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윤정 기자

서울지하철노조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노조는 전 집행부가 복수노조를 만드는 등 혼란에 휩싸였다가 지난달 21일 박정규(53·사진) 위원장 당선 이후 새로운 질서를 세우고 있다. 박 위원장은 “현장 중심의 민주노조 건설과 사회공공적 노동운동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5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서울메트로 군자차량기지에 위치한 노조사무실에서 박 위원장을 만났다. 그는 94년 노조 쟁의부장 시절 전국지하철노조협의회(전지협) 파업으로 해고됐다가 97년 복직했다. 이어 99년 역무지부장 시절에 4·19 파업으로 다시 해고됐다. 13년 만인 지난해 6월 복직했다. 그동안 공공운수연맹 수석부위원장과 정치위원장을 맡아 공공부문 조직화와 정치사업을 펼쳤다.

- 복직한 뒤 노조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자괴감이 들었다. 왜 이렇게까지 됐을까. 노조가 사실상 조합원을 방치하다시피 했다. 공사와 서울시는 현장 무력화를 시도해 왔다. 그리곤 기어코 전 집행부가 현직을 유지하면서 새 노조를 만들더니 조합원 탈퇴운동까지 벌였다. 비상식적인 행위다.”

- 선거 과정이 순탄치 않았는데. 출마를 결심한 이유는.

“많은 조합원들이 상처를 받았다. 그냥 팔짱만 끼고 있을 수는 없다는 주변의 목소리가 많았다. 돌이켜 보면 지난 13년간 해고자였던 나와 처자식을 먹여 살려 준 이들이 (생계비를 지원해 준) 조합원들이다. 조합원들에게 보답할 길을 찾고 싶었다.”

- 노조 정상화를 위한 최우선 과제를 꼽는다면.

“그간 공백기가 있었지만 선거를 거치면서 공식 집행체계는 정상화됐다. 이제는 상처 입은 조합원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선거기간 현장 곳곳을 다니며 들은 말은 분열은 안 된다는 것이었다. 조합원 신뢰를 받는 하나 되는 노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생각이다.”

- 어떤 방법으로 신뢰를 얻겠다는 건가.

“뼈를 깎는 혁신을 통해 현장 중심의 민주노조를 세우겠다. 서울지하철노조는 26년간 조합원의 피와 땀, 희생으로 세워진 소중한 전통이자 자산이다. 민주노조의 자산을 지키며 공기업노조로서 사회적 역할을 재구성하겠다. 이를 위해 조합원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것이다.”

박 위원장은 "조합원의 자긍심 회복을 위해 구조조정 후유증을 털어 내고 골 깊은 인사비리를 뿌리 뽑겠다"고 밝혔다. 예컨대 지난해 말 불거진 673명 규모의 승진비리 사건은 조합원들의 가슴에 응어리로 자리 잡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조합원들이 아파하고 위축돼 있다”며 “자신감과 기운을 심어 주겠다”고 말했다.

- 민주노총과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전 집행부의 민주노총 탈퇴시도는 1심과 2심에서 모두 무효판결을 받았다. 현재 전 집행부 시절 노조 명의로 대법원에 상고된 상태다. 다음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소송취하 절차를 밟을 것이다. 민주노총 역시 쇄신과 혁신을 해야 한다. 조합원과 민중의 지지를 받으며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사회적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하철 공공성을 강화하는 사회공공적 노동운동을 펼칠 생각이다.”

- 올해 가장 시급한 노사 현안은.

“지난해 부결된 임단협 합의사항에 대한 재협상을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정년연장과 퇴직금누진제 등 현안이 산적하다. 조만간 서울시노사정서울모델협의회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현재는 1분기 노사협의회를 요청한 상태다.”

- 서울시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억울한 해고자가 발생했는데.

“7명의 해고자가 발생했다. 진상을 파악해서 해법을 찾을 것이다. 노조는 결코 이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무겁게 바라보고 있다. 억울한 피해가 없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 임기 동안 어떤 노조를 만들 생각인가.

“서울지하철노조가 새롭게 거듭나서 더 이상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지 않도록 하겠다. 사회적 연대를 강화하는 노조가 되겠다. 그간 애정 어린 눈으로 지켜봐 온 이들에게 희망의 불씨가 되는 노조를 만들겠다. 지켜봐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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