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립학교 비정규직의 단체교섭 상대자는 학교장이 아닌 지방자치단체라는 판결이 나왔다.

2일 학교비정규직노조(위원장 박금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박태준)는 지난달 20일 서울시교육청이 "공립학교 회계직원 노조의 단체교섭 대상자는 서울시가 아닌 각급 학교장"이라며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재심결정 취소소송에서 원고패소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2월 서울시교육청은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 등 서울시내 공립학교 비정규 노동자들이 단체교섭을 요구하자 "학교비정규직의 사용자는 학교장"이라며 이를 거부하고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않았다. 서울일반노조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시정을 신청해 "서울시교육청은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해야 한다"는 결정을 받아 냈다. 서울시교육청은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같은해 4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공립학교 비정규직의 사용자를 지자체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국가의 행정관청이 사법상 근로계약을 체결한 경우 그 근로계약관계의 권리·의무는 행정주체인 국가에 귀속되므로 국가가 사용자에 해당한다"며 "지자체가 설립한 공립학교의 학교장이 사법상 근로계약을 체결한 경우도 단체교섭을 해야 하는 당사자는 학교장이 아닌 공립학교를 설치하고 운영하는 지방자치단체"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학교비정규직의 실제 사용자가 학교장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학교회계직원 임명권은 교육감에 부여된 것이나 학교운영의 자율성 등을 고려해 학교장이 근로계약체결사무를 처리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개별 공립학교 학교장이 노조와 단체교섭을 해야 하는 당사자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법원의 이번 판결은 향후 유사사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중노위가 "공립학교의 사용자는 시·도교육감이며 국립학교의 사용자는 교과부장관"이라는 취지의 판정을 내리자 지난해 10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노조 관계자는 "교과부가 제기한 소송도 이번 판결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시간끌기와 세금낭비를 하지 말고 당장 학교비정규직노조와 단체협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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