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이 5천원도 안 돼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8월 대선을 앞두고 열린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 토론회에서 한 말이다. 박 대통령은 서민 상식퀴즈 코너에서 "법정 최저임금이 5천원이 좀 넘는 것 아니냐"고 답변했다가 정답(2012년 최저임금 4천580원)을 알고 깜짝 놀라며 이렇게 말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최저임금 정책은 달라질 수 있을까.

"최저임금은 확실히 하겠다."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2일 오후 한국노총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 말이다. 방 장관은 "열심히 일해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근로자들의 고용과 복지의 연계를 위해 최저임금을 올리겠다"고 강조했다. 최저임금은 노사단체와 공익 등 3자 협상으로 결정한다.

그런데 협상이 시작되기도 전에 주무부처 장관이 최저임금 인상을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방 장관의 이날 발언은 최저임금만큼은 확실히 올리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의지를 강도 높게 표명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올해 최저임금은 얼마나 올릴 수 있을까. 박근혜 대통령은 최저임금 미만 사업장에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는 공약을 밝혔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액수를 밝히지 않았다. 다만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합에 소득분배 조정분을 더한다"는 일반적인 공식만 언급했다.

공약대로 경제성장률과 소비자물가의 합계 수준 이상으로 올린다면 일단 현재 5% 안팎인 최저임금 인상률보다는 높아진다. 게다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연 평균 8%대의 최저임금 인상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최저임금 4천860원에서 8%를 인상하면 5천200원이 된다.

노동계는 "5천910원은 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노동자 평균임금(5인 이상 상용직 정액급여)의 50% 수준이다. 올해 최저임금보다 1천50원(21.6%) 올라야 가능한 액수다.

양대 노총이 속해 있는 최저임금연대는 협상을 앞두고 두 차례 회의를 개최했다. 다음달 2일께 내년 최저임금 인상 요구안을 확정하고 같은달 중순에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가계부채와 소득불평등이 어느 때보다 심각해 박근혜 정부도 최저임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5천원도 안 되는 최저임금을 고작 8%대로 인상하겠다는 것은 생색내기"라고 꼬집었다.

한편 참여정부 때 연도별 최저임금 인상 폭은 9.2~12.3%로 비교적 높은 수준이었는데, 이명박 정부에서는 2.75~8.3%로 상승 폭이 크게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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