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훈 기자

“노동자가 존중받고 주인인 세상, 우리가 투표해서 만들어 냅시다.”

지난 12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의료원노조·경기도 부천시 에이엔피노조·한국노총 부천지부·서울 여의도 한국민주제약노조 출범식에서 호소가 이어졌다. 이용득(59·사진)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캠프 노동위원장이 훑은 유세현장이다. 이 위원장은 부천시 원미구 공단 사거리에서는 매서운 겨울바람 속에서도 유세차를 타고 마이크를 붙잡고 연신 목소리를 높였다. 연설하는 도중 잔기침이 이어졌다. 털장갑을 껴도 손이 시리다고 했다.

<매일노동뉴스>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상임고문실에서 이용득 위원장을 만났다. 그는 한국노총 위원장과 민주통합당 노동부문 최고위원을 지냈다.

“난 정치인 아닌 노동운동가”

- 이제 전문 정치인의 길로 들어선 것 같다.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이긴 했지만 노동운동의 연장선에서 노동자를 대변하고 민주통합당을 노동자 계층을 위한 정당으로 바꿔 내기 위한 행보를 했다. 전문 정치인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표현은 맞지 않다. 지금도 당내에서 노동과 반대되는 입장이 있다면 노동을 대변하고 국회의원들과도 각을 세우고 싸운다. 아직도 노동운동가라고 생각한다.”

- 한국노총은 민주통합당 창당 과정에 주체로 참여했다. 어떻게 평가하나.

“한국노총 위원장 시절에 강조했던 것이 노동자 정치세력화였다. 한국노총은 독자정당 실험을 했지만 실패했다. 민주노총의 독자정당 방식은 소수정당으로 끝나고 말았다. 2007년 한국노총의 정책연대는 완전히 실패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시 76가지 노동정책을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단 한 가지도 지키지 않았다. 쓰레기통으로 직행했다. 오히려 (집권 뒤) 초임삭감·임금동결·구조조정·최저임금 최저인상·노조법 개악이 이어졌다. (노조법 개정으로) 3분 1이나 되는 동지들이 복귀했다. 노조활동이 위축·억압된 것이다. 한국노총이 추구할 수 있는 정책연합은 민주통합당밖에 없었다. 집권이 가능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했다.”

한국노총은 지난해 12월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정치방침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심한 진통을 겪었다. 조직 내 갈등은 올해까지 이어졌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정치방침에 대한) 조합원들의 선택이 옳다고 확신한다”며 “민주통합당 강령 1호가 노동자대투쟁의 정신을 이어받는 것이기 때문에 과거처럼 지역정당이 아닌 노동자·서민을 위한 계층정당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동위는 문재인 후보가 직접 구상했다”

대선이 코앞에 닥쳤다. 문재인 후보 캠프에는 노동위원회가 구성돼 있다. 노동진영의 독립된 선거기구 구성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동위원회 구상은 문재인 후보가 직접 했다. 민주통합당은 전통적으로 직능위 안에 노동분과 수준으로 존재했다. 문 후보는 독립된 노동위에 거는 기대가 크다. 그는 노동자를 위한 정치조직이 돼야 하고,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가 주어지는 새 정치를 하겠다고 했다. 노동위는 양대 노총 인사를 포괄하고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으면서 독자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10월18일 출범한 노동위는 국회의원 5명(김기준·김경협·한정애·유대운·홍의락)과 자문위원·부위원장 등 219명의 임원으로 구성돼 있다. 노동위는 전국적으로 2천개가 넘는 노조에 조합원 58만여명의 문 후보 지지선언을 이끌어 냈다. 지난달 28일부터는 노동유세단을 꾸려 전국 노동현장을 누비고 있다.

- 문 후보 캠프가 노동위를 따로 꾸린 이유는.

“직능위 안에 있으면 직능위원장의 통제를 받는다. 노동 스스로 하는 게 맞다고 봤다. 문 후보는 노동자의 친구이자 동지다. 누구보다도 노동을 잘 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청년변호사 문재인을 만나면서 바뀌었다. 문 후보는 82년 부산합동법률사무소에 노동문제연구소를 만든 사람이다. 노 전 대통령은 문 후보와 같이 무료변론을 하면서 노동자의 처참한 삶과 대우받지 못하는 삶에 눈을 떴다.”

“문 후보는 나보다 노동을 잘 안다”

- 문 후보와는 언제 첫 인연을 맺었나.

