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윤정 기자

매서운 겨울바람이 몰아쳐도 추적추적 겨울비가 내려도 몸 하나 피할 곳 없는 그곳.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길 건너편에서 김중남(51·사진)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이 23일로 9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매일노동뉴스>가 이날 오후 그를 만났다.

- 단식농성 9일째다. 건강 상태는.

“매일 오전 6시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천막도 바람막이도 없는 차가운 길거리에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틀 연속 겨울비가 내렸지만 경찰은 우산도 쓰지 못하게 한다. 혈압이 오르내리고 감기와 오한, 허리통증에 시달리고 있다. 오후 10시께 농성장을 떠나면 사무처 간부들이 돌아가며 농성장에서 밤을 샌다. 모두 힘을 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번이 두 번째 단식투쟁이다. 2007년에도 정부의 옛 전공노 탄압에 항의하며 일주일간 단식투쟁을 한 적이 있다. 삭발투쟁은 2002년, 2004년에 이어 세 번째다.

“단식도 두 번째, 해직도 두 번째다. 두 번 다시 선택하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 이 자리에 서게 됐다.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단식이지만 어려운 시기에 희망을 만들어 가는 하나의 경로라고 생각한다. 조합원들이 힘을 내고 희망을 만들 수 있도록 말이다.”

강릉시청 소속인 김 위원장은 대선 직후인 지난달 27일 해임됐다. 2004년 총파업 당시 해직됐다가 2007년 복직했는데, 이번에 또다시 해직된 것이다. 대구달서구청 소속 곽규운 노조 사무처장은 이달 7일 해직됐다.

- 대통령직인수위 앞을 단식농성장으로 선택한 이유는.

“정부는 대선이 끝나자마자 공무원노조 위원장과 사무처장을 징계했다. 행정안전부 직원들이 직접 현장에 내려와 징계를 강제하는 일도 벌어졌다. 새 정부와 공무원 노사관계를 다시 정립해야 하는데 시작도 전에 탄압을 한 것이다. 인수위가 대화에 나서야 한다.”

- 무엇을 요구하고 있나.

“공무원노조 법적지위 인정과 해직자 137명 복직을 포함한 6대 요구안을 전달했다. 민주노총과 시민·사회단체가 3차례나 인수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공무원노조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김용준 인수위원장 면담도 요구했다.”

인수위는 아직까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인수위는 국민행복센터를 설치하고 "민원을 접수하면 3일 안에 답변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김 위원장은 “아직까지 아무런 답변도 연락도 없다”며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오히려 정부의 탄압이 강화되고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민주노총 부산본부가 이달 19~24일 선거를 치르는데 행안부가 공무원노조는 법외노조이니 선거에 참여하면 안 된다고 공문을 내려보내고 직원 4명을 부산에 파견해 채증을 하고 있다”며 “공무원노조를 넘어 민주노총 차원까지 총체적 탄압을 시작하려는 의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민주노총과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하고 있는데.

“민주노총이 공무원노조 현안 해결을 5대 긴급과제로 채택했다. 시민·사회단체들도 시국회의를 통해 공무원노조 인정과 해직자 복직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과 더 큰 연대를 통해 공무원 노사관계를 정상화하고 공무원노조가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데 앞장설 것이다. 현장 간부와 조합원들은 지난해 총회 투쟁을 거치면서 자신감을 갖고 잘 결합하고 있다.”

-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에게 요구하는 바는.

“박근혜 당선자는 지난해 10월20일 공무원노조 조합원총회에서 심재철 새누리당 최고위원의 대독을 통해 ‘공무원이 하나로 힘을 모아 깨끗한 공직사회를 만들어 달라. 공무원이 더 큰 자긍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지위향상과 근무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에 대한 조합원들의 기대가 있다. 이를 우리가 확인해야 하지 않겠나. 공무원 노사관계를 단순히 공무원만의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된다.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헌법적 가치로 봐야 한다. 박 당선자가 모든 노동자들이 자기 권리를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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