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이 노조의 반발로 중단했던 저성과자 관리 프로그램을 재가동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노사갈등이 우려된다.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위원장 박병권)는 13일 “사측이 조합원들을 심리적으로 압박하고 구조조정의 빌미가 될 수 있는 성과향상 프로그램 운영을 또다시 시도하고 있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부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최근 저성과자로 분리된 직원들을 중심으로 영업실적이나 업무적응도를 파악하는 인적자원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010년 말 직원 250여명을 저성과자로 분류해 이들을 별도의 부서(성과향상추진본부)에 배치·관리해 지부와 마찰을 겪었다.

당시 사측은 이들에게 새로운 영업목표를 부여하고 이를 달성한 200여명을 소속 영업점으로 다시 돌려보냈다. 하지만 나머지 50여명이 프로그램 동참을 거부하고, 지부의 항의가 갈수록 거세지자 지난해 3월 노사합의로 성과향상추진본부 운영을 중단하기로 했다.

그런 가운데 사측이 물밑에서 해당 조직 재가동을 추진하고 나선 것이다. 지부는 "은행이 과거 250여명의 저성과자가 속해 있는 지점을 중심으로 해당 점장에게만 전달되는 내부문서 '친전'을 통해 저성과자들을 분류하기 위한 인적조사에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다”며 “사측이 과거의 합의는 프로그램 중단이지 폐지가 아니라는 논리로 저성과자 관리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부는 사측의 이러한 움직임을 영업점 제보를 통해 확인했다. 지부는 제보사진에 찍힌 ‘2차 조사’ 등의 문구를 통해 해당 조사가 사전에 기획돼 진행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지부는 저성과자 관리 프로그램이 운영될 경우 조합원들의 성과경쟁이 치열해지고, 사측에 인원 구조조정 구실을 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부는 최근 김형태 인사담당 부행장 등을 항의방문하고 저성과자 관리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사측이 지부간부들에게 법적인 대응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부는 17일 발표되는 정기 인사이동 결과를 지켜본 뒤 저성과자 관리 프로그램 저지와 관련한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지부 관계자는 “인사이동을 보고 저성과자 발령이 실제 일어나는지 여부와 규모를 파악해 협상에 나설지 투쟁에 나설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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