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선거로 새로운 권력이 세워진다. 당선자 박근혜의 권력이 시작됐다.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는 국무총리(대한민국 헌법 86조1항)·헌법재판소장(헌법 111조4항) 등 권력의 자리를 두고서 국회 인사청문회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헌법재판소장의 임명은 아직 당선자 박근혜로서는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아닌데도 이미 박근혜의 의지가 무엇이냐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회의 동의도 필요 없이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17개 부처장관(헌법 94조)과 청와대 비서실장, 9개 수석비서관 등 주요 권력의 자리를 두고서는 덜 시끄러울 것이다.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공무원을 임면하는 최고 권력을 갖고 있으니(헌법 78조) 대한민국의 수많은 권력의 자리에 누군가를 임면할 것이다. 시끄럽든, 시끄럽지 않든 민주공화국의 대한민국에서는 지금 선거로 대권을 차지한 박근혜의 권력이 세워지고 있다. 새로운 최고권력 박근혜의 의지로 지금 대한민국에서 권력이 세워지고 있다.

불과 2개월 전만해도 박근혜의 의지는 대한민국의 의지가 아니었다. 그때만 해도 박근혜는 후보로서 대한민국의 국민에게 표를 달라고 호소하고 있었다. 자신이야 말로 진정으로 대한민국의 국민을 위하는 후보라며 대선일 투표소에서 자신에게 기표해 달라고 사정하고 있었다. 그때는 분명히 박근혜에게는 대한민국의 권력이 없었다. 오직 대한민국의 최고권력을 차지하고 싶다는 박근혜 후보의 욕망이 있었다. 2012년 12월19일 제18대 대통령 선거일에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투표소에서 대권, 즉 대한민국의 최고권력을 차지하기를 원하는 대선 후보에게 투표했다. 이 대선일에 국민의 의지는 분명히 대한민국의 의지였다. 그러니 가장 많은 국민의 표를 얻은 후보자, 박근혜가 당선됐다. 그 뒤 대한민국에서 박근혜의 의지가 대한민국의 의지가 돼서 지금 대한민국의 권력이 세워지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의 의지가 지금 대한민국의 권력을 세우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직 국민을 위한다는 박근혜의 의지만이 대한민국의 의지가 돼서 대한민국의 권력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2. 모든 문제는 근본을 딛고 서 있다. 가려서 보이지 않을 뿐이다. 그러나 아무리 가려져 있다 해도 문제의 답을 묻고 물어서 답을 찾아가면 그것이 보인다. 그때 거기서 문제를 풀어내야 한다. 민주공화국에서 인민과 권력의 문제도 그렇다. 왕의 나라도 아니고 소수의 나라도 아닌 인민의 나라, 나라의 권력을 1인도 아니고 소수도 아니고 모두가 함께 나눠 갖는다는 공화국의 나라 대한민국을 보게 된다. 인민이 나라의 주인이 돼서 그 공화국의 권력을 행사한다는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보게 된다. 그러니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서 인민과 권력의 문제를, 가려진 것들을 거둬내고 살펴보자. 권력은 인민을 위한다고 말하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선언했는데 거기서 인민과 권력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지금 대한민국 국민의 투표로 새로운 권력이 탄생하고 있으니 이런 문제를 한 번은 물어봐야 할 때다. "인민을 위한다." 인민을 복종시키는 힘, 권력을 세우는 말이다. 한번 살펴보라. 당신을 위한다는 자, 그 자는 대부분 당신의 권력자다. 이 세상에서 권력은 언제나 인민을 위한다며 세워지고 행사된다. 이상하게도 그렇다. 그런데도 권력은 그렇게 솔직히 말하지 않는다. 어떤 권력이라도 인민을 위한다는 말로 권력은 세워지고 행사하는 것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저 인민을 위해 권력을 행사한다고 말한다. 노동을 복종시키는 힘, 자본을 세워내는 것은 노동자의 생존을 위한 것들이다. 임금을 지급받아 상품을 구매해서 생존한다. 그러니 노동자의 생존을 위한다는 자본은 이 자본의 세상에서는 언제나 노동자를 복종시키는 권력일 수밖에 없다. 