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호
울산저널
편집국장

지난 10년 동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국가의 자살률은 대체로 감소했지만 우리나라는 전 연령층에서 증가했다. 특히 경제활동인구의 자살률은 두 배나 늘었다.(한국일보 1월30일자 10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OECD 국가와 비교한 한국의 인구 집단별 자살률 동향과 정책 제언’ 보고서에 따르면 2000~2010년 우리나라에서 경제활동이 가능한 15~64세 10만명당 자살자가 15.6명(17위)에서 30.9명(1위)으로 두 배나 증가했다. 그래서 OECD 국가 가운데 자살률 1위의 부끄러운 기록을 갱신했다.

출산과 관련해서는 가임기 여성이 낳는 아이 숫자가 1.01명으로 OECD 회원국 중 최저기록을 갱신했다가 최근 정부의 출산지원 정책에 힘입어 1.3명으로 다소 늘었다. 그러나 여전히 OECD 국가 중 출산율 최하위다.

지난 30일 밤 11시10분 KBS 추적60분은 프랜차이즈 업계에 뛰어든 점주들의 사연을 소개했다. 중소·영세 자영업자들의 절규와 겹쳐지면서 이 자살률·출산율 통계는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TV에서 중소·영세 자영업자들은 “이게 사는 거냐, 노예지”라고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다.

재벌회사들이 앞다퉈 프랜차이즈를 만들고 요식업과 구멍가게까지 파고들어 영세 자영업자들은 노예 같은 신세가 됐다.

그런데 전국 주요 일간신문의 30일자 신문엔 프랜차이즈협회의 의견광고가 전면으로 실렸다. 이날 조선일보 9면에 실린 의견광고주의 명의는 ‘한국프랜차이즈협회’다. 이 의견광고는 ‘동반성장위원장께 드리는 글’이란 제목을 붙였다. 이 광고는 최근 동반성장위가 프랜차이즈산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려는 노력에 정면으로 반발하고 있다. 협회는 이런 주장을 ‘일부 이익단체의 일방적이고 편향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협회는 프랜차이즈 본사와 자영가맹점이 상생협력의 파트너십으로 맺어진 공동운명체로 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협회는 그 결과 프랜차이즈 자영업의 창업성공률이 일반 자영업의 3배 이상이란 점도 강조했다. 협회는 “자영업자로 구성된 프랜차이즈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선정된다면 부당한 규제로 인해 가맹본사와 자영가맹점은 동반몰락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동반성장위를 압박했다.

참 교묘하다. 재벌들은 어쩜 이리도 잘도 빠져나가는지. 얼마 전엔 국회가 대형마트 규제를 담은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하려 하자 대형마트 업계는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업체들은 모두 중소·영세업체들"이라며 대형마트의 월 2회 강제휴무 지정에 반발했다. 이들은 집회까지 강행했다.

우리는 진짜 대형마트 납품업체들이 납품가 후려치기와 판촉행사 강제동원 등 대형마트의 횡포에 피눈물을 흘리는 기사를 1년 내내 지켜봤다. 그런데도 재벌마트들의 의견광고는 교묘하고 설득력이 있다. 마치 자신들이 사회적 약자라도 되는 양 어려움을 호소하기까지 한다.

이번 프랜차이즈협회의 광고 역시 얼핏 보면 호소력 있어 보인다. 그러나 프랜차이즈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일부 이익단체’로 매도한 것은 너무 나갔다. 정작 가장 큰 이익단체인 한국프랜차이즈협회가 시민·사회단체들까지 싸잡아 ‘이익단체’로 매도하고 있다. 이날 협회의 광고는 한겨레와 경향신문에 실리지 않았다.

언론학자들은 신문지면을 스트레이트(straight)와 피처(feature)로 나눈다. 의견광고도 ‘비(非)뉴스 피처’로 본다. 따라서 이처럼 국민을 오도하는 의견광고라면 한 번쯤 게이트키핑이 필요하다.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의 의견광고에는 잘도 시시비비를 따지더만.

울산저널 편집국장 (leejh6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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