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우람 기자
지역 농·축협 노동자들이 농협중앙회가 지역조합의 상호금융자산을 강제적으로 신용·경제사업 분리자금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사무금융연맹 전국농협노조(위원장 민경신)와 전국축협노조(위원장 이윤경)는 16일 오전 서울 충정로 농협중앙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협중앙회는 지역 농·축협의 목을 죄는 NH금융지주를 해체하고, 상호금융자산 강탈에 대한 실체를 규명하라”고 밝혔다.

두 노조에 따르면 정부와 농협중앙회는 지난해 신경분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지역 농·축협들로부터 부족자금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농·축협의 자산이 신경분리 부족자금으로 쓰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들 노조가 확보한 ‘2012 주요 업무 추진계획’ 자료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상호금융자산 4조원을 지주사 체제 개편에 필요한 자금으로 쓸 계획을 이미 세워 놓았다. 해당 자료는 신경분리 이전의 농협중앙회 구조개선단이 지난해 11월 말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노조는 특히 상호금융자산이 은행·보험·증권사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금융지주사에 지원되는 것에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농협법 개정으로 지역 농·축협의 공제사업이 금지되고, NH손해보험 등 금융지주 자회사가 해당 업무를 맡게 됐기 때문이다.

두 노조는 “세상 어느 농민과 노동자가 농협과 협동조합을 해체하고 그 자리에 주식회사를 세우는 데 자산을 갖다 바치느냐”며 “농협중앙회는 금융주식회사의 대주주답게 농민조합원과 지역농협의 자산을 ‘투자’나 ‘차입’으로 치장해 강탈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기점으로 "협동조합 정체성 복원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윤경 축협노조 위원장은 "상호금융자산 지원계획은 농민들에 대한 배신이자 만행"이라며 "농협중앙회는 더 이상 농민을 위한 조직이 아닌 만큼 지역조합을 중심으로 협동조합다운 협동조합을 만들어 가자"고 말했다.

민경신 농협노조 위원장은 "전 세계적으로 협동조합이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지금 농·축협을 죽이는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이 국제협동조합 기구 회장이 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했다"며 "이런 자들이 온갖 권모술수로 협동조합의 실체와 농민들의 이익을 부정하는 것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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