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고용노동부가 창조컨설팅에서 자문을 받았던 사업장 세 곳을 압수수색하면서 노조파괴 등 부당노동행위 관련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근 부당노동행위를 암세포에 비유하면서 강력한 처벌의지를 밝힌 터여서 수사가 다른 사업장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11일 노동계에 따르면 지난 9일 검찰·노동부 합동으로 압수수색이 진행된 골든브릿지투자증권·상신브레이크·발레오전장시스템스코리아는 창조컨설팅의 자문을 받은 뒤 노사관계가 악화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경영진이 노조활동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는 점도 비슷하다.

◇창조컨설팅 자문, 실제 실행됐나=창조컨설팅은 올해 1월 '골든브릿지증권 경영정상화를 위한 전략회의' 문건을 작성해 골든브릿지측에 전달했다. 회사는 지난해 10월 노조에 단체협약 해지를 일방적으로 통보한 상태였다.

창조컨설팅은 해당 문건에서 단협 해지 이후 대응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교섭은 활발하게 진행하면서 부당노동행위 혐의(교섭회피)는 피하고 외부에는 노사자율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 주되, 시간을 최대한 끌어 무단협 상태에 이르도록 교섭을 지연시켜야 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었다. 고용·해고 등 교섭의 핵심사항은 절대 타협하지 말고, 건강검진 강화 등 노조의 부수적인 요구는 받아들이라는 주문도 있다.

골든브릿지증권 노사는 올해 3월까지 교섭을 지속했지만 타결에 이르지 못했고, 사측의 해지 통보 6개월 후인 올해 4월부터 무단협 상태가 됐다. 회사측은 노조로서는 수용하기 어려운 '사규 위반시 해고' 조항 신설을 요구하고 "구조조정시 합의를 협의로 바꾸자"고 주장했다.

노조는 무단협 상태에 이르자 4월부터 파업에 나섰고, 200여일째 회사측과 싸우고 있다. 사측은 조합원들을 회유·협박해 노조 탈퇴를 종용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김호열 사무금융노조 골든브릿지증권지부장은 "회사측은 창조컨설팅 개입 의혹을 부정해 왔는데 이번 압수수색으로 명확한 사실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지금이라도 부당노동행위를 중단하고 성실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조파괴에 대량해고까지=상신브레이크와 발레오전장은 2010년부터 창조컨설팅에서 자문을 받았다. 두 사업장은 모두 노조가 파업에 들어간 뒤 사측이 직장폐쇄를 하고 용역경비를 투입했다. 회사측은 파업 조합원을 선별적으로 복귀시켰다. 노조 집행부는 친사용자 성향으로 바뀌었고 민주노총 금속노조를 탈퇴했다.

노조파괴 시나리오는 '공격적 직장폐쇄→용역투입·강제진압→친사용자 성향의 복수노조 등장→기존노조 무력화'라는 공식으로 진행된다. 두 사업장에서 복수노조가 생기지 않은 이유는 이들 사업장에서 노조파괴 시나리오가 작동하던 2010년에는 복수노조 설립이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파업 등 쟁의행위를 이끌었던 두 사업장 노조의 집행부들은 대부분 해고된 채 지금도 복직투쟁을 하고 있다. 금속노조는 "국정감사에서 이미 창조컨설팅과 사업주들이 노조파괴를 공모해 동일한 시나리오로 어용노조를 설립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민주노조 파괴뿐만 아니라 노동자 대량해고라는 참혹한 노동탄압을 했던 사업주를 엄정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곤혹스러운 노동부 “이번 기회에 뿌리를…”=이채필 장관은 최근 부당노동행위를 암세포에 비유하면서 “도려내든지, 녹이든지 간에 반드시 뿌리뽑겠다”고 강조했다. 노동부 역시 사업주의 부당노동행위 관련 수사는 “지금이 시작”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창조컨설팅에서 자문받은 사업장뿐만 아니라 부당노동행위 혐의가 드러난 사업장에 대해 전방위적인 조사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노동부가 이처럼 부당노동행위 수사를 확대하는 것은 창조컨설팅 조사 과정에서 혐의를 입증할 만한 상당수 증거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꼬리를 물 듯이 수사를 하면 할수록 더 많은 사실과 증거가 나오고 있다는 게 노동부의 설명이다.

노동부 입장에서는 사용주의 부당노동행위를 뿌리뽑아야 할 책임이 있다. 게다가 국정감사에서 부당노동행위를 감시·적발해야 할 노동부가 제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복수노조가 노조를 파괴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는 점도 노동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그간 노동부는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가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한 제도라고 강조해 왔다. 그런 상황에서 사업주들이 새노조 설립과 과반수 조합원 확보를 통한 교섭권 몰아주기로 기존 노조를 파괴하는 데 복수노조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압수수색이 암을 도려내기 위한 수술과 같은 과정이라면 약물치료와 같은 다양한 방법을 동원할 수 있다”며 “창조컨설팅은 물론이고 비슷한 자문을 했던 다른 노무법인, 그리고 사업장까지 조사해 어떻게든 부당노동행위를 뿌리뽑겠다”고 강조했다.

김봉석 기자

양우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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