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지부 제공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가 공약한 기초연금 도입을 놓고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공약실현을 위한 재원을 국민연금에서 충당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국민연금이 부실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인수위와 박근혜 당선자측은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박준우(50·사진) 공공운수노조 국민염금지부 지부장은 이 같은 논란에 대해 "국민연기금 재원을 활용한 기초연금 도입에 앞서 국민연금 가입자들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며 "국민연금 후퇴를 담보로 공약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 지부장은 지난 18일 오전 서울 송파구 국민연금공단 지부 사무실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기초연금 도입을 명분으로 가뜩이나 용돈 수준에 불과한 국민연금을 더 낮추는 방식으로 두 제도의 통합운영이 이뤄지면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지부장은 지난달 실시한 19대 임원선거에서 48.8%를 얻어 당선됐다. 그는 지부 비상대책위원장(2011년)·경인1지회장(2010년)·15대 집행부 정책위원(2007년)·서울1지역본부장(2003년)·11대 집행부 쟁의국장(2001년)을 지냈다. 임기는 2014년 12월까지다.

취임한 지 한 달이 지난 박 지부장은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며 "안팎으로 해결할 과제가 산적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소회를 전했다.

올해는 국민연금법에 따라 5년마다 진행되는 국민연금재정추계가 발표되는 해다. 정부는 재정계산을 통해 국민연금 운영 전반에 대한 계획을 수립한다. 예컨대 2007년 정부는 '연금재정 고갈론'을 내세우며 국민연금 급여를 3분의 1 수준으로 삭감했다. 박 지부장은 "재정고갈을 호도하며 국민연금 급여를 낮춘 정부가 이제 와서 국민에게 아무런 해명 없이 기초연금 재원 마련을 위해 연기금을 활용하자고 방안을 내놓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인수위는 기초연금 도입을 위해 재원의 30% 가량을 국민연금기금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지부장은 "국가가 먼저 국민연금 지급보증 법안을 통과시켜 연금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없애고 부유세 도입과 같은 국가 차원의 조세방안을 별도로 마련하는 등 모범을 보여야 한다"며 "그런 뒤에 사회적 합의를 통해 연기금 활용방안을 논의하는 것이 순서"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언론에서 흘러나오는 것처럼 기초연금을 위해 국민연금 지급률을 더 낮추게 되면 두 제도 모두 난맥상에 처하게 될 것"이라며 "오히려 축소된 국민연금 지급률을 회복하고 지급률이 더 이상 삭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 지부장은 내부 현안으로 조직문화 개선을 꼽았다. 지부에 따르면 군사정권하에서 만들어진 국민연금공단은 특유의 군대식 줄 세우기 문화로 인해 승진적체 등 부작용이 적지 않다. 그가 선거 슬로건으로 '품격 있는 일터'를 내세운 이유다. 박 지부장은 "조직 내 특정 이너서클에 기대지 않으면 인사에 불이익이 발생하는 등 조합원들이 경영진에 대해 깊은 신뢰를 갖고 있지 않다”며 "수직적 조직문화를 수평적으로 바꾸고 합리적인 인사·승진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를 위해 그는 △3급 승진시험 최소기회 보장제 도입 △5급 근속승진 4년 축소 및 심사승진 폐지를 약속했다. 박 지부장은 "신규직원 중 여성이 70%에 이를 만큼 여성노동자들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군대식 조직문화로 인해 적지 않은 차별을 받고 있다"며 "1·2급 승진시 여성할당제를 실시하고 여성특별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조합원에게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국민연금공단이 국민을 위해 제 역할을 다하려면 조합원들의 관심과 참여가 절실합니다. 사랍답게 자긍심을 갖고 일하는 노동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국민연금 개혁을 위해 '국민연금 바로 세우기 국민행동' 등 지부를 넘는 연대활동을 확대·강화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국민연금의 사회적 투자를 늘려 국민에게 신뢰받는 공공기관으로 거듭나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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