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판례 / 대법원 2010두733 유족보상일시금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권동희
공인노무사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1. 사건의 개요

망인은 재단법인 소속 노동자로 출퇴근 버스 운전을 담당하고 있었다. 2001년 4월께 입사해 매일 경주와 대구 간 왕복 200km 정도 회사의 버스를 운영했으며 운행시간 이외에는 차량점검·유지보수·대기업무 등을 수행했다. 망인은 2007년 12월14일 회사 내에서 쓰러져 긴급 후송됐으나 ‘심근경색(의증)’으로 사망해 유족들이 유족급여 및 장의비 청구를 했다. 이에 근로복지공단이 불승인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1심 및 원심에서는 업무상재해로 인정되지 않았다. 반면에 대법원은 ‘업무상재해’를 인정하고 사건을 파기환송 했다.

2. 대법원 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했다.

“망인의 건강과 신체조건에 비추어 볼 때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존 질병에 해당하는 비의존성 당뇨병과 고지혈증·심비대 등을 앓고 있던 망인이 이 사건 재해 약 1달 전까지 지속되었던 과중한 업무로 인하여 과로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고, 한편 과로와 스트레스가 심근경색으로 인한 심인성 급사의 한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의학적 소견이며, 망인이 근무시간 중 정상적인 퇴근차량 운행 준비를 하다가 소외 회사 화장실 내에서 쓰러져 곧바로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면, 망인의 기존질병이 업무와 관련이 없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과로와 스트레스가 기존질병을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악화시켜 망인으로 하여금 심인성 급사에 이르게 하였거나 기존질병과 겹쳐 심인성 급사에 이르게 한 것으로 추단된다고 봄이 상당하다.”(대법원 2010. 3. 25. 선고 2010두733)

3. 사안의 쟁점

당해 사안의 원심판결(대구고등법원 2009. 12. 11. 선고 2009누1014)과 대법원의 판결을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은 쟁점을 확인할 수 있다.

첫째, 망인의 사망원인을 심근경색으로 볼 것인지, 사인미상으로 볼 것인지 여부다. 망인의 경우 부검을 하지 않았고 사체검안서를 발급한 의사가 심근경색의증으로 추정했을 뿐 명확한 진단명이 없었던 사안이다.

둘째, 사망 1개월 전까지 지속된 과로·스트레스를 사망의 원인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다. 망인은 사망 전까지 행사준비를 위해 변경된 근무장소에서 과중된 업무를 하느라 과로를 한 사실이 있지만, 사망 1개월 전부터 다시 평소 업무로 변경돼 객관적 과로 사실이 없다.

셋째, 과로·스트레스의 인과관계에 대한 판단이다. 이는 당해 사건에서 두 가지 쟁점으로 나타난다. 일단 비교기준을 누구로 볼 것인지 여부이다. 원심은 “위 행사기간 동안 망인이 수행한 업무가 다른 동료 직원들에 비하여 특별히 더 과중하였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이라고 했다. 그리고 다른 쟁점은 기존질환이 있을 경우 인과관계의 입증정도에 대한 판단 여부다.

4. 판결의 의의

당해 판결이 비록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적용시점의 판결이지만 그 시사점이 상당히 크다고 판단돼 그 의의를 살펴보고자 한다.

가. 사인미상의 재해에 있어 상병명의 판단

원심은 “망인의 시체를 부검하는 방법에 의하여 망인의 사인을 규명한 바는 전혀 없고, 단지 의사의 사체 검안을 통해서 심근경색을 추정하였을 뿐이므로 사인이 분명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하여 망인의 사망을 곧바로 업무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할 수 없음이 원칙”이라고 했다.

이는 원심이 인용한 대법원판결(대법원 2003. 12. 26. 선고 2003두8449/대법원 2008. 2. 28. 선고 2007두11801)의 내용을 확인하는 것이다. 즉 당해 판결은 원래 “근로자의 사인이 분명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업무에 기인한 사망으로 추정된다고 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입장이다.(대법원 1998. 4. 24. 선고 98두3303/1999. 4. 23. 선고 97누16459)

