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이 앞다퉈 추진해온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으로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이 급증하고 있다. 비정규직 비율은 99년 51.7%를 기록하며 절반을 넘어선 이래 계속 늘고 있다. 이같은 비정규직의 기형적 증가는 ‘노동인프라(하부구조)’ 불균형을 초래,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생산성 하락과 사회적 비용증가로 연결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진입 직전인 96년 43.3%이던 비정규직 비율은 97년 외환위기가 터지자 가파른 상승세를 타기 시작, 지난해 6월 52.9%로 늘어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발표에 따르면 지난 98년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은 48%로 2위인 스페인(32%)과 큰 격차를 보였다.

다른 OECD국가들은 영국 7%, 독일 12%, 프랑스 13%, 일본 12% 수준. 이와 관련, 노동부 한 관계자는 “통계적 정의나 조사방식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채 임시 일용직 근로자를 모두 비정규직으로규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주요국가들의 비정규직에 대한 통계적 정의를 참조하면 지난해 8월 현재 우리나라 비정규직비중은 26.4%정도”라고 밝혔다. 그러나 노동부도 비정규직의 숫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 노동시장의유연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적정한 수준의 규제가 요구된다는 입장이다.

한국노동교육원의 황기돈 박사는 “비정규직은 해고가 쉬울 뿐아니라 임금이 낮고 4대 사회보험 등 복지비용 부담을 줄일 수있어 기업들이 선호한다”며 “노동운동 활성화로 정규직에 대한 구조조정이 어렵게 된 것도 비정규직 선호를 부추기고 있는 또다른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비정규직과 정규직간 임금 및 고용조건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부소장이 통계청·한국은행·노동부자료를 분석한 ‘2000년 노동시장’이라는 논문에 따르면 10인 이상 사업체 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인상률은 99년 12.1%, 2000년8% 상승했으나 임시 일용직과 10인 미만 사업체 정규직의 임금인상률은 각각 -5%, -2.5%를 기록했다.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최근 비정규직 542명에 대한 근무조건 조사에서도 59.8%가 상여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또 43.7%는 퇴직금이 아예 없었으며 46.0%는 시간외 수당조차 못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55.6%는 최저임금제도의 적용을 받지 못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근무여건이 갈수록 열악해지는 이유는 대부분 기업이 이들을 노동조합 규약 및 단체협약에서 근원적으로 배제시키고 있기 때문.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비정규직을 가입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는 노동조합은 10% 안팎에 불과하다.

비정규직 확대는 근로자간 불평등 확대, 기존 근로기준의 하향경쟁 촉발 등을 불러 궁극적으로 경제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노동조건의 형평성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인적자원 배분 왜곡과 인력개발 저해를 유발시킬 가능성이 높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기업충성도가 낮은데다 이들에 대한 기업의 인적자원 개발 투자도 부족해 생산성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근속기간이 단기간인 탓에 이직을 할 때 이를 지원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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