주로 내부를 재배치하고 조직구조를 혁신하지 못했다. 어느 지도부든지 전략조직화를 얘기했지만, 그때그때 등장하는 현안투쟁에 밀려 전략사업에 집중하지 못했다. 결과는 지금 보는 바대로 민주노총은 1천700만 전체 노동자의 구심이라기보다는 정규직 중심의 전투적 실리주의 집단으로 왜소화되고 말았다.

그런 점에서 새로 선출될 7기 지도부는 기존의 관행과 단절된 새로운 비전의 지도력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미조직·비정규 전략조직화를 말로서가 아니라 실제 사업의 최우선 순위로 선정하고 인력과 예산을 집중시켜야 한다. 사무총국 성원에 대해서도 지도부의 분명한 비전을 제시하고 동의시키고 조직체계를 혁신해야 한다. 가맹 산별과 산하 지역본부에 대해서도 전략적 비전을 제시하고, 더불어 이를 공동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통합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민주노총 중앙이 혼자 하는 전략조직화가 아니라 산별, 지역본부가 함께 수행하도록 조직문화를 혁신해야 한다. 문서로만 존재하는 지침이 아니라 현장에 살아 움직이는 지침이 되도록 지도부부터 솔선수범해야 할 것이다.

전략조직화가 미조직·비정규실이나 미조직·비정규특위, 담당 부위원장만의 사업이 돼서는 안 된다. 지도부 전체의 비전으로 구체화하고, 이에 걸맞은 인력, 예산을 집중해야 사업에 힘이 실리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지도력이다. 사무총국뿐만 아니라 가맹산하 조직 전체에 이를 전면화하도록 만드는 것이 바로 올바른 지도력이다. 낡은 부서이기주의나 관행을 혁파하고 핵심 과제와 비전에 집중하도록 만드는 것이 변혁적 지도력이다. 보다 분명하게 이를 지도부부터 천명하고 전조직이 이를 실천하도록 만드는 것이 지도력이다. 많은 장애와 숱한 난관이 있을 것이다. 또 사업과 인력을 집중한다고 성과가 당장 눈에 띄지 않을 수 있다. 또한 많은 당면의 현안과제들이 등장하면서 총연맹이 역할이 요구될 것이다. 이럴 때 지도부의 역할이 중요하게 대두된다. 미조직·비정규 전략조직화를 중심으로 해서 집중점을 만들어나가고 총연맹이 총연맹답게 사업을 수행하도록 역할과 위상을 재조정하는 것도 필연적으로 요구된다. 모든 사업에서 가맹 산별과 지역본부가 주관이 돼 수행해야 할 역할과 총연맹이 집중해서 성과를 보아야 할 과제를 재정립해야 할 것이다. 전략적으로 분명한 비전과 침로를 견지하면서 집중해야 할 역할과 과제를 지속적으로 수행하도록 만드는 것이 올바른 지도력이다. 지금 민주노총의 새로운 지도부에게 요구되는 역할은 바로 그러한 비전을 제시하고 실천할 지도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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