자본은 노동자를 위한다는 말이 아니라 노동자를 위하는 재화를 통해서 사업장에서 자신을 위한 노동을 복종시킨다. 이 점이 공권력, 즉 공화국의 권력과 다르다. 우리는 이 나라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를 노래해 왔다. 권력에 맞선 촛불시위의 광장과 거리에서 대한민국의 국민은 민주공화국을 노래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목이 터져라 노래했다. 그것으로 대한민국에서 주인인 국민의 의지를 권력에게 보여주겠다며 합창했다. 국민은 이렇게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노래했지만, 국민은 대한민국에서 자신의 의지를 노래했지만 그건 대한민국의 의지가 되지 못했다.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서 권력의 의지만이 대한민국의 의지였고 그러니 촛불시위는, 국민의 의지는 진압됐다. 그러니 제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노래는 그만하라. 대한민국 헌법 1조는 대한민국에서 권력의 정당성을 선언한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왔다고 선언한 것이다. 인민을 복종시키는 그들 권력이 인민을 위한다는 이 선언에서 나온다고 말하고 있는 거다. 인민을 위한다는 말이 권력을 세운다고 말하고 있는 거다. 그러니 그건 인민의 노래가 아니다. 권력의 노래다. 그런데도 그걸 인민의 노래라고 대한민국 국민들은 불러댔고 그 노래로 대한민국의 권력은 더욱 더 국민을 복종시키는 힘을 세워 왔다. 사기꾼이 이걸 인민이 세상의 주인이라고 선언한 것이라고 인민에게 권력을 노래하라 말해 왔다. 바보들이 사기꾼의 말을 받아 인민의 노래라고 인민에게 노래하라 말해 왔다. 권력에 복종하는 인민에겐 두 친구가 있다. 하나는 사기꾼이고 다른 하나는 바보다. 권력을 비난하면서 이 노래를 부른다면 인민은 제가 바보라고 노래하는 거다. 바보가 아니라면 대한민국에서 권력을 어떻게 인민이 함께 가지고서 행사하고 있는지 말해보라. 대한민국 헌법 1조부터 130조까지, 그리고 부칙 6조까지 샅샅이 뒤져보라. 헌법개정 투표와 국민투표말고 어떤 권력을 어떻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함께 행사하고 있다는 것인지 찾아보라. 그건 인민이 국민으로서 대한민국의 권력을 함께 나눠 갖고서 행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 아니다. 그건 권력자가 어떻게 대한민국의 권력을 차지하고 그걸 어떻게 행사하느냐 하는 기술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국민의 의지가 아니라 박근혜의 의지가 무엇이냐가 권력의 자리를 결정하고 있는 거다. 3. 이 세상에서 인민을 위한다는 그들은 그들의 궁전을 지었고 그들은 그 궁에 들어갔다. 어제 그들은 왕이었고 오늘 그들은 대통령 등으로 불린다. 그들은 최고권력이라고 경찰과 군대를 부리는 힘으로 인민을 복종시킨다고 기술적으로 헌법에 새겨져 있다. 심지어 이 세상에서가 아니라 저 세상에서 인민을 위한다는 자들조차도 그들의 궁전, 사원을 지었고 그들은 그 궁에 들어갔다. 어제 그들은 제사장이었고 오늘 수많은 종교의 왕들이다. 당신을 위한다는 자를 보아라. 그 자는 당신의 권력자다. 당신에게 명령할 수 있는 권력자다. '해라'든, '해 주세요'든 그가 어떤 말투로 말을 하든. '해 주세요'라고 말한다고 주인에게 감격해 한다면 그는 내일도 노예일 수밖에 없다. 오늘 오직 인민을 복종시키는 기술이 부족한 권력만이 '해라' 한다. 그러니 서투른 권력을 비난하는 것을 가지고 민주공화국을 노래해선 안 된다. 그건 기껏해야 기술이 능한 권력을 부르는 노래일 뿐이다. "인민을 위한다." 아무리 해도 이건 권력을 세우는 말이다. "위한다." 잘 생각해보라. 그 말은 당신이 아니라 그가 한다는 말이다. 그가 당신을 부리겠다는 말이다. 당신을 위해 그가 당신을 부린다면 당신이 아니라 그가 주인이다. 그래서 인간의 역사에서 권력은 언제나 ‘인민을 위하여’를 노래해 왔던 것이다. 그 노래로 권력을 세웠고 그것으로 인민을 복종시켜 왔다. 그런데 민주공화국에서는 권력뿐만 아니라 인민조차도 인민을 위한다는 권력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그것을 인민의 노래로 알고서 부르고 있다. 분명히 민주공화국에서 인민은 권력에 복종하고 있다. 그런데도 그걸 인민의 노래로 알고서 불러대고 있다. 심지어 권력에 맞선 투쟁의 거리에서도 불러대고 있다. 오직 민주공화국의 선거일에 투표소에서 투표하는 국민이라고 인민은 인민을 위한다는 그들 권력을 불러대고 있다.

