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16일은 금속노조의 2012년 중앙교섭 조인식 날이다. 이 나라에서 최대 규모의 단위노조이고 지난 10여년 동안 산별노조운동의 중심이었던 금속노조가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와 중앙교섭합의서에 서명날인한다. 지난 4월17일 상견례로 시작해 13차례 본교섭을 진행하고서 이미 9월4일 중앙교섭에 관해서 금속노조와 사용자협의회는 의견접근을 이뤘다. 그리고서 금속노조는 10월9~10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서 마침내 2012년 노동조합의 일, 단체교섭을 규약에 따라 공식적으로 마무리 짓기 위해 산별노조로서 중앙교섭 조인식을 하는 것이다. 대선을 앞두고 대선후보의 일정을 쫓아다니기에 바쁜 이 나라에서는 금속노조 중앙교섭 조인식은 관심을 끄는 뉴스가 되지 못한다. 금속노조 조합원에게조차 그렇다. 15일에는 또 다른 산별노조 금융노조도 조인식을 가졌다. 산별노조 사업장에서 날마다 노조파괴 사례들이 기사로 쏟아져 나오고 있는 지금 2012년 산별노조의 산별교섭은 이렇게 조인식으로 조용히 마무리되고 있다.

2. 이 중앙교섭은 금속노조가 산별노조로서 사용자단체와 진행하는 산별교섭이다. 전노협, 금속산업연맹 시절부터 그토록 쟁취하고자 했던 교섭방식이 이 산별교섭이었다. 이 산별교섭이 대공장이든 중소영세 사업장이든 동일한 산별협약이 적용된다고 조합원들에게 산별노조로 가자며 선전하고 교육했던 바로 그 교섭방식이었다. 2001년 2월8일 금속노조가 출범한 이후 교섭과 투쟁의 최고 목표였던 것이 이 산별교섭의 쟁취였다. 그렇다면 과연 2012년 산별교섭의 현주소는 무엇일까. 2012년 중앙교섭은 어떻게 금속노조를 말하고 있을까.

3. 금속노조가 조인하는 2012년 중앙교섭의 주요내용은 이렇다.

첫째, 2014년 3월 말까지 자동차부품사인 1차 협력사부터 순차적으로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 등 교대제 변경을 하고, 둘째 교대제 변경 시 월급제 시행을 원칙으로 해 세부사항을 사업장별 근무형태변경 추진위를 꾸려 결정하며, 셋째 금속산업 최저임금 인상에 관해 통상임금 112만5천920원과 시급 4천960원 중 높은 금액을 적용하고, 넷째 불공정 하도급거래 금지 및 단가결정시 원가와 물가의 연동을 우선 고려한다는 것 등이다. 한 마디로 교대제 변경, 금속산업최저임금 인상 등에 관한 것이다. 이 중 2012년 주된 교섭 쟁점은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 등 교대제 변경이었다. 금속산업 최저임금 인상은 최저임금법이 정한 최저임금액보다 불과 100원이 많은 것이다. 그것은 최저임금법에 의한 2012년의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2012년 금속노조 산별교섭으로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중앙교섭 합의라고 볼 수 없다. 그러니 교대제 변경에 관한 중앙교섭 합의가 금속노조 2012년의 산별교섭을 말해준다. 그런데 이에 관해서는 현대차지부·기아차지부 등 금속노조의 대공장사업장에서 이미 2013년 3월부터 교대제 변경을 지부교섭에서 합의한 상태였다. 이에 따라 그와 밀접한 생산체계로 운영돼 온 협력사의 근무형태는 연동돼서 변경되는 것이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결국 완성차 대공장의 교대제 변경과 그에 따른 월급제로의 전환을 쫓아서 중앙교섭에서는 1차 협력사부터 순차로 변경, 전환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것은 금속노조가 대공장지부의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 등 교대제 변경에 관한 지부교섭 합의를 쫓아간 것이다. 2012년 중앙교섭 합의로만 금속노조를 말한다면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것이 금속노조가 그토록 외쳐 왔던 산별교섭은 아니다. 이것은 금속노조가 잘 알고 있다. 대공장지부의 교섭 결과를 쫓아가는 것이 금속노조의 산별교섭일 수 없다. 그럼에도 2012년 중앙교섭은 그렇다고 말하고 있다.

