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주 변호사
(금속노조 법률원)

이번주 일요일에 노동자대회가 개최된다. 전태일 열사가 자신의 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피맺힌 절규를 했던 그때로부터 42년이 지났다. 42년이 지났지만 이 땅의 노동자들은 여전히 다른 절규를 하며 싸우고 있다.

#1. 재능교사노동조합은 99년에 만들어져 고용노동부에 설립신고까지 마쳤다. 2006년 학습지노조 재능지부로 편입됐다. 학습지노조 재능지부는 99년, 2004년, 2007년 회사와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노조전임자를 인정받고 노동조합 사무실도 제공받았다. 그런데 회사는 2007년 임금(수수료)이 삭감되는 단체협약 개악안을 내놓았고, 2008년에는 노동조합을 더 이상 인정하지 않겠다며 일방적으로 단체협약을 해지했다. 이어 전임자 복귀를 통보한 뒤 이에 응하지 않은 전임자 2명을 해고했다. 이후 회사는 노동조합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조합원들에게 끊임없이 탈퇴를 강요하고 용역깡패를 동원해 폭력을 행사했다. 가처분결정에 따른 간접강제금을 집행해 조합원들의 냉장고·차량·월급을 압류했다. 회사는 2010년 말 끝내 노동조합 가입을 계속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조합원 9명에 대해서도 해고를 통보했다.

2004년 학습지노조 조합원으로 활동하다 억울하게 해고된 조합원 1명, 2008년 일방적인 단체협약 해지와 복귀통보에 불응해 해고된 조합원 2명, 2010년 온갖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노동조합 가입의사를 밝힌 조합원 9명 등 12명의 선생님들은 2007년 12월21일부터 오늘까지 “학습지교사는 노동자”, “학습지노조는 노동조합”이라고 외치며 거리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거리농성 1천778일째인 이달 1일 서울행정법원은 9명의 선생님들이 제기한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학습지교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노동자”, “학습지노조는 노동조합”, “학습지교사의 노동조합에 가입해 활동했다는 이유로 계약해지 통보를 한 것은 부당노동행위이고 계약해지 통보는 무효”라는 판결을 선고했다. 법원이 법문해석의 한계를 언급하며 학습지교사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라고 판단한 점은 유감스럽지만 학습지노조가 노동조합이 아니라고 했던 2005년 대법원 판결을 뒤집고 학습지노조의 활동을 인정한 의미 있는 판결이었다.

소송을 진행하던 중 지병으로 하늘나라로 가신 선생님을 포함해 12명의 학습지 선생님들은 만 5년을 온몸으로 싸우며 10만 학습지교사를 가입대상으로 하는 학습지노조를 사수했다. 그들은 노동조합을 지켜 내고 있는 이 시대의 또 다른 전태일이다.

#2. 올해 7월27일 오후 3시 용역경비들이 만도 평택·문막·익산 공장을 점령했다. 금속노조 만도지부 집행부와 그 다음주부터 여름휴가가 시작되기에 미리 휴가를 떠났던 지부 조합원들은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다. 만도지부 쟁의대책위원회에서 직장폐쇄 해제를 위해 쟁의행위 철회를 결정하고 복수노조를 막기 위해 조기선거를 결정한 다음날인 7월30일 만도지부 각 지회장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기업노조를 설립했다. 만도지부 집행부는 함께했던 동지들에 대한 배신감과 당혹스러움으로 또 한 번 충격을 받았다. 회사는 기업노조를 홍보하는 이메일을 언론사에 보냈고 조합원들을 선별적으로 불러 쟁의행위를 하지 말라는 취지의 교육을 진행한 후 기업노조 간부들을 소개했고, 금속노조 탈퇴와 기업노조 가입을 유도했다. 쟁의행위 철회의사를 밝히고 회사에 근로제공을 하겠다는 조합원들 중 회사는 금속노조 전·현직 간부들과 주요 활동가들에 대해서만 복귀를 차단했다. 그 과정에서 조합원 상당수가 금속노조를 탈퇴했다.

회사는 직장폐쇄를 해제한 이후에도 기업노조와 3일 만에 임금·단체협약에 합의했다. 금속노조 조합원들을 제외한 직원들에게 특별격려금도 지급했다. 얼마 전 국정조사 기간에 회사 부당노동행위를 컨설팅한 사실이 드러난 창조컨설팅의 인가가 취소됐고, 대표노무사는 자격이 취소됐다. 자료에 따르면 금속사업장만 해도 유성·보쉬전장·콘티넨탈·발레오만도·진방스틸·상신브레이크·DKC 등에 이른다. 회사는 '직장폐쇄→제2 노조 설립→어용노조 지원→금속노조 징계·차별 등 탄압' 컨설팅에 따라 치밀하게 계획적으로 금속노조를 탄압했다. 창조컨설팅 개입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현재 만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금속노조 탄압도 별반 다르지 않다.

금속노조 만도지부 집행부는 오늘도 회사의 갖은 탄압과 싸우고 있다. 87년 6월 항쟁의 성과로 일궈 낸 민주노조를 지키기 위한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민주노조를 지켜 내기 위해 싸우고 있는 그들은 이 시대의 또 다른 전태일이다.

#3. 민주노조를 사수하는 이 시대의 전태일이 있는 한 조만간 10만 학습지교사들이 시청광장부터 광화문 사거리까지를 가득 메우는 집회를 할 것이다. 15만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전국 각지에서 일어나 정규직 전환을 위해 목숨 걸고 철탑 위에 올라간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동지들과 민주노조를 지키기 위해 굴다리에 올라가 고공농성 중인 유성지회장, 쌍용자동차 국정조사와 해고자 복직을 위해 단식 30일째를 맞고 있는 쌍용자동차지부장을 투쟁으로 연대하는 그날이 반드시 올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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