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노사관계는 정부와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정부의 예산편성지침에 따라 임금과 노동조건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양대 노총 공공부문 산별노조(연맹)들은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진행하며 공동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매일노동뉴스>는 4차례 연속기고를 통해 무엇이 쟁점인지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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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상
공공연맹 위원장

대화와 소통이 사라졌다. 모두가 소통과 타협을 강조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론에 불과하다. 이명박 정부에게 공공노동자의 목소리는 귀찮은 잡음 정도로 취급받고 있다.

분열을 넘어 하나된 투쟁으로 나아가야

이명박 대통령은 관치행정을 국가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인식하고 있지만 현 정부의 공공기관 정책은 관치행정이라 할 만 하다. 모든 결정이 정부에 의해 일방적·획일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공공기관 노동자를 대표하는 노조의 목소리는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려 버려도 되는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다.

불행하게도 노동계는 이러한 정부 앞에 하나 된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분열과 출혈경쟁으로 정부의 개악적 정책 앞에 스스로 무너지는 어리석음과 무력함을 보여 주고 있다.

지금 당장 형식적인 틀인 조직통합이라는 거대한 힘의 결집체를 이끌어 낼 수는 없어도 양대 노총 30만 공공부문 노동자는 대정부 투쟁에 있어 하나가 돼야 한다. 오는 31일 △예산편성지침 요구안 쟁취 △대정부 교섭 쟁취 △사회공공성 강화 쟁취를 위해 우리의 단결된 힘을 결집시켜야 한다. 노동자와 노조를 대화와 협상의 파트너로 보지 않는 초법적인 정부 앞에는 조직을 초월한 투쟁만이 노동자가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다.

공운법 개정하고 노정교섭 쟁취해야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은 지난 2007년 1월19일 제정돼 그해 4월1일부터 시행됐다. 정부는 이 법 제3조를 통해 '공공기관의 자율적 운영'을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요즘 공공기관 노사협의회 및 단체교섭에서 기관장으로부터 많이 듣는 말 중 하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이다. 공공기관의 자율적 운영을 보장해야 할 정부가 일방적·획일적 공공기관 예산편성지침과 경영평가 제도를 통해 공공기관의 자율적 운영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노동자의 임금·복지·노동조건에 대한 개별기관의 노사자율 단체교섭은 사실상 의미를 상실하고 형해화하고 있다.

기관의 특성과 성격을 무시한 정부의 일률적 예산편성지침과 임금가이드라인은 정부가 나서 공공기관 간 임금격차 문제를 확대·고착화하고 조직 간 갈등을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또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처우개선, 신규직원 초임 원상회복 등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자발적 노력도 가로막고 있다.

공공기관의 설립근간을 흔드는 수익창출 및 효율화 중심의 경영평가제도와 지나친 성과급 차등은 노동자들의 경제안정을 위협하고 구성원 간 출혈경쟁과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그 결과 공공기관이 추구해야 할 사회공공성은 위기에 직면해 있다. 공공기관의 경영도 정부 눈치보기식 일회성 단기 실적 위주로 전락한 상태다.

정부, 공공부문 노사관계의 실질적 사용자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운법을 개정해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위상 재정립 및 민주화 쟁취 △임원추천 등 공공기관 지배구조 개혁 △경영평가는 공공성 운영평가로, 경영지침은 운영지침으로 개선해야 한다. 또 공공기관에 대한 정부의 간섭과 통제가 노동조건 등 핵심적인 교섭사항은 물론 기관운영 전반에 걸쳐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공공부문 노사관계에서 정부가 실질적인 지배력 또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용자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정부가 지금과 같이 공공기관에 대한 통제를 지속한다면 공공부문 노조의 교섭파트너는 정부가 돼야 한다. 노조법 개정을 통해 초기업 단위노조 대표자와 범정부 및 지방자치단체를 포괄하는 정부교섭 대표 간 교섭형태로 노정교섭의 틀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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