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떨어져 나뭇잎 말라가는, 가을은 무릇 독서의 계절. 발걸음 분주히 사람들 흘러가고 빌딩 숲 헤친 바람 낙엽 쓸어 날리는데, 거기 대한문 앞자리 돌부처 닮아 사람들 밥을 굶는다. 바스락 마른 잎 부서지고, 부스럭 책장이 넘어간다. 부산스레 들락거리던 왕궁 문지기들이 떠나고 '니 하오', '아리가또', '원더풀', 저마다 북적이던 인파도 물러가면 그때야 부스럭, 저기 뒷방에서 들리는 소리. 굶고 버티는 일 말고는 바쁠 것도 없어 느릿느릿 돌아눕던 사람 소리. 된바람에 비닐 천막 떠는 소리. 현수막 우는 소리. 상복 입고 바스락 가을처럼 말라 가는 소리.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