그러나 당해 사안에 있어서 원심 및 기존 대법원 판결에서 간과하고 있는 것은 부검을 하더라도 사인은 ‘진단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부검감정서 또한 사인을 추정하고 있을 뿐 진단명을 명시할 수 없다. 이는 의료법에서 직접 진료한 자가 아닐 경우 진단서를 발급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해 사안에서 사체검안서를 발급한 의사의 추정소견이 다른 합리적 이유로 반증되지 않는 한 이를 사인으로 봄이 타당하다. 이는 최근 판례의 추세인 “주치의사의 의견을 합리적으로 존중하여 의학적 원인을 규명하는 점”과도 부합한다.(부산고등법원 2009. 5. 15. 선고 2008누151/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1두13897)

나. 만성적 과로의 인정기준에 대한 판단

원심은 망인이 사망 1개월 전까지는 어느 정도 과로·스트레스에 노출됐다는 점을 인정했으나 사망 전 1개월 동안 평상시의 근무로 복귀했으므로 과로·스트레스가 없다고 판단했다.

구법 당시 기준 및 변경된 현행 노동부 고시(제2008-43호) 고시의 문제점 및 법리상 결함에 있어서는 수많은 비판과 지적이 있었기에 생략한다. 다만 당해 사안과 관련돼 지적하자면 노동부 고시의 문제점은 “연속적 과로 및 스트레스가 있었는지 여부를 핵심 기준으로 삼는 것”이다. 따라서 공단은 휴일 중 재해로 쓰러진 경우 또는 휴일 이후 상병이 발생한 경우에는 ‘과로 및 스트레스의 해소가 된 상황’으로 봐 대체로 업무기인성을 부정하고 있다.

대상판결은 망인에게 재해 약 1달 전까지 지속된 과로·스트레스가 당해 기존질병의 악화요인 등으로 작용해 사망에 이르게 된 것으로 봤다. 재해 전 평상시 업무로 다시 변경해 일상 업무를 수행했다고 하더라도 과로·스트레스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연속적인 과로·스트레스의 정량적인 기준에서 벗어나 재해 노동자에게 발생했던 과로·스트레스의 객관적 사실 여부를 파악한 후, 이로 인해 상병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는지를 판단했다. 이는 개정 논의 중인 과로 인정기준인 “일정한 기간에 연속된 근로시간의 산술적 평균기준 안”의 법리적 문제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다. 과로 스트레스의 인정기준에 대한 판단

원심과 달리 동료 노동자에 비해 망인의 과로·스트레스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는 기존 대법원의 영향을 받은 판결이다. 대법원은 “그 입증의 방법 및 정도는 (중략)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하여 취업 당시의 건강상태, 기존 질병의 유무, 종사한 업무의 성질 및 근무환경, 같은 작업장에서 근무한 다른 근로자의 동종 질병에의 이환 여부 등의 간접사실에 의하여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추단될 정도로 입증되면 족하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1998. 5. 22. 선고 98두4740) 이 판결은 동료 노동자의 질병이환 여부를 과로 인정요건의 하나로 본 것일 뿐 상당인과관계 판단에 있어 재해근로자 본인기준이라고 하는 대법원의 확립된 판단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더불어 원심은 “막연히 과로나 스트레스가 일반적으로 질병의 발생·악화에 한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하여 현대의학상 그 발병 및 악화의 원인 등이 반드시 업무에 관련된 것 뿐 아니라 사적인 생활에 속하는 요인이 관여하고 있어 그 업무에 내재하는 위험이 현실화된 것으로 볼 수 없는 경우까지 곧바로 그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하기는 어렵다”라고 한 대법원 판결(대법원 2002. 2. 5. 선고 2001두7725)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원심의 판결은 현행 대법원의 판결추세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대법원은 “과로의 내용이 통상인이 감내하기 곤란한 정도이고 본인에게 그로 인하여 사망에 이를 위험이 있는 질병이나 체질적 요인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진 경우에는 과로 이외에 달리 사망의 유인이 되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드러나지 아니하는 한 업무상 과로와 신체적 요인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함이 경험칙과 논리칙에 부합한다 할 것이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9.3.26. 선고 2009두164) 기존질병이 있을 경우 상당인과관계의 판단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비록 대상판결은 망인이 입사이후 기존질환이 심해졌는지 여부 및 이로 인해 망인의 기존질환과 업무와의 관련성을 판단하지 않은 흠결1)은 존재한다. 하지만 망인의 기존질환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평소의 정상적 근무가 가능했다는 점을 전제로 해 이 사건 재해 전 과로를 인정해 사망의 악화요인으로 판단한 것은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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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이런 점은 마을버스 기사의 ‘급성심장사’ 사안에서 업무상재해로 인정한 대법원의 판결(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9두6230, 파기환송)에서 잘 분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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