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호
울산저널
편집국장

2월7일자 거의 모든 신문의 국제면에는 눈 덮인 아이슬란드 바닷가에 밀려와 때죽음을 당한 청어 사진이 실렸다. 지난해 12월에 이어 두 번째로 나타난 ‘청어 떼죽음’은 2004년부터 이 일대에 해안 매립과 다리 건설로 바닷속 산소가 부족해졌기 때문이란다. 한 어부가 망연자실한 채 죽은 청어 무리를 바라보는 사진은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죽은 청어의 규모는 2만5천톤에서 3만톤에 달한다고 한다. 인구 32만명의 아이슬란드는 2000년대 중반까지 대표적인 강소국이었다. 유럽에서 두 번째로 높은 1인당 국민소득을 자랑하며 다른 나라들의 부러움을 샀다. 그런 아이슬란드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에 직격탄을 맞아 국가 부도의 위기에 내몰린 뒤 지금까지 휘청거리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화산 폭발의 후유증은 아직도 완치되지 않고 있다.

아이슬란드는 금융위기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산업구조를 갖고 있었다. 어업이란 전통적 1차 산업을 버리고, 시장개방을 통한 금융산업으로 허망한 부를 쌓아 왔다. 변변한 제조업 공장 하나 없이 자본시장 개방을 통해 돈으로 돈을 버는 금융산업 중심으로 산업구조를 재편하면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영국식 대처리즘을 살뜰하게 추종해 국유은행을 모조리 민영화하고 90년에는 금융과 자본시장을 완전 개방했다. 법인세를 인하하고 고금리 정책을 펴면서 외국자본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였다. 그 결과 아이슬란드 3대 은행 자산의 94%를 외국자본이 차지했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을 정권이 주도했다. 2000년대 중반 유럽경제가 잠시 주춤하자 아이슬란드에 투자한 유럽자본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이를 막기 위해 아이슬란드 정부는 더 높은 연 15%대의 고금리로 외국자본을 붙잡고 안간힘으로 버텼다. 그러나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닥치자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 2009년 아이슬란드의 국민 1인당 부채는 5억원에 달한다. 금융산업만이 살 길이라고 외쳤던 권력자들은 막대한 부를 외국으로 빼돌렸다.

굴뚝 없는 금융산업의 호황에 눈이 먼 아이슬란드는 90년대 말부터 본격적으로 토목건설족들이 설치기 시작했다. 절경인 피오르드 해안을 짓뭉개고 호텔을 지었다. 대규모 매립으로 아름다운 해안선이 깎여 나갔다. 섬과 섬을 잇는 다리를 마구 지어 해양 생태계를 오염시키고 관광객을 불러왔다.

해양생태계마저 망가뜨려 이번엔 청어떼가 물속에서 떼죽음을 당하는 재앙을 불렀다. 노무현 정부 때까지 우리 언론은 대부분 ‘강소국 아이슬란드’로 특파원을 급파해 세치 혀를 놀리며 아이슬란드식 시장개방만이 살 길이라고 마구 외쳤다. 비슷한 시기에 우리 언론은 아일랜드 역시 강소국이라며 수도 더블린까지 기자를 급파해 마구 칭찬해 댔지만 얼마 가지 않아 아일랜드 경제도 추락했다. 이러고도 어떤 반성도 하지 않았다.

우리 언론은 아이슬란드 청어 떼죽음에도 전혀 반성하지 않았다. 청어 떼죽음을 다룬 보도사진의 설명은 가관이다. 한국일보는 7일자 15면에 이번 청어 떼죽음으로 아이슬란드는 “980만달러의 수출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한겨레는 16면에 “수십억 달러”의 피해를 입었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16면에 피해액이 “107억원”이라고 했고, 국민일보는 “3,000만달러”라고 썼다. 피해액은 신문마다 제각각이다. 그러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생태계 파괴를 경제적 가치로만 환산하는 것 자체다.

인간은 지구별에서 공생하는 생물체를 자신들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 학살하고 나서도, 경제적 피해액이 얼마라는 식으로 계산한다. 이런 인간이 어떻게 고등동물일까.

울산저널 편집국장 (leejh6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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