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지난달 28일 닉 라일리 전 한국지엠 대표이사를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위반으로 확정 판결하고 벌금 700만원을 부과했다. 2005년 4월 노동부가 한국지엠 6개 사내하청업체 847명을 불법파견으로 검찰에 고발하자 2006년 12월 창원지검이 기소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런데 2006년 7월 울산지검은 한국지엠보다 앞선 2004년 9월 노동부가 불법파견 판정을 했던 현대자동차 127개 사내하청업체 9천234개 공정에 대해서는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금속노조 현대차비정규직지회는 6년에 걸친 소송전쟁으로 2010년 7월 대법원으로부터 "현대차는 불법파견"이라는 판결을 받았다. 이에 따라 금속노조와 지회는 2010년 8월 현대차 정몽구 대표이사를 비롯한 하청업체장을 파견법 위반으로 다시 고소·고발했다.

아직까지 검찰 수사는 답보상태다. 무슨 거창한 기획수사를 하는 것도 아닌데 사법적으로 확정했고, 준사법기관인 노동위원회도 인정한 현대차 불법파견을 3년째 조사만 하고 있다.

 
현장조사 반복은 증거은폐 위한 도구

검찰 수사는 위법사실을 은폐할 명분과 시간을 주기 위한 것처럼 보인다.

현대차는 검찰이 수사를 끌고 수차례 현장조사를 하는 동안 매번 조사 결과를 근거로 불법파견 흔적을 지우려 했다. 촉탁계약직(단기기간제) 투입, 비정규 노동자 강제 전환배치, 신규채용 후 공정재배치로 불법파견 판정 핵심 기준인 ‘정규직-비정규직 혼재성’을 약화시켰다. 지금도 현대차는 일방적인 하도급계약 해지로 공정블록화를 시도하고 있다. 검찰이 조사를 해서 불법파견 혐의를 발견하면, 곧바로 현대차가 공정개선 명목으로 은폐하고, 검찰이 재조사해서 개선(은폐) 여부를 확인하고, 그래도 남아 있는 혐의가 있으면 현대차에게 알려 주려는 것처럼 보인다. 결국 조사 횟수가 늘어날수록 불법파견이 조직적·체계적으로 은폐되는 것이다.

실제 이런 사례가 이마트에도 있었다. 얼마 전 장하나 민주통합당 의원이 공개한 ‘2011년 노동부의 유통업종 사내하도급 실태점검에 대해’라는 자료를 보면 신세계 경영지원실이 노동부 집중 근로감독에 대비해 불법파견 증거를 은폐하고 2011년과 지난해 노동부 불법파견 조사를 피해 간 사례가 자세히 나와 있다. 이마트처럼 전체 윤곽을 볼 수 없지만 검찰조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지회가 입수한 울산공장 ‘공정배치도-41의장’과 신세계 경영지원실 인사팀에서 작성한 ‘2011년 각 사별 중점 점검사항’이 동일하게 보이는 이유다. 

 
현행범과 공모하는 편파적인 면접조사

검찰의 현대차 구하기는 늑장수사와 현장조사로 그치지 않았다. 이달 4일부터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은 검찰 지휘를 받아 현대차 정규직·비정규직을 면접조사 했다. 그런데 모두 현대차와 사내하청업체가 추천한 인원을 면접조사했다. 한 인터넷 언론의 최근 기사에 따르면 황명근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은 “원청(현대차)은 반장을 대상으로, 하청(현대차 사내하청)은 업체에서 뽑아 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수사는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고소인인 지회는 항의했다. 그런데도 검찰 지휘를 받은 노동부 조사관은 일방적으로 피고소인에게 면접대상자를 선정해 줄 것을 요구했다. 회사가 지정한 면접대상자들은 면접에 앞서 사전교육까지 받고 면접장으로 간다는 제보가 이어졌다. 공정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검찰이 사실상 파견법 위반 현행범인 현대차 원·하청 업체와 공모해 불법파견 증거를 은폐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증거 인멸 막는 길, 정몽구 사법처리와 현대차 압수수색”

최근 3년 동안 지회 등은 현대차를 3차례 파견법 위반으로 고소·고발했다. 그런 가운데 대법원은 지난해 2월 현대차 불법파견을 최종 확정했다. 2004년 현대차 불법파견 진정 후 노동부 조사를 제외하더라도 법원과 노동위원회가 울산공장 세 차례, 아산공장 네 차례, 전주공장 두 차례 등 아홉 차례를 조사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법원과 노동위는 현대차를 불법파견 사용 사업장으로 재확인했다. 그러나 검찰만 유독 증거가 부족하다며 편파수사를 일삼고 있다.

면접조사 기간 현대차가 불법파견을 은폐하려고 비정규 노동자를 강제로 전환배치해 이에 대한 현장조사를 요구해도 검찰 지휘를 받은 노동부 조사관은 침묵할 뿐이다. 현대차 불법파견에 대한 검찰 조사는 의구심으로 가득 차 있다.

다시 2006년으로 돌아가 보자. 검찰은 노동부가 고발한 현대차 불법파견 고소사건을 무혐의 처리했다. 4년 후 대법원은 동일한 자료를 바탕으로 현대차 불법파견을 인정했다. 검찰의 무혐의 처분이 잘못됐음을 사법적으로 증명한 셈이다.

검찰은 당시 무혐의 판정에 대한 과오를 인정해야 한다. 대법원 판결 직후인 2010년 8월 고소장을 접수했을 때 검찰은 곧바로 현대차를 압수수색하고, 불법파견 관련증거를 인멸하지 않게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그러나 검찰은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시간만 끌다가 현행범과 공모한 편파수사와 면접조사를 했다. 이래서는 현대차 불법파견에 대한 실체적 진실이 밝혀질 리 없다.

대한민국 검찰이 ‘떡검·섹검·스폰서검사’로 욕을 먹은 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검찰에 대한 국민 신뢰도는 바닥이다. 현대차 불법파견 수사로 검찰이 또 한 번 도마에 오를 지도 모른다. 이제라도 공정한 수사를 하겠다고 작심하고 지금 당장 현대차를 압수수색해야 하는 게 검찰이 할 일이다. 공정한 수사 결과에 따라 정몽구 현대차 회장을 비롯한 불법파견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 현대차 비정규 노동자들과 국민은 두 눈 똑바로 뜨고 검찰수사를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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