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훈 기자

자본주의 태동과 노동자계급 형성부터 제2차 세계대전, 반파시즘 투쟁에 이르기까지 세계노동운동의 역사를 오롯이 담아낸 <세계노동운동사>(김금수 지음·후마니타스)가 최근 발간됐다. 2천쪽(3권)에 달하는 이 저서는 척박한 한국의 노동운동사 연구 풍토에서 나온 역작으로 손색이 없다. <세계노동운동사>는 러다이트운동·파리코뮌·인터내셔널 창립·러시아혁명·1~2차 세계대전·제3세계 투쟁 등 세계노동운동사의 주요한 고비들을 이론적 논쟁을 담아 풍부하게 전달하고 있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1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서 <세계노동운동사> 저자인 김금수(75·사진) 명예이사장을 만났다. 김 이사장은 민주노총 지도위원·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전태일기념사업회 이사장·한국비정규노동센터 이사장·노사정위원장·KBS이사회 이사장을 지냈다. <세계노동운동사> 출판기념회는 21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다.

- <세계노동운동사> 집필을 시작하게 된 배경은.

“2001년 옛 한국노동교육원이 발간한 계간지 ‘노동교육’에 연재를 시작했다. 소련과학아카데미 국제노동운동사연구소가 펴낸 ‘국제노동운동사 : 역사와 이론의 제 문제’ 8권 중 6권이 영문판으로 나와 있어 가능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고 보니 만만치가 않았다. 식민지 종속국 등 제3세계에 대한 자료가 빈약했다. 그 뒤 자료를 수집해 가며 꾸준히 보완했다.”

<세계노동운동사>는 김 이사장이 머리말에서 밝힌 대로 단순한 역사서도 이론서도 아니다. 그는 2007년 노동현장 활동가를 대상으로 ‘세계노동운동사 학습모임’을 시작했다. <세계노동운동사>는 지난 6년의 학습과정을 충실히 반영한 결과물이다.

“현재 5기까지 학습모임이 진행되고 있다. 기본과정은 자본주의 태동부터 1917년 러시아혁명까지다. 학습참가자가 스스로 발제하고 토론주제를 던져 상호 토론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의식이 <세계노동운동사>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 학습모임에서 활동가들의 주요 관심사는 뭐였나.

“노동운동의 패배와 승리의 기준에 대한 것이었다. 노동운동의 위기와 침체가 길어지고 있는 지금 노동운동이 왜 자꾸 패배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깊은 듯했다. 혁명의 요건, 당과 대중운동과의 관계, 전선체 형성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김 이사장은 <세계노동운동사> 머리말에서 “오늘날 세계노동운동은 국제독점자본과 신자유주의에 눌려 있다”고 진단했다. 그렇다면 그는 노동운동의 역사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노동운동은 발전의 역사다. 노동자를 비롯해 인민이 저항한 역사다. 그 과정에서 브레이크가 걸리고 수정하기도 한다. 역설적으로 그러한 과정이 자본주의 수정과 발전을 촉진했다.”

김 이사장은 “자본의 비대화와 지구촌화에 비해 노동은 그만큼 궤를 같이하지 못한다”며 “자본의 국제적 교류와 협력에 비해 노동의 연대와 단결이 훨씬 뒤떨어져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노동운동이 침체기에 들면 지난 장구한 역사에서 발전의 길을 모색하기 마련”이라고 조언했다.

- <세계노동운동사>에서 한국 노동운동사도 나오는데. 지금의 한국 노동운동을 어떻게 평가하나.

“장기적인 전략목표가 없다. 그에 따른 조직·투쟁·정치노선을 설정하지 못하고 있다. 양대 노총은 우리가 바라는 세상에 대한 미래상을 보여 줘야 한다.”

김 이사장은 미완의 작품을 완성하려는 의지가 컸다. 그의 소망은 1945년 이후부터 현재의 세계노동운동사를 정리하는 것이다.

“우선은 45년 이후부터 70년대까지를 정리하고자 한다. 유럽의 6·8 혁명과 쿠바혁명, 중동상황도 담을 생각이다. 올해 안에 완성하고 싶다.”

- 노동계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학습을 해야 한다. 노조간부라면 어떤 주제든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토론하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 그렇게 배운 것이 현장에서 실천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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