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호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실장

“너, 아무래도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이수호 서울시교육감 후보 캠프의 누군가 나에게 한 말이다. 맞다. 스스로 생각해 봐도 나는 제정신이 아니다. 불안하고 초조하다. 밥이 넘어가지 않고 잠도 오지 않는다. 얼굴에서는 웃음이 사라졌다. 내 표정이 무섭다고 한다.

선거구도로 보면 서울시교육감 선거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 민주진보교육감을 선택하겠다는 여론이 60%다. 민주진보는 이수호 한 사람이고, 보수는 세 사람이다. 이미 사퇴한 보수후보 이름도 투표용지에는 그대로 남는다. 게다가 서울은 문재인이 박근혜를 압도한다. 이렇듯 서울시교육감 선거는 절대로 질 수 없는 선거다. 그런데도 이수호 캠프는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이수호는 투표용지 네 번째 칸

교육감 선거는 기호가 없다. 추첨으로 정하는 투표용지 순서만 있을 따름이다. 바로 여기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이수호 후보가 투표용지 네 번째고, 박근혜 캠프 부위원장이었던 문용린 후보가 두 번째다.

서울시교육감 선거는 대통령 선거에 완전히 가려져 있다. 그러다 보니 투표를 이틀 남긴 오늘까지도 부동층이 50%다. 투표 당일까지 지지후보를 정하지 못한 유권자들이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 사람들 대다수는 자신의 평소 정치적 지향에 따라 투표용지 순서만 보고 투표할 것이다.

우리 주변의 많은 지인들과 민주진보 지지자들이 별생각 없이 두 번째 칸에 투표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 문제의 심각성은 바로 이것이다. 그리되면 두 번째 칸의 문용린 후보가 보수진영의 표에다 민주진보의 표까지 얻어 가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끔찍하다.

교육감 선거는 노조·진보정치에 직결되는 사안

한 달여 전이었다. 민주진보진영에서 여러 후보를 놓고 단일후보를 선출했다. 날씨가 몹시 추웠다. 그날로 단식 34일째였던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언덕을 올라 투표장을 찾았다. 그 장면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이후 기륭전자 김소연 동지가 투표장을 찾았다는 말도 들었다. 그들이 투표장을 찾은 것은 학교비정규직 동지들과 연대하기 위해서였다. 학교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힘을 보태기 위해서였다. 노동운동밖에 모르는 나 같은 사람들이 이수호 캠프에서 난리굿을 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노동운동을 둘러싼 현실은 어떤가. 청년들 대다수가 비정규 노동자이면서도 노동을 거부하고 노조를 외면한다. 노동법의 사각지대에서 신음하고 있다. 이는 바로 교육의 문제다. 초·중·고 때부터 노동교육을 해야 한다. 노동법 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것은 우리 노동운동의 미래를 열어 가는 길이다.

혹시 이것을 알고 있는가. 이수호 후보와 박빙인 문용린 후보가 사교육업체 회장이었다는 것을, 사교육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주장한 것을 말이다.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 우리는 알고 있지 않은가. 공교육은 더더욱 엉망진창이 될 것이고, 학원비는 더 오를 것이고, 경쟁에 찌든 우리의 아이들은 계속해서 자살로 내몰릴 것이고…. 교육감 선거의 의미가 이런데도 정녕 나 몰라라 할 것인가.

이수호 물결 '일파만파' 만들자

선거에는 여러 격언이 있다. 그중에서 미치면 이긴다는 격언을 가장 신뢰한다. 누가 과연 미친놈을 감당할 수 있단 말인가. 이수호 캠프는 17일 새벽부터 40시간 비상체계로 돌입한다. 이수호 후보를 비롯한 모든 캠프 관계자가 무박으로 선거운동을 한다.

모두들 전국에서 이틀만 미쳐 보자. 이수호의 당선을 위해, 학교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을 위해, 노동교육을 위해,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지금 당장 전국에서 노조 조합원에게, 단체 회원에게, 그리고 가족·친인척과 동창·지인에게 서울시교육감 후보 이수호를 알리자. 그래서 그들이 서울의 연고자에게 이수호를 알리도록 만들자. 특히 이수호 후보의 투표용지 순서가 네 번째임을 꼭 알리자. 이수호 선거운동을 해 달라고 100명에게 전화하고 문자를 보내자. 그 연락을 받은 사람이 또다시 10명에게 전화하고 문자를 보내도록 만들자.

그렇게 이틀만 미쳐 보자. 이틀이면 충분하다. 피 토하는 심정으로 호소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