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농협노조

민경신(47·사진) 사무금융연맹 전국농협노조 위원장은 농협중앙회가 지난 3월 창립 51년 만에 단행한 신용·경제 사업 분리를 '주식회사 농협의 탄생’으로 요약했다. 신경분리의 핵심이 지주사체제로의 개편인 만큼 농협중앙회가 지역 농협 보호·육성이라는 본래의 설립 목적을 잃어 버렸다는 것이다.

민 위원장은 지난 19일 오전 서울시 충정로2가에 위치한 노조 사무실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문제는 농협중앙회가 이익을 추구하며 여러 면에서 지역 농협을 짓누르는 것"이라며 "내년도 정기국회 개원 시점을 목표로 농협법 재개정을 통한 협동조합 정체성 복원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 지주사 운영 이후 농협중앙회가 지역 농협을 경쟁상대로 보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예전에는 농협중앙회가 신용사업을 하면서 지역 농협의 눈치를 많이 봤다. 지주사 체제 도입 이후 농협중앙회가 공격적인 예금 유치에 나선 상태다. 최근엔 100여개의 점포를 새로 개설한다고 했다. 예전엔 드러나지 않게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했던 행동을 이제는 대놓고 한다. 농협중앙회 설립 목적은 지역 농협의 보호·육성이다. 주식회사가 된 이후 정 반대의 행동을 하고 있다.”

- 지역 농협의 공제사업이 사라지면서 말들이 많다.

“주식회사 체제의 대표적인 폐단이다. 농협중앙회는 신경분리를 앞두고 지역 농협의 사업영역에서 공제사업을 제외시켰다. 이후 농협손해보험 등이 심사·지급 업무를 총괄하고, 지역 농협은 판매 대리인으로 전락했다. ‘공제’가 ‘보험’으로 바뀌면서 공적인 기능이 완전히 사라졌다. 예를 들어 재해보상 항목 중 공제에는 있던 ‘천재지변’이 보험에서는 사라졌다. 보장 범위는 축소됐는데, 보험료는 올랐다. 철저하게 주식회사의 룰이 작동하고 있다. 최근 예금 고객을 보험으로 돌릴 시 지역 농협 종사자들에게 주어지는 권유비(인센티브)를 2배로 늘여 지급한다. 지역 농협 자금을 보험사로 흡수하겠다는 속셈이다. 지역 농협의 이익을 가로채는 행동이다."

- 그동안 농협중앙회가 지원하던 무이자 자금도 논란이 되고 있다.

“전체 지역 농협 중 연간 순이익 2억 미만 조합이 30%를 넘는다. 그간 해마다 7~8조원 상당의 무이자 자금이 지원돼 도움이 됐다. 지주사 체제에서는 농협중앙회가 자회사에서 끌어 올 수 있는 자금은 ‘명칭사용료’ 정도에 불과하다. 더 이상 지역 농협에 꿔줄 돈이 없게 된 것이다. 때문에 조합별로 평균 50억 가량이 누적돼 있는 무이자 자금을 회수해 갈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만약 농협중앙회가 이를 실행할 경우 지역 농협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 농협중앙회가 조합 상호지원자금을 전용했다는 얘기도 있다.

“정부와 농협중앙회는 이미 신경분리 사업 부족자금 12조원 중 4조원을 조합 상호지원자금에서 끌어 온다는 계획을 마련했다. 해당 자금은 지역 농협이 각각 출자해 사정이 어려운 다른 조합을 돕기 위해 적립한 돈이다. 지역 농협을 위협하는 주식회사를 운영하는데 이 자금을 종잣돈으로 쓰겠다고 한다. 지역 농협을 두 번 죽이는 일이다.”

- 농협중앙회장 직선제도 투쟁 목표로 삼았다.

“대의원(지역 조합장) 간선제로는 현재의 취약한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지난 선거에서도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이 대의원들에게 명품백과 호화 여행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직선제로 회장이 뽑히면 현재와 같이 정부가 농협중앙회를 좌지우지 하는 일도 줄어들 것이다. 청와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을 갖고 일할 회장이 나올 것이다. 농협중앙회가 진정으로 농민을 위한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직선제는 필수다."

- 앞으로의 계획은.

“전국축협노조와 함께 ‘협동조합 정체성 복원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핵심은 지주사 해체를 위한 농협법 재개정이다. 다가오는 전국노동자대회와 전국농민대회에 맞춰 집회나 투쟁 선포식을 계획 중이다. 연말 대선 정국에 맞춰 노조의 투쟁 근거·목표를 알리는 활동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미 지역 농협에는 관련 현수막을 걸어 놓도록 지침을 내린 상태다. 구체적인 행동은 정권이 바뀐 내년부터 나설 예정이다. 이후 정기국회가 개원할 때까지 대국민 서명 운동 등 농협법을 바꾸기 위한 여러 활동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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