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규(52) 전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이 시민·사회단체의 낙하산 논란에도 건설근로자공제회 이사장에 선임됐다.

공제회는 지난 17일 밤 서울 강남구 역삼동 공제회에서 이사회를 열고 3년 임기의 새 이사장으로 이진규 전 비서관을 선출했다. 이사장 선출 안건을 두고 여섯 번째 열린 이사회였다.

이사장 선출 과정은 순조롭지 않았다. 공제회는 당초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고 이사장 선출 절차를 밟으려 했으나 건설노조 조합원 50여명이 회의장을 점거하자 이사회를 연기했다. 공제회는 같은날 오후 5시께 이사회를 다시 개최하려 했으나 일부 이사들의 반대로 열지 못했다. 그런데 어수봉 이사회 의장직무대행(한국기술교육대 교수)이 밤 10시께 갑자기 이사회를 소집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11명의 공제회 이사 중 10명이 한밤중에 열린 이사회에 모였다. 백석근 이사(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는 "이 전 비서관은 공제회 업무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데다 청와대 낙하산 인사"라며 이사장 선출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사회가 강행되자 백 이사와 이정식 이사(한국노총 중앙연구원장)가 이사직을 사퇴했다. 이정식 이사는 이사장 후보로 나선 상태였다.

결국 8명의 이사가 투표에 참여했다. 이 전 비서관 임명에 6명이 찬성하고 2명이 반대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활동 기간에 이명박 정부의 인사가 이사장에 선임되면서 정부 산하기관과 민간단체에 대한 낙하산 인사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이진규 전 비서관이 공제회 이사장에 선임됐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노조와 공제회가 벌이는 사업을 중단하고 이사장 불인정 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공제회는 건설일용노동자의 노후대비를 위한 퇴직공제를 비롯한 공제사업을 하고 있다. 건설노동자에게 특화된 고용·훈련·복지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는 비영리 민간단체로 고용노동부의 지도·감독을 받는다. 노동부와 기획재정부는 공제회의 공공기관화를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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