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크리스마스 새벽 2시에 순대 80인분을 사서 회사에 들어갔습니다. 야근 중인 직원들 먹으라고요. 그런데 300명이 넘는 직원이 그 시간까지 일하고 있더군요. 순대가 모자라 야식을 더 시켰습니다. 우리 회사엔 근무시간이 따로 없어요. 일주일에 70시간이라도 스스로 즐기면서 일하는 것, 그것이 우리 기업의 경쟁력이죠.”

서정진 (주)셀트리온 대표의 말이다. 인천광역시 연수구에 위치한 바이오 신약 개발업체 셀트리온은 지난 2002년 창업 이래 매년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다. 2010년 1천890억원이었던 매출규모는 지난해 3천489억원으로 불어났다. 회사의 성장은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 3년 연속 40%대의 고용증가율을 기록했다.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이 12일 취임 후 첫 현장방문 사업장으로 셀트리온을 선택한 이유 역시 이 회사가 갖고 있는 높은 고용창출력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가 강조한 ‘창조경제를 통한 일자리 창출’ 목표에 걸맞은 사업장인 셈이다.

2011년 노동부로부터 ‘노사문화 우수기업’ 표창을 받은 셀트리온은 무노조 사업장이다. 채용과 승진에서 남녀 차별을 없애고, 높은 수준의 사내복지 혜택으로 노조가 할 일을 회사가 대신하고 있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서정진 대표는 “우리 회사는 전 직원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해 의욕을 높이고 성과를 보상한다”며 “종업원이 투쟁을 해야만 무언가를 내놓는 회사는 잘못됐다”고 강조했다.

셀트리온의 가장 큰 자랑은 출·퇴근 시간이 따로 없다는 것이다. 지각이나 조퇴도 따로 체크하지 않는다. 쉬고 싶은 직원은 팀장의 허락을 받으면 된다. 이는 바꿔 말하면 사업장에 적정 노동시간에 대한 규제가 없다는 뜻이다. 서 대표는 “우리 직원들은 모두 근무시간이 길다”며 “키포인트는 종업원의 자발적 근로가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직원 개인의 행복도를 높이고 있다는 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발적인 장시간 노동이 기업의 성장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직원들에게 분배되는 선순환 구조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기업운영방식에 우려를 보냈다. 박태주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대부분의 장시간 노동은 자발적인데, 그 이유는 일한 만큼 보상이 주어지기 때문”이라며 “자발적이냐 비자발적이냐보다 중요한 것은 근로기준법이 정한 적정 노동시간을 지켜 노동자를 보호하는 것이고, 이를 도외시하는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노사·사회정책본부장도 "장시간 노동을 조장하고 노동자들의 노동력을 소모시키는 운영방식은 지속가능할 수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에 1주일에 52시간 이상 일하지 말라고 명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 본부장은 이어 "노동부는 법을 어겨 장시간 노동을 조장하는 기업을 관리·감독 하라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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