4. 금속노조는 94개 사업장 1만9천979명을 대상으로 중앙교섭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그러니 2012년 중앙교섭 합의서의 적용대상 조합원은 조합원 2만명도 되지 않는다. 금속노조 조합원은 15만명이다. 2001년 출범 직후부터 그토록 산별교섭 쟁취를 위한 교섭과 투쟁을 집중해 왔건만 산별교섭 쟁취는 아직도 멀었다는 것을 중앙교섭은 말해 준다. 금속노조가 그토록 쟁취하고자 했던 산별교섭은 사용자단체와의 산별교섭이고, 이것은 이번에 조인하는 중앙교섭을 말한다. 금속노조는 10년 동안 사용자들에게 산별교섭 참여를 요구하고 사용자단체를 조직하고 가입하라고 교섭하고 투쟁해 왔다. 그 10년 동안 산별교섭 쟁취를 위해서 수많은 전투를 치렀다. 그러나 아직도 쟁취되지 않았다. 왜? 그것은 사용자에게 강제할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사용자가 스스로 참여하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은 교섭방식이었다. 오늘 금속노조 10년의 역사는 산별교섭 쟁취의 역사라고 감히 말할 수 없다. 분명히 산별교섭 쟁취를 위해서 금속노조는 사력을 다해 교섭하고 투쟁해 왔건만 그렇다. 지난 10월9~10일 진행된 중앙교섭 잠정합의안에 관한 찬반투표 대상 조합원이 1만9천979명이었다. 이것이 모든 걸 말해 준다. 나머지 조합원들은 다 무엇이란 말인가. 산별교섭 쟁취라는 금속노조의 과제로 말해 본다면 그들은 산별교섭 쟁취를 해 내지 못한 사업장의 조합원인 것이고 그들은 아직도 산별교섭이라는 금속노조의 영토 밖에 거주하는 조합원이 되고 만다. 산별교섭 쟁취는 이렇게 금속노조를 좁은 우물에 가둬 놓았다. 산별교섭 쟁취의 우물에 갇힌 금속노조는 사용자들에게 산별중앙교섭에 들어오라고 발버둥쳐 왔다. 그러나 산별중앙교섭에 참여하지 않는 사업장도 금속노조의 영토이고 그 사업장 조합원들은 금속노조의 조합원이다. 단위노조로서 금속노조는 위원장이 소속된 모든 사업장 조합원을 위한 교섭권 및 협약 체결권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지부교섭이라고 해도 반드시 위원장이 교섭권한을 위임해 줘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미 자신의 영토임에도 산별교섭 쟁취라는 우물에 갇힌 채 금속노조는 제 영토에서 주권을 행사하지 못하고서 실제로는 위임을 통해 산별전환 이전과 마찬가지로 사업장별 교섭을 무단히 방치해 왔던 것이다. 그 결과가 오늘 금속노조에서 주간연속 2교대제 쟁취를 현대차지부 등 사업장지부의 교섭과 투쟁의 성과로 귀결되게 하고 말았다. 산별교섭의 쟁취는 교섭방식의 쟁취일 뿐이다. 그것은 조합원권리 쟁취는 아니다. 임단협을 그것으로 몰아가면 노조의 교섭과 투쟁은 불가피하게 구체적인 조합원권리 쟁취에서 벗어나는 일이 발생하고 만다. 그 틈을 사용자는 이용하고 실리를 내세워 조합원을 분열시켜 사업장조직은 약화된다. 노동조합은 조합원의 권리를 단체협약으로 쟁취하기 위한 노동자단체다. 조합원권리 쟁취를 직접 내걸고 교섭하고 투쟁하지 않는다고 노동조합이 조합원에게 보여질 때가 노동조합으로서는 가장 위험하다. 금속노조는 조합원과의 관계에서 대단히 취약해졌다. 노조파괴는 이 틈을 노렸다. 노조파괴는 지부·지회 등 그저 사업장조직의 파괴로 사용자가 바라볼 정도로 금속노조, 이 나라에서 산별노조는 별것이 아니었다. 몇 백명 사업장지회를 탄압하는 것이 15만명의 금속노조를 상대하는 것이라고 사용자에게는 전혀 인식되지 않았다. 그것이 분명한 사실이었다. 노동조합의 힘은 조합원을 노동조합으로 모을 수 있을 때 발휘된다. 그리고 노동조합의 일, 즉 교섭과 투쟁에서 조합원의 권리를 내세우고 그것을 쟁취하기 위해 나설 때 조합원들은 노동조합에서 하나가 될 수 있다. 그러니 노동조합의 힘은 노조가 조합원권리를 위한 요구를 내걸고 직접 교섭과 투쟁을 하는 데서 온다. 그 동안, 즉 지난 10년 동안 산별교섭 쟁취이라는 교섭과 투쟁에서 벗어나서 2012년에는 주간연속 2교대제 등 교대제 변경이라는 조합원권리 쟁취로 금속노조가 직접 교섭하고 투쟁했다면 조합원들은 금속노조의 교섭에 관심을 둘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걸 쟁취하고자 금속노조의 지침에 따라 조합원들은 파업 등 투쟁을 했을 것이다. 이렇게 단 한 차례의 교섭과 투쟁으로도 금속노조는 지난 10년의 실패를 딛고서 얼마든지 조합원들의 힘을 모아 낼 수 있었다. 산별노조로서 확고히 설 수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건 금속노조 위원장으로부터 위임받은 사업장조직의 일이었다. 금속노조는 형식적으로는 그 교섭의 당사자였지만 실질적으로는 그 교섭의 당사자가 아니었다. 그러니 오늘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 등 교대제 변경이라는 이 나라 노조운동의 성과는 금속노조 투쟁의 성과라고 말하기 어렵다. 당연히 그 성과조차도 15만 조합원 전체의 투쟁이 될 수 없었으므로 높은 수준에서 쟁취될 수도 없었다. 분명히 2012년 금속노조는 산별교섭 쟁취라는 지난 10년의 집착에서 벗어나는 길을 찾았다. 하지만 그 길은 산별노조로서의 길이 아니었다. 조합원권리를 전면에 내세우고서 교섭과 투쟁을 전개했던 것은 분명했지만 그것은 금속노조가 아니라도 가능했던, 과거 기업별노조로도 가능했던 교섭과 투쟁의 길이었다.

