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어수선하다. 새 정부가 대통령 소속 위원회를 대폭 정리하겠다고 밝히면서 조직 축소나 폐지를 걱정하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국민대통합위원회에 흡수될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가 후보 시절 사회적 대화를 강조했던 발언을 기억하는 이들은 이런 상황을 의아해한다. 박 당선자는 “일자리 만들기, 비정규직 보호, 노동기본권 강화 등 노사관계 주요 쟁점에 대해 노사정위에서 사회적 대타협으로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바람직한 사회적 대화기구는 어떤 것인지, 노사정위 확대·강화방안은 없는 것인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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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타협과 노사정타협, 투 트랙 전략 필요” 

최영기
경기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가 노사정위원회 강화를 공약했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포함한 새 정부의 사회적 대화 의지도 강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직까지 사회적 대화와 타협을 어떻게 이룰지, 어떤 기구를 통해 진행할지 구체적인 상은 보이지 않는다. 인수위에도 노동 관련 전문가가 없다는 지적이 있다.

국민 통합적 국정운영을 위해서는 사회적 대화와 타협은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고용문제가 중요한데, 이미 고용은 노동의 영역을 뛰어넘는 의제가 됐다. 고용과 양극화 해결은 경제·산업은 물론 복지·교육의 영역까지 걸쳐 있는 문제다. 종래의 노사정위 영역을 뛰어넘는 것이다.

좀 더 포괄적인 사회적 대화와 타협이 추진될 필요가 있다. 포괄적 대화기구를 통해 국가 고용전략을 마련하고 국민적 합의를 이룬 뒤 핵심 이해당사자인 노사가 참여하는 노사정위에서 다시 의견을 조율해 나가는 투 트랙 전략이 필요하다.

대선 이전부터 포괄적 사회적 대화기구로 국민경제자문회의를 활용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여야를 대표하는 인사와 노사를 비롯한 주요 경제·사회단체 대표들이 참여하는 회의를 통해 우리 사회가 당면한 상황을 진단하고 중대한 국가적 과제에 대해 사회적 타협을 성사시켜야 한다. 그렇다고 노사정위를 폐지·축소하는 것 또한 바르진 않다. 노사정위는 다른 대통령위원회와 다르게 법으로 제정된 위원회일 뿐만 아니라 핵심 이해당사자인 노사가 참여하기에 중요한 사회적 대화기구 중 하나다. 결국은 국가적 의제를 포괄하는 국민적 대타협을 이룬 뒤 핵심 이해당사자인 노사의 의견을 조율하는 투 트랙 전략이 가장 바람직한 사회적 대화·타협의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노사문제, 일반 사회갈등과 차원 달라” 

김동원
고려대 교수(경영학)

노사정위원회를 국민대통합위원회 산하기구로 편입하는 방안은 바람직하지 않다. 통합위가 국가의 기본 업무인 갈등조정 업무를 하겠다는 것인데, 노사문제는 일반 사회갈등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전문성과 네트워크가 있어야 하는 부분이다.

통합위는 새 정부의 기구일 뿐이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존폐 가능성이 불거질 것이다. 만약 통합위로 노사정위가 가게 되면 그동안 쌓아 놓은 경험과 역사가 사장될 수 있다. 10년 이상 쌓아 온 노사정위의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날려 버리는 것은 국가적인 손해다.

게다가 통합위가 정치인들 중심으로 운영이 될 경우 노사관계에서 지켜져야 할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 노사 관계에는 반드시 지켜져야 할 원칙이 있다. 하지만 정치인은 기본적으로 타협을 하는 사람들이다.

개별사업장 문제가 불거졌다고 보자. 노와 사가 모두 통합위를 찾아와 로비를 하거나 농성을 할 것이다. 정치인들은 이를 적당히 타협하려 할 것이다. 이런 전례가 계속 발생한다면 개별사업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사 자율주의 의미가 퇴색될 것이다. 당장은 문제가 풀릴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는 노사문제 해결의 원칙이 훼손되는 결과가 도출돼 바람직하지 않다. 노사정위의 전문성과 경험, 그동안 쌓아 온 네트워크를 최대한 살리는 방안으로 논의가 전개되길 희망한다.

“노사정위 축소는 사회통합에 역행” 

이정식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원장

노사정위에 대한 평가는 노사정위에 대한 기대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노사정위가 사회적 대타협기구라는 위상에 걸맞게 굵직한 합의를 척척 내놓길 기대한 사람이라면 지금까지의 노사정위 활동에 대해 아쉬움을 표시할 것이고, 노사정위가 중요한 사회적 의제들에 대해 정보를 공유하고 정책적 대안을 제시한 점을 높게 평가하는 사람은 후한 점수를 줄 것이다.

