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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보험법 시행령 개정안 비판] 1. 만성적 과로개념에 대해
권동희
공인노무사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업무상질병 인정기준 개정안이 나왔다. 방식은 고용노동부 고시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개정이다. 일단 고시(2008-43호) 개정을 통해 만성과로 개념을 수정하는 내용을 살펴본다. 현행 고시는 만성과로를 “3개월 이상 연속적으로 일상적인 업무에 비해 과중한 육체적·정신적 부담을 발생시켰다고 인정되는 업무적 요인이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상태”로 본다. 그 기준은 단기과로의 평가기준인 ‘업무시간 30% 증가, 평소업무시간 등’ 이다. 증가된 업무시간이 30%가 되지 않을 경우 평소의 업무시간이 장시간인 경우에는 거의 불승인됐다. 이는 명백히 판례 법리에 반하는 것이다.

개정안을 보면 종합검토 원칙하에 “업무시간이 12주간 주당 평균 60시간(4주간 주당 평균 64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업무와 발병의 관련성이 강하다”는 점을 고려해 판단한다. 또한 “60시간이 되지 않는 경우라도 업무시간이 길어질수록 관련성이 증가하며, 야간근무는 주간근무보다 더 많은 부담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원래 이 고시는 일본 노재보험을 베낀 것이다. 현행 개정안도 일본 노재보험을 참고해 만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예전이나 지금이나 이상하게 베끼고 있다. 예전에는 통상근무시간을 평소근무시간으로 고쳐 불리하게 만들었고, 현재는 만성적 과로시간을 일본기준(발병 1개월간 내지 6개월간에 걸쳐 대략 45시간을 초과하고 시간외 근로가 길어질수록 업무와 발병과의 관련성이 강해진다고 평가한다)보다 훨씬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또한 노재보험의 경우 ‘불규칙한 근무·구속시간이 긴 근무·출장이 많은 업무·교대제근무 및 심야근무·작업환경(온도환경·소음·시차)과 정신적 긴장을 동반한 업무’의 ‘부하요인’을 별도로 평가한다. 또한 ‘정신적 긴장을 동반하는 업무’는 별지 양식으로 부하의 정도를 평가하도록 돼 있다. 이로 인해 업무상재해 승인율은 일본 40% 이상, 한국 12%대로 대조된다.

개정안의 구체적 문제점은 60시간이 초과한다고 바로 업무상재해로 승인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본 노재보험 해설서를 보더라도 ‘강하다’는 개념에 대해 업무기인성을 바로 인정하는 것으로 보고 있지 않다. 둘째, 60시간 이하 노동자의 산재 불승인 내용이나 다름없다. 기존 노동부 고시의 실무 적용에 있어서도 ‘평소근무시간의 30% 증가라는 기준’은 만성적 과로에도 기계적으로 적용됐다. 개정안에서도 60시간 이하인 경우 주야간 교대제를 포함해 특단의 사정이 없는 이상 불승인될 것이다. 셋째, 근무시간이 60시간이 넘을 경우라도 업무의 강도가 낮거나 감시·단속적 직종의 경우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 예전 지침에서도 이런 기준이 적용돼 택시 등 운수업종, 경비업종은 거의 불승인됐다. 뿐만 아니라 근로시간이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거나 증거자료가 없는 사무직이나 연구직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넷째, 평균적 정량적 개념 자체가 하나의 예시로 작용하지 않고 획일적 기준으로 적용된다. 이는 판례의 기본태도와 배치되는 것이다. 과로의 개념 자체가 원래 “12주간, 4주간 등” 연속적인 개념으로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가령 4일간 초과근무를 한 경우(대법원 2009. 4. 9 선고 2008두23764 판결), 재해 1달 전 과로한 경우(대법원 2010. 3. 25 선고 2010두733 판결) 등 수많은 판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섯째, 종합검토 원칙에 있어 ‘정신적 부담가중 요인’을 본다고 하지만 별도로 정신적 스트레스 부분에 대해 엄밀하게 조사가 되지 않을 것이다. 즉 뇌심혈관계질환의 유발요인에 있어 ‘스트레스’는 배제되고, ‘근로시간’에 초점을 맞춰 판단하는 현행 실무가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개정안에 따르면 산재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주당 평균 60시간의 장시간 노동을 해야 한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의하면 주 40시간, 하루 8시간이 법정근로시간이고, 연장근로시간 한도는 12시간이다. 따라서 주 52시간이 한도다.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노동부의 잘못된 행정해석(근기68207-2855, 2000.9.19)이 장시간 노동 관행의 주범으로 비판받아 왔다.

노동부 스스로 법률이 정한 근로시간을 위배한 근로를 산재인정요건으로 규정하는 셈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노동자들은 연 평균 2천92시간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의 장시간 노동을 했다. 법률 위반의 장시간 노동을 했을 때만 산재가 인정될 수 있는 국가에 살고 있는 것이 서글프다.

권동희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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