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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정규직 발령을 거부한 까닭
김혜진
전국불안정
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현대자동차 명촌주차장 고압 송전탑 위에 사람이 산다. 새도 아닌데 높은 하늘 위로 올라 하루하루를 버틴다. “모든 사내하청의 정규직 전환”을 외치는 최병승·천의봉 금속노조 조합원이다. 1천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따뜻한 온기를 전하러 찾아갔을 때 ‘농성일기’를 읽으며 다른 이들을 울리고 웃겼던 이들이다. 손을 흔들어 보일 때 둘이 함께 하트를 그려 사람들의 마음을 더 훈훈하게 했던 이들이다. 회사는 9일자로 최병승 조합원에게 정규직 발령을 내고 출근을 명령했다. 만약 철탑에서 내려와 출근하지 않으면 무단결근으로 해고될 것이다. 그렇지만 최병승 조합원은 “춥고 힘들지만 다른 동지들을 배신할 수 없어서 끝까지 버티겠다”고 한다. 정규직으로 출근하는 것, 처음 싸움을 시작한 이래 10여년간 간절히 품어 온 소망이다. 하지만 혼자만 살아남을 수 없어, 다른 이들과 함께 이 기쁨을 누리기 위해 그는 과감하게 기회를 포기했다.

이들이 간절하게 철탑을 지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렇게 많은 이들이 이 노동자들을 응원하고 연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상식을 지키기 위함이다. 이미 대법원에서는 불법파견에 대해 정규직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확정판결이다. 그 판결은 최병승 개인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현대자동차의 컨베이어벨트로 이뤄진 시스템 자체가 정상도급이 불가능하기에 모든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이라는 것, 그래서 불법파견을 즉각 중단하고 노동자들을 정규직화하라는 것이었다. 이 당연한 판결을 현실화하려면 몇 명이 정규직화되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사내하청 구조가 없어지는 것이 핵심이다. 그래서 현대차 비정규 노동자들은 모든 사내하청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했던 것이다.

현대차는 범죄행위를 저질렀다. 불법파견은 징역형에 처할 정도의 엄중한 불법행위다. 사람장사로 이익을 보는 것은 노예제도만큼 죄질이 나쁜 범죄행위다. 그런데 이런 불법행위를 버젓이 저지른 현대차는 계속 소송을 걸면서 노동자들을 괴롭히고 있다. 투쟁하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비정규직지회가 파업할 때 관리자들과 용역을 동원해 집단폭행을 하고 있다. 철탑 및 주차장에 대한 퇴거 가처분도 신청하면서 농성자들을 압박하기도 했다.

이런 불법행위에 대해 법원과 경찰·검찰은 눈을 감고 있다. 노동자들에게 그렇게 들이대던 법과 원칙은 공장의 담벼락에서 항상 멈춰 선다. 기업주는 그들에게 치외법권의 영역이다.

법이 이렇게 불공평하니 범법자 정몽구는 오히려 의기양양하다. 사측은 2016년까지 3천500명을 정규직으로 신규채용한다는 안을 내놓았다. 당연히 정규직으로 간주해야 할 노동자들을 대단히 선심 쓰듯 신규채용한다는 것은 불법파견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신규채용을 한다는 것은 주간연속 2교대로 인해 남는 자리, 그리고 정년퇴직으로 인해 남는 자리를 비정규직 중 일부를 정규직화해서 채우겠다는 뜻이다. 그렇게 되면 그 비정규직이 일하던 일자리는 또 다른 비정규직이 채우게 될 것이다. 결국 불법파견을 없애기는커녕 더욱 짧게 일하는 불안정한 비정규직을 양산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신규채용에 대한 권한을 기업이 가짐으로써 자신들의 마음에 드는 노동자들만 선별하고, 그 과정에서 비정규직지회를 와해시키려고 시도할 것이다.

노동자들의 마음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노조를 지키고 모두가 정규직이 되고 싶은 마음과 자기만이라도 정규직이 되고 싶은 마음속에서 끝없이 갈등할 것이다. 원래 투쟁이란 그런 것이다. 한길로 올곧게 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흔들리면서 그러나 또다시 주위에서 함께하는 이들을 믿는 것이다.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길을 찾아가는 것, 자기 마음의 갈등을 다스리고 보다 인간답게 사는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렇지 않다면 설령 정규직이 된다고 하더라도 노동자 자부심은 사라지고 노동자들 사이에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공동체의 삶은 파괴될 것이기 때문이다. 회사가 다른 이들을 버리고 혼자라도 살아남으라고 속삭일 때,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지키고 함께하는 이들을 지키는 길을 선택하는 것이 바로 ‘투쟁’이다. 그래서 지금도 현대차 비정규 노동자들은 철탑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마음들이 무너지지 않도록, 현대차가 자신의 잘못을 회피하고 알량한 떡고물로 비정규직들을 흔들고 정규직들을 흔들어서 공동체의 삶을 파괴하지 못하도록, 그리고 “함께 살자”는 작은 외침들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가치가 될 수 있도록 더 많이 연대하자. 철탑 위의 노동자들, 그리고 그 아래에서 추위와 싸우는 현대차 비정규 노동자들을 더 많이 응원하자. 그래서 이 싸움에서 꼭 이기게 하자. 그래야 우리 모두가 이긴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work21@jinbo.net)

김혜진  work21@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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