“노 전 대통령을 통해서다. 80년대 옛 금융노련 산하조직 노동·인권교육에 당시 인권변호사였던 노 전 대통령이 초청강사로 활약했다. 문 후보도 그때 알게 됐다. 착하고 바르게 사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반면 자신의 신념과 소신을 굽히지 않는 모습도 봤다. 그는 노동문제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조예가 깊고 애정이 있는 사람이다. 새로운 시대는 따뜻한 마음과 진정성 있는, 부드러운 리더십을 원한다. 노동을 잘 아는 정치인은 문 후보밖에 없다.”

- 노동유세단 활동은 어떻게 하고 있나.

“하루 5~7개 사업장을 다닌다. 대략 90여개 사업장을 돌았다. 하루 1천여명의 조합원을 만날 것이다. 선거운동 중간중간 공단이나 다른 지역에서도 유세차를 타고 유세를 한다.”

- 유세를 다니면서 인상 깊었던 일은.

“경기도 이천시에 있는 한 사업장을 찾았을 때다. 올해 말 정년퇴직을 앞둔 조합원이 찾아왔다. 그는 ‘벌어 놓은 것은 아이들 학자금 대출상환으로 다 들어갔다’며 ‘정년퇴직 뒤 생계가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자녀들이 취업을 해야 하는데 여전히 실업상태라고 했다. 회사에서는 같은 업무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무하겠냐고 했다더라. 그런데 임금이 지금의 3분의 1 수준이란다. 그는 ‘그것으로는 생계가 안 된다’고 했다. 가슴이 아팠다.”

“이명박 정부선 노동자 목소리 전달할 길 없었다”

이 위원장은 “한국노총 위원장 시절에 이런 목소리를 정부에 전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5년 전 이명박 대통령과 약속을 했지만 소통을 해 본 적이 없다. 그래도 참여정부 시절에는 1년에 5번은 공식적으로 청와대 초청을 받았다. 그 자리에서 노동자 목소리를 전달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하에서는 단 한 번도 그럴 기회가 없었다. 불통 정권이다.”

- 노동현장 유세를 다니며 어떤 메시지를 던지나.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이명박 대통령은 같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박 후보는 노동에 대해 잘 모른다. 박 후보를 둘러싼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그런 후보가 노동을 챙기겠나. 이 대통령이 그렇듯이 똑같은 수순을 밟을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후보는 노동을 잘 안다. 나보다도 더 많이 안다. 노동문제에서는 박사다. 애정도 무한하다. 대통령이 직접 노동문제를 챙길 것이다.”

- 참여정부의 노동정책은 실패했다. 문 후보가 그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까.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노동자의 기대가 컸다. 반면 노 전 대통령도 노동자에 대한 서운함이 컸다. 안타깝게도 거기서 신뢰가 무너졌다. 그 과정에서 당시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은 많은 것을 이해시키고 조정하는 역할을 했다. 과거의 실패 경험이 좋은 학습효과가 될 것이다. 대통령의 노동자 존중사회라는 좋은 뜻이 전파되고 바뀔 것이다.”

“이명박과 박근혜는 같은 사람, 노동자가 바꿔야”

- 한국노총 정치방침이 분명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그것은 지도부의 입장일 뿐이다. 현장에서는 정치방침이 유지되기 때문에 2천개가 넘는 노조가 문재인 후보 지지선언을 하지 않았겠나. 그것은 강요와 노력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분위기가 공유돼야 가능한 것이다. 현장은 살아 있고 공감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그는 노동계가 하나가 돼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양대 노총 출신 인사와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 노동캠프·진보정의당 노동위원회까지 연대하고 있다고 했다.

“문재인-안철수 노동캠프가 통합했다. 진보정의당 노동진영도 함께 연대하고 있다. 세 진영이 함께 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전 노동계가 하나가 된 것은 처음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이런 것이 노동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본다. 과연 누가 노동계를 대표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 현장유세에서 노동자 투표참여를 강조하는 것 같다.

“노동자들이 당과 국가·사회의 주인이다. 민주통합당은 노동자·서민의 계층정당임을 이미 선언했다. 지금도 변화하고 있다. 노동자는 2교대, 3교대로 피곤한 몸이지만 빠짐없이 선거운동원이 되고 투표에 참여해야 한다. 1명이 최소한 10명에게 투표참여를 독려하고 실천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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