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이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설립한 학교에 거액의 자금을 출자·출연하기로 방침을 정하자 금융노조 외환은행지부(위원장 김기철)가 반발하고 나섰다.

지부는 16일 "외환은행 경영진은 하나금융지주의 입김 때문에 발생한 하나고등학교에 대한 자금지원 방침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지부에 따르면 외환은행은 이날 오전 서울 을지로2가 외환은행 본점에서 이사회를 열고 하나고에 250억원을 출자하고, 올해 운영자금으로 7억5천만원을 지원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하나고는 지난 2010년 3월 김승유 전 회장이 설립한 자립형 사립고다. 김 전 회장은 현재 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지부는 경영진의 이 같은 방침이 은행의 재정 악화와 사회적 평판 저하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부는 "외환은행 이사회의 이번 결정은 지주사, 특히 김승유 전 회장을 위한 거수기에 불과함을 스스로 입증한 것"이라며 "세계경제 침체에 따른 금융환경 악화와 최근의 웅진사태에 더해 은행의 불확실성을 키웠다"고 우려했다.

지부는 특별한 이유 없이 김 전 회장의 재단에 거액을 출자·출연하는 것은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결정은 김 전 회장과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의 운영에 깊숙이 개입한 증거라는 것이 지부의 주장이다. 하나금융지주는 올해 2월 외환은행을 인수하며 지부에 5년간 독립경영 보장을 약속한 바 있다.

지부 관계자는 “하나고 설립자인 김승유 전 회장이 아니었다면 거액의 지원을 결정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김 전 회장이 외환은행 운영에서 손을 떼지 않고, 외환은행 이사회가 지금의 결정을 되돌리지 않을 경우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외환은행 관계자는 "김승유 전 회장이나 하나금융지주의 개입 여부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며 "사회공헌사업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부는 하나금융지주의 외환-하나은행 IT부문 통합 추진에 반발하며 독립경영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