4.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 헌법 1조1항은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민주공화국에서 인민은 없다. 그저 선거일에 국민으로 투표한다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지자체의 선거일에 투표소에 가서 투표하는 것으로 인민은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국민이다. 이것이 전부다. 이것이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전부란다. 하긴 이 세상에서 무슨 인민공화국이라고 간판을 세우고 있는 나라에서도 인민이 선거일에 투표한다는 거 말고 얼마나 공화국의 권력을 나눠 갖고 행사하고 있다는 것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이러고도 공화국이라 말한다면 공화국은 인민에게 낡았다. 이러고도 민주공화국이라 말한다면 민주공화국은 노동자에게 너무 낡았다. 공화국은 인민이 나라의 권력을 나눠 갖고서야 공화국일 수 있다. 인민이 아니라 그가 누구라도 한 사람의 권력자 또는 몇 사람의 권력자가 나라의 권력을 가지고서 행사하고 있다면 그건 공화국이 아니다. 아무리 인민이 국민으로서 투표소에서 그 권력자를 선출한다고 그 권력자들이 나라의 권력을 가지고서 행사하고 있다는 건 부정되지 않는다. 그런데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이 지금 그렇다. 오직 권력을 선출하는 걸 갖고 민주공화국이라고 부른다. 인민을 위한다는 권력을 선출한다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란 것이니 이제 문제는 진정으로 인민을 위할 수 있는 자를 권력으로 선출하고, 선출된 권력이 인민을 위하는지 지켜보면 되는 것이 되고 만다. 지금까지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은 이렇게 달려왔다. 저 1948년 대한민국이 선포된 이후 4·19와 5·18과 6월 민주화운동을 거쳐서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은 이렇게 달려왔다. 그러니 권력에 맞서겠다는 촛불시위에서도 인민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를 노래했던 것이다. 진정으로 인민을 위하는 권력이 되라고, 인민을 위해서 권력을 행사하라고 민주공화국을 노래했던 것이다. 이대로라면 보수든 민주든 진보든 노동이든 어떠한 당이나 세력이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권력을 차지해도 이렇게 달려갈 것이다. 그러나 이건 인민에게 노동자에게 우리는 공화국을 제대로 선언하고 있지 않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사람을 복종시키는 힘은 두 가지다. 하나는 자본의 힘이고, 하나는 권력의 힘이다. 공화국에서는 후자는 인민이 나눠 갖고서 행사하는 나라라고 선언했다. 그런데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서는 지금까지 그렇지 못했다. 오직 권력의 노래로 민주공화국의 노래를 불러왔다. 입법·행정·사법의 수많은 권력은 입법과 행정의 최고권력만 선출하고서 그들의 것으로 행사됐다. 온갖 범주와 수준에서 나라의 의지는 권력의 의지로 결정되고 행사됐고 인민의 의지가 관철되지 못하도록 권력의 기술로서 제도화돼 왔다. 노동자와 관련된 권력의 행사에서도 그랬다. 노동과 관련된 다양한 수준의 의사결정과 그 집행에서 노동자는 하다못해 대표를 통해서도 관여할 수조차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가끔 노사정이라는 협의기구를 통한 의견수렴이 있었을 뿐이다. 그건 권력의 합리화를 위해서만 기능했다. 지금 이 나라에서 노동자는 민주공화국에서 어떻게 권력을 나눠 갖고 행사하는 것인지 알지 못한다. 아무리 노동자가 권력에 맞서 노동의 권리를 위해서 투쟁의 거리에서 목이 터져라 그 노래를 불러 대도 알지 못한다. 그저 대표의 선창에 따라 노래를 불러 댈 뿐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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