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

새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정부 각 부처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다는 뉴스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지난 14일 고용노동부도 업무보고를 했다. 고용률 70% 달성을 포함한 일자리에 관한 보고가 대부분을 차지했다고 한다. 인수위 활동을 원칙적으로 공개하지 않는다고 하니 보도내용이 전부는 아니리라. 하지만 그간 선거에서 당선자가 한 공약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다른 내용이 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인수위 보고는 새로운 정부의 국정목표다. 그렇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보고내용만 보자면 앞으로 노동현실에 대한 걱정이 크다. 눈에 띄는 것은 노사관계에 대한 입장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뉴스 어디에도 노동조합과 관련한 보고를 찾을 수가 없다. 돌이켜 보면 당선자를 제외한 나머지 정치세력 대부분은 노동관계법에 문제가 있다며 개정을 주장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에서 벌어지는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와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를 근간으로 하는 전임자 제도에 관한 것들이다.

그렇다면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에서 복수노조가 시행됐음에도 노조활동이 위축된 원인을 분석하고 노조활동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보고했어야 한다. 21세기에도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가 버젓이 자행됐음에도 이에 대한 감독을 소홀히 한 반성과 동시에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를 막기 위한 획기적인 조치를 고민했어야 한다. 국민 전체를 위한 정부라면 이에 관한 검토와 보고는 너무나 당연하지 않은가.

한편으로 업무보고는 새로운 정부의 노동관을 발표하는 자리가 아니라 노동현실에 대한 노동부의 인식 정도만을 보여 줄 뿐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아픈 경험 탓인지 안심하기에 앞서 걱정이 앞선다. 이명박 정부의 공약인 ‘747 성장’을 돕겠다고 나섰던 노동부가 5년간 노동현장에서 보여 준 모습을 알기 때문이다.

일자리에만 치중하는 노동부는 결과적으로 정부 내 각 부처 간 균형을 해치게 될 것이다. 최근 발표된 새 정부 기구를 보면 걱정이 크다. '일자리·성장·창조·발전'과 같은 말들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again 경제성장’으로 요약된다. 경제발전에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가 발전하면 일자리가 늘어나고 노동조건이 좋아져 국민이 행복할 것이라는 논리다.

과연 그런가. 첫 느낌은 '또다시 성장해야 하는가'에서 시작해 '과연 여기서 더 성장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까지 들었다. 30~40년 전의 정부와 다를 게 없어 보인다. 단지 부서의 이름만 화려해졌을 뿐이다.

이에 반해 안타깝게도 정작 경제성장을 일궈 낼 구성원의 기본권 보장을 전담하는 부처는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노동부가 그 역할을 하기를 바랐다. 그러나 업무보고만 봐서는 기대에 못 미친다. 노동부는 모두가 일자리와 성장을 강조할 때 노동자 인권보장이 우선이라고 나섰어야 했다. 성장이 노동자 행복의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라고 보고했어야 했다. 기획재정부가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내용의 업무보고를 하고 만 것이다.

우려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어떤 조직이든 견제와 균형이 운영의 기본원리다. 아무리 좋은 음식도 많이 섭취하면 병을 얻는 독이 된다. 지난 5년 MB정부가 비판받는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세계적 저성장이라는 외부요인도 있지만 내부요인이 더 크다.

게다가 성장을 감시할 부처가 없었다. 성장에서 낙오된 구성원을 위로하고 그들의 고민을 들어 주지 않았다. 그나마 있던 것도 그 역할이 약화됐다. 국가인권위원회·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같은 것들이 여기에 속할 것이다. 그중 노동부의 본래 기능을 잃어버린 것이 가장 크다.

이상의 지적이 기우에 그치기를 소망한다. 업무보고는 업무보고일 뿐 남은 기간 부족한 내용을 보강할 것이라 믿는다. 노동부의 존재감을 한없이 펼쳐 보였으면 좋겠다.

한편으로 업무보고 중 사회적 대화를 강조한 부분은 희망을 갖게 한다. 노사정위 정상화를 포함해 이해관계 당사자의 의견을 귀담아듣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시민은 무엇보다 자기 목소리를 존중하는 정부를 원한다. 성장은 그 다음의 얘기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 (94kimhy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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