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가 차기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후보지로 금융연수원을 선정하려고 했다가 해당 노조와 상급단체의 반발에 밀려 설치계획을 철회했다.

금융노조 금융연수원지부(위원장 서용석)는 27일 “금융노조의 강력한 이의제기와 사측의 협조로 사업장에 인수위를 설치하려던 정부의 계획이 무산됐다”고 밝혔다. 지부에 따르면 이달 12일 행안부 관계자가 금융연수원을 찾아 "사업장을 인수위 후보지 중 하나로 선정할 예정"이라고 통보했다.

이에 서용석 위원장은 19일 행안부를 찾아 “인수위가 설치될 경우 일상적인 사업에 차질이 생긴다”며 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하지만 행안부는 이튿날 금융연수원에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 사용 관련 협조요청’ 공문을 보내 인수위 설치계획을 공식화했다.

지부가 인수위 설치에 반발한 이유는 과거에 곤욕을 치렀기 때문이다. 금융연수원에는 그동안 노태우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의 인수위가 꾸려진 바 있다. 지부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가 과거 금융연수원 별관 전체와 본관을 사용하는 바람에 연수 일정 절반 이상이 외부 임대 공간에서 진행되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며 “이명박 정부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획단을 금융연수원에 상주시켜 제 방처럼 드나들었다”고 비판했다.

행안부가 인수위 설치계획을 철회하지 않자 지부의 상급단체인 금융노조가 나섰다. 노조는 지난 23일 행안부 담당자가 실무협의를 위해 사업장을 방문할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하고 불시에 금융연수원을 찾았다. 노조 관계자는 “행안부에 금융연수원은 은행들의 사업 지속을 위한 연수·교육 시설이니 계획을 강행할 경우 조직적인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며 “그러자 행안부가 사측까지 반대하면 설치계획을 취소할 것이라고 전해왔다”고 말했다.

이에 노조는 이장영 금융연수원장에게 공문을 보내 “조합원 및 직원들의 연수에 불편을 초래할 수 있는 인수위 설치를 함께 저지하자”고 제안했고, 동의를 이끌어 냈다. 금융연수원은 이달 26일 행안부에 “인수위 설치계획을 중단해 달라”고 통보했다. 그제서야 행안부는 인수위 설치계획을 취소했다. 서 위원장은 “상급단체의 지원과 사측의 협조 덕분에 급한 불은 껐다”며 “행안부가 약속을 이행하는지 감시를 늦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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