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에게 권고 조치를 내렸다.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과 관련해 인권위는 “불법사찰이 근절되도록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라”고 권고했다. 지난해 4월부터 9개월여 동안 직권조사를 벌인 결과다.

인권위는 7일 언론 브리핑을 통해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불법사찰 사건에 대해 직권조사한 결과 국민기본권을 침해한 사실을 확인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대통령은 불법사찰이 근절되도록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조취를 취하고 △국회의장은 국가기관의 감찰·정보수집 행위가 적법절차를 벗어나지 않도록 입법적 조치를 취하고 △국무총리는 공직복무관리관실(전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직무수행이 공직기강 확립이라는 목적과 절차의 정당성을 벗어나지 않도록 가이드라인을 정해 공개하고, 사찰 피해자들의 권리회복을 지원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불법사찰이 정부의 공식조직에서 장기간에 걸쳐 광범위하게 일어났고, 이번 정권뿐 아니라 역대 정권에서도 그런 사실들이 일부 밝혀졌다”며 “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이 미래에 이러한 상황을 방지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대책을 확실히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대통령에게 권고한 이유를 설명했다.

인권위는 지난해 3월 사찰 보고서가 공개되자 같은해 4월부터 직권조사에 돌입했다. 조사 결과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적법한 조사대상이 아닌 179명에 대한 사찰행위가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묵인하에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미행과 차적조회 등 정보수집의 적정성을 위반하고 직권을 남용한 점도 확인됐다. 인권위는 “이렇게 수집된 정보가 직무와 관련이 없는 일명 '영포라인' 관계자에게 유출돼 권력남용으로 귀결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인권위의 조사내용이 새로울 것 없는 ‘뒷북치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새사회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사법기관의 수사자료와 판결을 통해 확인된 사실을 재확인한 것에 불과하다"며 "권력누수기를 틈탄 전형적인 권력 눈치보기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권력기관에 의한 민간인 불법사찰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해악이자 범죄”라며 “인권침해에 대한 신속한 진상규명과 피해자 권리구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인권위에 통렬한 각성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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