어떻게 평가하든 노사정위가 법령에 의한 사회적 대화기구로 기능해 온 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 법령에 의한 기관이 제 기능을 못했다면, 그것은 집권여당의 책임이다. 이명박 정권에서 노사정위의 역할이 크게 위축됐고, 새 정부는 아예 조직 축소나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는 사회통합을 강조해 왔다. 박 당선자의 공약을 살펴보면, 집단적 노사관계 부문에 있어 ‘노사정위 강화’를 유일하게 공약하고 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노사정위의 축소를 검토한다고 하니, 박 당선자가 강조했던 사회통합과 상충하는 내용이다.

국민대통합위원회의 부문기관으로 노사정위가 편입되는 방식 자체도 문제다. 노사정은 이해에 따라 싸우기도 하고 협상을 벌이기도 하는 관계다. 국민대통합위에 노사정위를 편입시킨다는 것은 곧 노사정 관계를 갈등관리 수준에서 다루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법적 근거나 위상이 모호한 국민대통합위에 법적 기구인 노사정위를 포함시키는 것 자체가 형식적으로도 맞지 않는다. 천신만고 끝에 법제화를 이룬 노사정위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꼴이다. 노사정위의 사회적 대화 기능과 정책자문 기능을 강화하고, 노사정위의 결정사항이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대통령이 나서서 노사정위의 권한을 확대해 주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소통과 공감이 본질, 사회적 대화 계승·발전 필요”  

이형준
한국경총
노동정책본부장

사회적 대화는 국민적 소통과 공감대 형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사회적 대화와 합의는 사회를 안정화하면서도 발전시키는 계기로 작용한다. 시대의 변화와 흐름을 반영해 틀(형식)은 바뀔 수 있지만 소통과 공감대 형성이라는 본질을 놓쳐서는 안 된다. 그래야만 사회적 대화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들을 실제로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경영계 역시 사회적 대화와 타협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사회적 대화는 이처럼 소통과 공감이라는 본질을 확대·강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그에 맞게 틀도 논의되는 것이 합당하다. 선·후가 바뀌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그동안 노사정위는 경제위기와 같은 어려운 시기에 노사정 혹은 노사민정 합의를 통해 국민적 의견을 모으고 노사정이 함께 나아가도록 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노사정이 참여해 상호이해를 넓혀 왔다는 것에 대해서도 이론을 제기하지는 못할 것이다. 다만 노사정위가 때로는 제 기능을 못했다거나 다른 방식의 사회적 대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런 것들을 개선·발전시켜 나가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사회적 대화는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노사정 대화는 사회적 대화의 핵심 중의 핵심인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사회적 대화의 형식이나 틀을 미리 단정짓지는 않되, 소통과 공감이라는 본질을 놓치지 않고 그동안 쌓아 온 성과를 계승·발전하는 사회적 대화방식이 추진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실속 있는 사회적 대화기구로 일원화해야” 

이용범
전 저출산·고령화
대책연석회의 부단장

우리사회 노사갈등을 비롯해 제반 갈등상황을 볼 때 사회적 대타협 기구는 반드시 필요하다. 97년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던 위기상황에서는 노사정위원회가 그 역할을 맡았다. 노무현 정부에서 노사정위가 제 역할을 못하다 보니 이해찬 전 국무총리 시절에 각계각층을 망라하고 확대된 의제를 반영하려고 저출산·고령화대책연석회의를 만들고 이명박 정부에서는 사회통합위원회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처럼 노사정위가 역할을 못한다고 사회통합위원회 같은 구속력도 없고 사회 의제를 반영하지도 못하는 기구를 양립해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 우리사회에서 필요한 대타협 기구의 요건은 보다 확대된 의제와 인적 구성을 갖추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 정부가 조세나 재정문제를 포함해서 필요하면 대타협을 하겠다는 발상은 훌륭하다. 노사정위를 확대·재편할 수도 있고 새로운 기구를 둘 수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사정위의 한계는 비단 전경련이나 민주노총·비정규직이 불참하고 있다는 구조상의 문제가 아니다. 틀을 다시 짜야 한다. 새 대화기구에서는 노사관계가 기본이지만 복지에 따른 예산문제, 양극화 문제도 함께 다룰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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