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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질판위 통계가 보여 주는 현실권동희 공인노무사(노동법률원·법률사무소 새날)
권동희
공인노무사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2008년 7월1일 전면개정돼 시행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어느덧 4년을 지났다. 논란의 핵심이었던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질판위)에 대해 노사의 다툼은 잠잠해졌다. 2010년 11월부터 23차례 진행된 ‘산재보험 제도개선 TF’에서 합의된 내용인 ‘업무상 질병판정절차 개선방안’(2011년 12월)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지난해 질판위 심의현황(근로복지공단 보험급여국의 2012년 2월 자료)을 보면 과연 질판위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지난해 질판위 심의건수 9천414건 중 불승인율은 64.3%였다. 2010년 63.9%, 2009년 60.6%로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가장 많은 질병인 근골격계질환은 지난해 6천54건 중 54%, 2010년에는 52.3%의 불승인율을 기록했다. 뇌심혈관계질환은 지난해 2천475건 가운데 87.1%가 불승인됐다. 2010년에는 85.6%였다.

핵심 질병인 근골격계질환과 뇌심혈관질환의 불승인율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뇌심혈관질환의 경우 지난해 열린 579건의 회의에서 각 회의당 0.5건이 승인되는 수준이다. 근골격계질환과 뇌심혈관질환의 불승인율이 높아지는 것은 현행 업무상질병 인정기준인 고용노동부 고시의 문제점을 차치하더라도 질판위가 공정한지 의심을 주기에 충분하다.

지역별 판정현황을 보면, 서울질판위는 23.5%, 광주질판위는 46.2%의 승인율을 기록했다. 무려 22.7%포인트의 편차를 보이고 있다. 공단은 사업장 규모·근속연수·신청질병 차이 등으로 지역별 편차가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근골격계질환이 반드시 장기근속일수록 유리한 것은 아니며, 근속기간별 구성비도 3년에서 15년 사이에서는 별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공단은 “위원들의 개별 소견의 지역별 편차 일부 작용”이라고 해명하지만, 실제 질판위의 공통되고 일관된 기준이 부족함을 반증하는 것일 뿐이다.

특히 서울질판위의 경우 2010년 29.1%에서 무려 5.6%나 승인율이 감소한 것은 합리적 이유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로 인해 근골격계질환의 경우 광주질판위는 58.6%, 서울질판위는 32.7%로 승인율이 25.9%포인트나 차이가 난다. 공단은 광주의 경우 사업장 규모에 있어 500인 이상 사업장의 비중이 크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대전질판위의 경우 500인 이상 사업장이 서울질판위보다 낮은 29.4%로 최하위지만 근골격계질환 승인율은 52.3%를 보이고 있다. 결국 공단의 논리라면 대규모 사업장은 근골격계질환 승인에 유리하다는 의미일 뿐이다.

그런데 사업장 규모별 인정률을 살펴보면 5인 미만 사업장이 31.3%, 500인 이상이 42.2%를 기록했다.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질병 인정수준이 낮다는 것을 뜻한다. 산재보험제도의 사회적 보험기능이 제대로 수행되지 못하는 현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의제기와 취소율을 보면, 전제 심의건수에서 심사청구·재심사청구·심사청구 후 재심사청구를 한 건의 비율은 17.7%에 불과하다. 질판위에서 심의한 5건 중 한 건에 대해서만 이의제기를 할 뿐 82.3%의 노동자가 포기를 하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질판위의 승인율이 대단히 낮고 이러한 추세가 지속돼 왔음을 감안하면 질판위가 오히려 산재인정의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해 질판위 심의현황 통계에서 개선된 점은 1회당 평균 심의건수가 전년 19.5건에서 17건으로 조금 줄어든 것뿐이다. 심의건수는 낮아졌지만 불승인율은 높아졌다. 참고로 같은 기간 산재심사위원회 평균 심의건수는 30건, 재심사위원회는 40건 정도다.

지난해 12월21일 노동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노동자의 입증부담을 낮추고 질판위의 전문성을 높이고 심의건수도 15건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위원 구성을 일부 바꾸고 조사절차도 개선하겠다고 했다.

당시 합의안 중 '현장 조사시 자료 확보목록'은 이전보다 특별히 개선된 게 없다. 가령 실제 뇌심질환에 있어 문답서는 대리인이나 당사자에게 보내져 작성되는 경우가 많고, 근골격계질환은 현장조사를 수행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사업장의 직력조차 제대로 조사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노총 추천 질판위 위원들이 최근 심의회의에 참가하기 시작했다.

노동부 고시가 질판위의 지침으로 작용하고 있고, 업무상질병 인정기준이 개선되지 않는 한 그 피해는 노동자, 특히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에게 전가된다는 것을 질판위 통계는 말하고 있다.

편집부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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