5. 중앙교섭은 금속노조의 대상조합원 1만9천979명 중 1만6천411명이 투표에 참여해서 1만4천349명이 찬성하여 87.43%의 찬성률로 가결됐다. 금속노조 중앙교섭은 현대차지부·기아차지부 등 사업장지부 교섭보다 적은 수의 조합원이 투표에 참여했고 가결됐다. 그러나 금속노조는 사업장지부의 교섭에서 배제된 조합원들을 위한 교섭과 투쟁을 하는 노조여서는 안 된다. 법대로 규약대로 금속노조가 15만 조합원을 위한 교섭과 투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산별노조로서 가야 하는 길이고 얼마든지 갈 수 있는 길이다. 단지 아직 가고 있지 않을 뿐이다. 그러니 금속노조가 2012년 교섭에 관해 찬반투표로 조합원에게 물었어야 했던 것은 중앙교섭이 아니었을지 모른다. 2012년 금속노조의 교섭 자체였을지 모른다. 금속노조가 15만 조합원의 권리를 위한 교섭을 하지 않았던 것에 관해서 전체 조합원의 찬반투표로 물어야 했던 것 아니었을까. 규약이 정한 형식적인 절차로서 잠정합의안에 관한 찬반투표가 아니라, 금속노조가 실질적으로 조합원의 교섭 결과에 관한 의사를 확인하고자 했다면 중앙교섭의 결과가 아니라 고작 2만 조합원에도 못 미치는 교섭을 한데 대해서 15만 조합원 전체에게 찬반을 물었어야 했다. 그러니 16일 금속노조 중앙교섭 조인식의 날은 15만 조합원의 날이 아니다. 산별노조의 힘은 조합원에게서 나오고, 그것은 조합원권리를 위해서 교섭하고 투쟁할 때 산별노조로 모아진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