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신
|한국비정규|
노동센터 소장

3월20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위기의 심연에서 헤어날 줄 모르는 민주노조운동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자리다. 관전 포인트는 여러 가지다. 낡고 무기력한 정파 담합 구도를 깰 수 있을지, 공조직으로서 의사결정과 집행의 정상화를 이뤄낼 리더십이 형성될 수 있을지, 새로운 노동운동의 주체를 창출할 전략적 청사진이 마련될 수 있을지, 폐허처럼 무너져내린 노동정치의 복원이 어떻게 가능할지 등등. 무엇보다 정규직 이기주의 이데올로기 사슬에 사로잡힌채 계급대표성을 잃은 민주노총의 실추된 권위와 신뢰를 회복할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겠다.

어느 후보 진영이 지도부로 당선되든 특단의 대책 없이는 민주노총이 제대로 된 내셔널센터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으리란 건 자명한 사실이다. 그야말로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원점에서 초심으로 출발해야 한다. 그럴 때만 IMF 외환위기를 분기점으로 본격화된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으로 말미암아 고착화된 비정규노동 체제를 혁파하고 노동운동의 활로를 다시 개척할 수 있다. 소탐대실의 우를 다시는 범해선 안된다. 자본과 정권에 책임을 떠넘기며 면피해온 비겁한 행태도 극복해야 한다. 온몸으로 밀어가는 자기 혁신의 진정성만이 조합원들과 미조직 노동자들의 참여와 [민주노총 전략조직화 평가위원회 연속기고-1.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민주노총이 다시 살아나려면

3월20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위기의 심연에서 헤어날 줄 모르는 민주노조운동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자리다. 관전 포인트는 여러 가지다. 낡고 무기력한 정파 담합 구도를 깰 수 있을지, 공조직으로서 의사결정과 집행의 정상화를 이뤄낼 리더십이 형성될 수 있을지, 새로운 노동운동의 주체를 창출할 전략적 청사진이 마련될 수 있을지, 폐허처럼 무너져 내린 노동정치의 복원이 어떻게 가능할지 등등. 무엇보다 정규직 이기주의 이데올로기 사슬에 사로잡힌 채 계급대표성을 잃은 민주노총의 실추된 권위와 신뢰를 회복할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겠다.

어느 후보가 되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어느 후보진영이 지도부로 당선되든 특단의 대책 없이는 민주노총이 제대로 된 내셔널센터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으리란 건 자명한 사실이다. 그야말로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원점에서 초심으로 출발해야 한다. 그럴 때만 IMF 외환위기를 분기점으로 본격화된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으로 말미암아 고착화된 비정규노동 체제를 혁파하고 노동운동의 활로를 다시 개척할 수 있다. 소탐대실의 우를 다시는 범해선 안 된다. 자본과 정권에 책임을 떠넘기며 면피해온 비겁한 행태도 극복해야 한다. 온몸으로 밀어가는 자기 혁신의 진정성만이 조합원들과 미조직 노동자들의 참여와 지지를 다시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을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한다.

한국 사회의 노동시장 양극화는 극단적으로 진전돼 노동운동 입장에서는 치욕적인 1천만 비정규 노동자 시대를 맞았다. 그 수많은 비정규 노동자들 중 노조로 조직된 비중은 2% 내외에 불과하다. 압도적 다수의 비정규 노동자들이 미조직 상태로 노동기본권에서 배제된 채 노동인권의 사각지대에서 고통 받고 있다. 임금을 비롯한 정규·비정규직 간 기업복지 격차는 여전하고, 4대 보험을 비롯한 사회복지도 그 격차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런 조건에서 대공장·공공부문 정규직 노조 중심의 민주노총이 자기 밥그릇만 챙기는 이익단체로 치부되는 건 필연적이다. 근본적인 성찰과 철저한 반성을 바탕으로 한 실천적인 전략과 대안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이제 아무도 민주노총의 혁신을 믿지 않는다. 이제는 더 이상 말의 성찬으로 그치고 몸통은 변하지 않는 모습은 용납되기 어렵다. 이번을 정말 마지막 기회로 여기고 절치부심해서 뿌리부터 대전환해야 한다.

미조직·비정규 조직사업 전면에 배치해야

위기가 심각하고 전면적인 만큼 민주노총이 살 길은 간명하다. 선택과 집중을 분명히 해야 한다. 전략적 판단 없이 이 눈치 저 눈치 보다 보면 결국 자멸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무너지고도 정파의 입김에 무시로 흔들리고 임기응변과 대증요법에 기댄다면 민주노총이 역사의 시효를 다하고 청산의 대상이 되는 건 시간문제다.

숱하게 지적된 계급대표성 상실을 회복할 방도는 복잡하지 않다. 전략조직화를 핵심으로 한 중장기 로드맵을 만들고 조직문화 혁신을 비롯한 체질 개선 전략과 유기적으로 조응하는 방식으로 실행해 들어가면 된다.

가장 먼저 비정규직-중소영세사업장-이주노동자 조직화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사람과 예산을 집중할 수 있도록 사무총국 체계를 비롯한 사업집행의 틀을 완전히 뒤바꿔야 한다. 미조직 비정규직 조직화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책임지고 집행할 전략 기구를 설치해 각 분야의 최정예 활동가와 전문가를 배치해야 한다. 부문사업으로 치부돼온 미조직·비정규 사업의 위상을 전략적 지위로 격상시키고 그에 걸맞은 체계 구축을 이뤄내야 마땅하다. 이번 지도부 임기내 최소한 전체 사무총국 인원의 3분의 1 이상이 미조직·비정규 사업에 집중 투입돼야 한다. 5년 이내 50% 수준으로 미조직 비정규 사업 예산을 목적의식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이미 전국적 투쟁 요구와 법제도 개선 요구는 비정규직 관련 사안이 대부분이다. 기획·조직·정책·선전·교육·연대·정치 사업 전반이 비정규직 의제를 매개로 입체적이고 유기적으로 결합되고 통일되려면 사무총국 핵심 역량이 이 전략기구를 중심으로 배치돼야 한다. 절반 이상의 노동자가 비정규직인 마당에 이런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다면 차라리 문을 닫는 게 현명하다. 민주노총이 다시 살아나려면 그간의 관성과 사업 작풍을 부정하고 비정규 미조직 사업에 자신의 명운을 실제로 걸어야 한다. 그것 외에 다른 활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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