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연
공인노무사
(민주노총
대전충남법률원)

해고를 당하면서 스스로 권리찾기에 나서게 된 비정규노동자 A씨의 삶은 이렇게 흘러왔다.

A씨는 한 공공 연구기관에서 2003년 1월부터 용역노동자, 파견노동자로 고용형태만 바꿔가며 동일한 업무를 수행했다. 그러다가 2009년 6월 파견업체로부터 계약해지 됐다. A씨는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구제신청을 제기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행정법원은 연구원과 A씨가 소속됐던 용역업체 사이의 계약은 도급계약이 아니고 그 실질이 근로자파견계약에 해당한다고 보고, 2003년부터 2년이 지난 2005년 1월부로 연구원이 A씨를 직접 고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연구원은 행정법원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 확정판결이 있고서야 A씨를 복직시켰다. 그러나 연구원은 A씨에게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일 뿐 정규직이 아니라며 ‘무기계약 근로계약서’를 강요했다. A씨는 직접고용된 이후에도 파견근무자로 일하던 시절보다 적은 임금을 받고 있다. A씨는 정규직 노동자와 동일한 업무를 담당하므로 그들과 동일한 취업규칙을 적용하고 정당한 대우를 해달라고 요구했으나 연구원은 이를 묵살했다.

A씨는 결국 정규직과의 임금차액 지급을 요구하는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었다. A씨는 1심에서 승소했으나, 연구원은 또 항소했다. 법을 회피하기 위해 A씨를 해고하고 법원의 판결에 수차례 불복해온 것은 사용자인데, 연구원은 오히려 A씨에게 “법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비아냥대며 법대로 해보잔다.

정작 A씨가 힘든 것은 사용자 때문만이 아니다. 어느 날 정규직 노동조합 대표자와 마주치게 된 A씨는 "사용자와 더 이상 소송을 원치 않으며 조용히 근무하고 싶다"고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노조 대표자는 "A씨에 대한 평판이 나빠서 도와줄 수 없다"고 하더란다. A씨는 노조 가입대상이 아니라서 노조에 가입할 수 없다는 얘기도 들었다. A씨에 대한 평가는 누가 한 것일까? 사용자의 평가인가, 정규직 노조의 평가인가?

A씨는 복직 후 사실상 ‘왕따’나 다름없다고 한다. 동료 비정규 노동자들도 A씨를 가까이 했다가 무슨 불이익이라도 생길까 어려워하는 눈치라 A씨 스스로 피하게 된다고 한다.

“노동조합 조합원도 아닌 힘 없는 간접고용 노동자가 정규직으로 복직했다더라”는 소문이 돌았을 때 A씨는 연구단지 내에 숨죽이고 있던 수많은 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게 희망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A씨에 대한 따돌림과 인신공격을 보면서 억울한 해고를 당해도 움츠러들고 노동조합은 비정규직의 삶과는 거리가 먼 존재라 여기는 분위기다.

노동운동은 여전히 불법파견도, 우리안의 차별도 없애지 못하고 있다. 비정규 노동자 조직화와 노동자들의 연대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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