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은회 기자

올해로 설립 18주년을 맞은 무주덕유산리조트노조(위원장 김호영)가 한 달 넘게 전면파업 중이다. 노조 설립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해 4월 인수합병(M&A)을 거치며 원만했던 노사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1년8개월 사이 리조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매일노동뉴스>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정연진(42·사진) 노조 부위원장을 만났다.

'무노조 기업'와 '무파업 노조'의 만남

80년 10월 설립된 (주)무주덕유산리조트(옛 무주리조트)는 호텔·콘도미니엄·유스호스텔·스키장·골프장을 운영하는 종합레저업체다. 전북 무주면 설천면에 종합관광단지를 보유하고 있다. 최대 주주는 (주)부영주택으로 리조트 지분의 74.5%를 보유하고 있다. 부영주택은 지난해 4월 경영난에 봉착한 대한전선으로부터 리조트를 인수했다.

부영주택은 재계 서열 30위인 부영그룹의 계열사다. 부영그룹은 주택건설과 임대주택업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중견 건설사다. 최근에는 전라북도와 함께 프로야구 10구단 창단의사를 밝혀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부영그룹 산하 18개 계열사 중 노조가 설립된 곳은 무주덕유산리조트가 유일하다.

“부영은 한 번도 노사관계를 경험해 보지 않았어요. 노사관계에 대한 개념도 부족합니다. 노조를 회사의 일개 부서 정도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회사측을 자문하는 노무법인 관계자조차 ‘회사가 자문내용과 다르게 행동할 때가 많아 당황스럽다’고 얘기할 정도니까요.”

인사노무시스템이 전근대적이라는 얘기다. 실제 지난 1년8개월 동안 리조트에서는 크고 작은 노사갈등이 계속됐다. 권고사직 형태의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기존 노사가 체결한 고용안정협약이 지켜지지 않고, 단체협약에 명시된 휴가비나 각종 수당의 지급이 지연되거나 체불되는 일이 빈번해졌다. 현재 직원 한 명당 100만원꼴로 임금이 체불돼 있다. 단체교섭도 공전을 거듭했다. 회사측은 경영상황에 대한 결정권한이 없는 실무자를 교섭테이블에 내보냈다.

“압권은 단체교섭 도중에 벌어진 일이에요. 교섭 상견례를 마치고 나서 회사가 갑자기 승진발령을 하더라고요. 13명이 승진했는데, 이 중 8명은 대리에서 과장이 됐어요. 노조에는 대리까지만 가입할 수 있으니까 이들 모두 노조를 탈퇴하게 됐죠. 승진한 사람 중에는 노조 교섭위원도 있었습니다.”

그 뒤로도 노조탈퇴자는 계속 늘어났다. 230여명에 달했던 조합원수는 180여명으로 줄었다. 정 부위원장은 “회사측은 조합원들에게 ‘노조가 밥 먹여 주냐’며 노골적으로 노조탈퇴를 종용하고, 팀장회의를 소집해 팀장들에게 노조탈퇴자를 늘릴 것을 주문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7월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에 복수노조 설립이 허용되면서 노사분규 사업장에서 신규노조의 등장은 익숙한 광경이 됐다. 무주덕유산리조트도 예외는 아니었다. 노조가 지난 10월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벌여 투표조합원 98%의 찬성으로 쟁의행위 돌입을 가결하자, 그로부터 닷새 뒤 팀장급으로 구성된 신규노조가 무주군청에 설립신고를 냈다. 무주군청은 신규노조 조합원들이 인사노무권을 행사하는 관리자라는 이유로 설립신고를 반려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유주원 리조트 대표이사는 이달 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의 중재로 노사가 만난 자리에서 “신규노조 설립은 회사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며 회사측이 노조설립에 개입한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리조트 사업 몸집 키우는 부영그룹 … "막장 노사관계 안돼"

노조는 지난달 3일부터 전면파업을 벌이고 있다. 회사는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성수기를 맞은 스키장은 전체 19개 슬로프 중 4개만 운영되고 있다. 조합원들이 빠진 자리에는 퇴직자나 경력자 등 불법대체인력이 투입돼 있다. 노조는 다음주께 회사측을 상대로 체불임금·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제기할 방침이다.

“건설업으로 잔뼈가 굵은 부영그룹은 최근 호텔이나 골프장을 사들이고 있어요. 지금 무주덕유산리조트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갈등은 리조트 사업을 확장하려는 부영이 앞으로 노사관계를 어떻게 끌고 가려는지 보여 주는 징후인 셈이죠. 지금 바로잡지 않으면 안 된다고 봅니다. 노조가 파업에 나선 이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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